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 전자’ 된 삼성전자...삼성그룹주 펀드도 ‘털썩’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5.13 16:28

반도체 수급 불안, 인플레이션 우려에

삼성전자 7만원대 마감...외인 ‘팔자’

"시장 우려 과도...중장기적 매수 접근 유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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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 업황 우려로 인해 주가가 연일 하락세를 타면서 삼성그룹주에 투자하는 펀드도 고전하고 있다. 반도체 수급 불안으로 전자제품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이것이 곧 실적 부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 급등으로 국내에서도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도 삼성전자 투자심리에 악재로 작용했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비메모리 반도체 수급 정상화로 인해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 주가를 저점 매수 기회로 삼으라고 조언했다.

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 대비 1.88% 내린 7만8500원에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이날까지 3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연중 저점을 경신했다. 종가 기준 7만원대를 기록한 것은 작년 12월 29일(7만8300원) 이후 5개월여 만이다. 연초 이후로는 6% 넘게 빠졌다.

삼성전자 주가 하락을 견인한 것은 단연 외국인이었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삼성전자 주식을 3조645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이 기간 외국인 유가증권시장 전체 순매도(6조7502억원)의 45%에 달하는 물량이다. 여기에 기관투자자도 삼성전자 주식을 4878억원어치 팔아치우며 주가 하락을 이끌었다. 개인 홀로 3조5407억원어치 사들이며 저가 매수에 나섰다.

삼성전자 주가가 최근 고전하는 배경에는 비메모리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고, 이것이 곧 실적 부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가운데 애플, 구글, 시스코를 비롯한 미국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반도체 단체를 결성해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을 압박하면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한국, 대만 등 반도체 기업들의 점유율이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3년 만에 최대 상승률을 기록하면서 국내 증시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점도 삼성전자 주가에 악재로 작용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미국 CPI는 전년 동월보다 4.2%, 전월보다 0.8% 각각 상승했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은 2008년 이후 13년 만에 최대 폭이고, 전월 대비로는 2009년 이후 12년 만에 최대치다. 미국의 CPI 상승률이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조기 통화긴축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자극한 것이다. 이로 인해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39.55포인트(1.25%) 내린 3122.11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3103.88까지 하락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고전하면서 삼성그룹주 펀드 역시 수익률이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그룹펀드(25개) 수익률은 최근 1개월간 0.55%에 그쳤다. 3개월 기준 수익률은 -1.72%로 손실을 봤다. 이는 국내 주식형 펀드의 최근 1개월 수익률(0.82%)은 물론 3개월 수익률(1.24%)을 모두 하회하는 것이다. 삼성그룹주 펀드는 대체로 삼성전자 주식을 25%가량 편입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삼성전자를 둘러싼 시장의 우려가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2분기부터는 원가 구조 개선으로 반도체 부문의 실적 개선이 본격화되면서 영업이익이 10조원대를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반도체 수급 불안이 해소될 가능성이 크고,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기가 개선될 경우 증시 역시 상승세를 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현재는 유동성 장세에서 실적 장세로 가는 과도기적인 측면이 있는 만큼 주가 하락을 매수 기회로 접근하라는 조언이다.

국내 한 운용사 관계자는 "경기민감업종을 중심으로 코스피가 반등하는 과정에서 삼성그룹주 전반의 주가 흐름은 다소 소외된 모습이었다"며 "다만 경기민감업종의 일방적 강세가 지속되기는 어렵고, 중장기 성장성을 갖춘 종목들과 낙폭과대 우량주에 대한 관심이 다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증권가 관계자는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기가 개선되면 증시 전반에 온기가 돌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수급 불안에 대한 우려와 미국발 인플레이션 이슈로 인해 주가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경기 개선이라는 중장기적인 관점으로 보면 매수 관점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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