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지배회사 등 다양한 시나리오 제기
그룹 체질개선 초점···승계와 미래 신사업 동력 함께 잡아야
변수는 세금···증여세 등 부담에 ‘미완의 개편’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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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
시장에서는 정 회장이 크게 두 가지 카드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고 예상한다. 첫 번째는 순환출자 고리를 대부분 끊어내긴 하지만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가장 큰 고리는 유지하는 시나리오다. 현대제철이나 현대글로비스가 속한 고리들은 정 회장이 정몽구 명예회장의 지분을 증여받은 뒤 매각하는 식으로 끊어내고 대신 현대모비스와 현대차 지분율을 높인다는 게 핵심이다.
이런 경우 주주들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지만 그룹의 ‘체질 개선’ 작업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단점이 있다. 로봇이나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미래 사업을 도맡아 책임질 부서가 없고 각종 투자 판단에서도 각 사 이사회 결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주요 투자 등에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ESG라는 큰 틀에도 벗어난다는 주장이 있다. 전세계적으로 ESG 경영 열풍이 부는 가운데 순환출자 고리를 유지한다면 ‘G‘ 분야에서 낮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논리다. 순환출자 고리를 지니고 있으면 행동주의 헤지펀드 등 외부 세력의 공격에 약점이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권순우 SK증권 연구원은 "결국은 현대모비스 지분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 싸움이다.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안 깨도 된다면 가지고 있는 현금을 활용해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다"며 "현대제철이 가진 작은 순환출자 고리를 깨면서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율을 높이는 방법 등이 유력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순환출자 고리를 깨야 한다면 2018년 진행했던 지배회사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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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본사 전경 |
정 회장이 가진 두 번째 카드는 앞서 고민했던 ‘지배회사’ 체제를 완성하는 것이다. 특정 회사를 인적분할하거나 현대차, 현대모비스 등 주력사의 투자 회사를 분할해 그룹 지배구조 최상단에 놓는 구조다. 2018년에는 현대모비스를 분할해 존속 모비스는 지배회사로 두고 사업 부문은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하는 안을 추진했었다. 당시 시장이 반대했던 이유는 현대모비스의 사업 부문 가치가 더 높은데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 현대글로비스가 고평가를 받았다는 것이다. 바꿔 말하면 합병 비율을 재조정할 경우 반대의 목소리가 사그라들 수 있다는 뜻이다.
지배회사 체제를 택할 경우 그룹 체질개선에는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회장을 중심으로 전 계열사에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고 각종 미래 신사업 진출에도 제약이 줄어든다. 다만 ‘세금폭탄’이 부담이다. 어떤 방식으로 지배회사를 만들더라도 총수 일가가 내야 할 양도세 부담이 1조~2조원은 될 것으로 보인다. 만일 정 회장이 부친인 정 명예회장의 지분을 증여까지 받으려 한다면 훨씬 큰 세금을 내야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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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밖에 현대글로비스를 지배구조 최상단에 두고 총수 일가가 지분을 모으는 방식이나 SK, LG의 경우처럼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는 안 등도 거론된다. 다만 시장에서는 정 회장이 지주사 체제를 선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보는 분위기다. 일부 회사를 분할하는 방식으로 지주사를 세울 경우 공정거래법상 금융 계열사를 거느릴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내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등은 자동차와 시너지가 큰 핵심 계열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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