플랑크톤 원인 원전 정지 손실 눈덩인데도 한수원 뒷북 부실 대응 논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5.09 06:00

한울1·2호기 올 들어 보름 새 두 차례 총 17일 가동 정지로 약 10억원 가까이 손실

한수원, 유사 사고 30년 이상 수차례 되풀이됐지만 여태 그물망 설치에 그쳐

최근에야 부랴부랴 감시전용 CCTV 도입 등 추진하나 실효성 의문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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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울 원전 1·2호기

[에너지경제신문=이서연 기자] 원자력 발전소가 기후변화에 따른 해양 생물 개체수 증가로 잇따라 멈추면서 큰 피해를 낳고 있다.

하지만 한국수력원자력이 30년 넘는 기간 동일한 피해가 되풀이되는 데도 안일하게 대응한 것으로 지적돼 뒷 북 부실 대책 논란에 휩싸였다.

9일 업계와 전문가들에 따르면 한수원은 한울1·2호기가 지난 3월 22일과 4월 6일 약 보름 새 두 차례나 대형 플랑크톤 일종 ‘살파’의 발전소 취수구 유입으로 각각 약 열흘 간 가동 정지됐으나 근원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4월 6일 한울 1·2호기는 취수구에 살파의 다량 유입으로 터빈이 정지됐다. 앞서 3월 22일에도 같은 이유로 2호기 원자로가 멈춘 바 있다.

한수원 한울원자력본부에 따르면 한울원전 1·2호기(가압경수로형·95만㎾급)는 올해 들어 2차 가동 정지 후 10일 만인 지난달 15일 오전 1시 20분께 발전을 재가동해 당일 오후 1시 20분께 100% 출력에 도달했다.

한울본부는 당시 발전소 인력과 장비를 동원해 400t 이상 살파를 제거하고 손상된 그물망을 교체했다.

한수원에 따르면 한울 1·2호기의 취수구에 그물망을 이중 설치해 운영하고 있으나 올해 발생한 두 건의 사고는 급작스럽게 늘어난 살파로 인해 처리용량을 초과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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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수력원자력



한수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 4월까지 약 30년간 해양생물로 인한 한울1·2호기 발전소 출력감소 및 정지 사고는 총 24건(각각 15회, 9회)으로 나타났다. 이에 한수원은 사고를 막기 위해 지난 1997년과 2001년 1, 2차 그물망을 설치해 운영해왔다.

그런데도 발전정지 사고가 보름 새 두 차례나 일어나 한수원 측의 대응이 너무 안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면치 못하게 됐다.

한수원은 해양생물 유입에 따른 시설물 피해 비용은 없으나 발전정지 이후 재가동까지 공급지장으로 인한 손해금액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손해금액은 kWH당 발전단가 60.87원에 설비용량 95만 kWH(한울1·2호기 합산)를 곱하면 하루 약 5782만원으로 추정된다. 올해 들어 두 차례 사고로 발전기가 멈춘 날 총 17일(1차 7일, 2차 10일)간 손해금액 규모 만도 9억8305만원에 달한다.

노동석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연구원은 "원전의 가동이 멈춰도 한수원은 다른 발전원으로 전기료를 더 받을 수 있어 절대 손해 보지 않는 구조다"하면서도 "해양생물이 워낙 작고 유입되는 해수의 양이 어마어마하게 많기 때문에 예방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수원이 원전가동으로 얻는 총 매출액은 하루에 약 10억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실제 피해금액은 한수원 측에서 계산한 규모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수원 관계자는 "한울 1·2호기의 경우 취수구가 가장 앞쪽에 위치해 한울 원전 중 해양생물 다량 유입시 영향이 가장 큰 구조"라며 "급작스럽게 늘어난 살파가 기후변화의 영향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지만 아직 연구가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한수원은 현재 쌍끌이 어선 운항, 유도망 추가 설치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해양생물 유입 최소화를 위해 오는 12월까지 고압 살수기, 진공클리너 등 새로운 시설 추가 설치, 해양생물 감시전용 CCTV 도입도 고려하고 있다고 한수원측은 밝혔다.

이에 대해 노 연구원은 "외국에도 이러한 사례가 많은데 최근의 두 사고는 이상기후로 해수온도가 높아진 영향도 있지 않을까 추측한다"며 "CCTV 등 설치의 경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한울 원전은 동해의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울진 앞바다에 위치하고 있어 식물성 플랑크톤이 풍부하다. 때문에 이를 주식으로 하는 해파리, 새우, 살파 등 해양생물 또한 많은 편이다.

정범진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이러한 사고로 원전가동이 중지되면 한수원과 한전 양측에 모두 손해"라며 "중요한 것은 취수구가 막히기 전에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울1·2호기의 경우 취수구가 앞쪽에 위치해 있어 빈번하게 해양생물로 막히는 사고가 일어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영광 원자력 발전소처럼 취수구 위치를 먼곳으로 두는 방법도 있지만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어나 적절한 대응책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80년대에는 한수원 직원들이 뜰채로 직접 해양생물을 퍼내기도 했다"며 "한수원이 CCTV 설치를 추진한다는 것은 일정 양이 쌓이기 전에 모니터링 하려는 취지일 것"이라고 전했다.
yeonie@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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