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팥 없는 찐빵’ 풍력 규제 샌드박스…‘환경영향평가’ 환경부 존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5.20 15:02

풍력발전 보급촉진 특별법안, 내년 초 ‘원스톱샵’ 공식 출범

PYH2021050615940001300_P4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오후 울산광역시 남구 3D프린팅 지식산업센터에서 열린 ‘울산 부유식 해상풍력 전략 보고’에 참석,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이서연 기자] 풍력발전 사업의 인·허가 일괄처리를 맡는 규제 샌드박스 ‘원스톱샵’ 추진이 대폭 후퇴해 ‘팥 없는 찐빵’ 지적을 받는다.

정부는 당초 원스톱샵 처리 분야에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도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부처간 협의 과정에서 이를 배제키로 결정했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남 신안)은 정부의 이같은 합의를 담은 관련 법안 ‘풍력발전 보급촉진 특별법안’을 지난 19일 대표 발의했다.

환경영향평가는 업계에서 주민반발 등이 거세 10년 안팎 소요되는 풍력발전사업 추진의 최대 관문으로 꼽혀왔다.

원스톱샵 처리 범위에서 환경영향평가가 빠지자 문재인 대통령의 2030년 해상풍력 5대 강국 비전이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원스톱샵 출범은 풍력발전 산업의 ‘규제 전봇대’, ‘손톱 밑 가시’로 꼽히는 요인들을 뽑아내기 위해 범 정부 차원에서 추진돼왔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20일 정부의 원스톱샵 추진과 관련 "풍력사업 추진의 핵심규제가 환경영향평가인만큼 업계 측에서는 원스톱샵에서 직접 (담당)하기를 요청했지만 관계부처 합의 끝에 환경부에 존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국회의 원스톱샵 입법이 상반기 중 이뤄질 경우 "하반기까지 하위규정을 제정해 이르면 내년 초 원스톱샵을 공식 출범시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정부 부처간 합의로 환경부 환경영향평가 권한을 원스톱샵에 넘기지 않기로 한 것에 대해 "개발하는 쪽이 평가까지 한다면 셀프 허가가 될 수 있다"며 환경영향평가 권한의 환경부 존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그는 "정부 조직이 운영되는 기본 틀과 원칙 아래서 협의 제도를 운용해야 한다는 상식선에서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봐 달라"고 당부했다.

김원이 의원이 대표 발의한 ‘풍력발전 보급촉진 특별법안’에 정부의 이같은 합의내용이 반영됐다. 이 법안의 원스톱샵은 풍력사업 추진 과정에서 당국 인·허가를 받기 위해 거쳐야 할 관계기관만 14곳이나 되는 만큼 이를 간소화해 산업을 활성화해보자는 취지로 추진됐다. 법안의 골자는 해상풍력 통합 인·허가 기구(원스톱샵) 신설, 정부 주도 입지 발굴, 인·허가 간소화 추진 등이다.

김원이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 내용에 대해 "지난해 말부터 환경부·산업부와 협의를 거쳐 큰 부처들 간의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설명했다.

2021-05-20_164524.jpg

그러나 풍력업계에서는 정부의 원스톱샵 정책 및 관련 법안 후퇴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불만의 내용은 원스톱샵 도입 취지의 핵심이 복잡한 절차의 간소화인데, 환경영향평가만 현행 체제를 유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위진 GS풍력 상무는 "유럽의 경우 재생에너지 사업을 할 때 환경영향평가가 아닌 환경성 검토라고 해서 물리적 영향 정도를 살피는 수준에서 끝난다"며 "정해진 단계가 간단해 국내와는 비교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위 상무는 "애초 원스톱샵 법안의 취지에 100% 부합하지는 않다"며 "다만 정부에서 인허가 처리기간을 절반이상으로 줄여보겠다고 하니 믿어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후퇴한 법안대로 원스톱샵이 유명무실한 채 출범하더라도 지역 주민 등 반발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그 역할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전국농민회총연맹을 비롯한 3개 단체 등의 성명이 이를 예고했다. 이 단체들은 성명에서 "재생에너지 사업은 본래 취지와 정반대로 대기업들의 극단적인 사익 추구 수단으로 전락해 폭력적인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현재 진행되는 재생에너지 사업 대부분은 친환경에너지라는 이름과 다르게 실제 자연 환경을 파괴하고 있으며 원스톱샵 도입은 이런 상황에 대한 일말의 성찰 없이 오히려 막무가내식 개발을 조장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그린뉴딜의 현장인 전북 부안, 전남 신안, 울산 등 세 곳의 해상풍력실증단지를 잇따라 방문해 2030년까지 세계 5대 해상풍력 강국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원스톱샵 정책은 해상풍력 발전을 위한 문 대통령의 이같은 강력한 의지를 무색하게 한 것으로 지적받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그린뉴딜 현장 첫 방문지로 해상풍력발전단지를 선택했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그린뉴딜 현장 방문 13차례 중 해상풍력발전단지 방문만 세 차례나 될 만큼 해상풍력발전은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인데 정부가 이를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한다"며 "임기 1년 남은 대통령의 비전이 정부 내 공직기강 해이로 공염불에 그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한편 풍력발전 사업은 중앙정부 관련 부처만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 해양수산부, 국방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5곳이나 돼 사업 추진에 길게는 10년 안팎의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서남해 해상풍력사업의 경우 2010년 로드맵을 발표한 이후 10년이 지나서야 60MW 실증단지가 준공됐다. 국내 풍력발전 누적 설비용량은 2019년 말 기준 약 1.5GW로 국가 총 설비용량의 1.1% 수준에 불과하다.


yeonie@ekn.kr
이서연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