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은 미래 성장 사업으로 이것을 점찍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5.23 11:42

신동빈 "고부가 스페셜티 및 배터리 소재 투자 확대해 경쟁력 갖출 것" 주문
그린 소재 사업포트폴리오 강화을 위한 전략
롯데케미칼·롯데정밀화학·롯데알미늄, 친환경 시장 공략에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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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5일 롯데알미늄 안산1공장에 방문해 2차전지 소재 공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조현철 롯데알미늄 대표이사, 한충희 롯데알미늄 소재사업본부장, 신동빈 롯데 회장, 손병삼 롯데알미늄 연구부문장.

[에너지경제신문 김아름 기자] "고부가 스페셜티 및 배터리 소재에 대한 투자를 더욱 확대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으로 거듭날 것."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석유화학 공룡’으로 발돋움 하고자 전기차 배터리와 수소, 고부가 스페셜티를 핵심 축으로 선택했다. 수소 시장 진입에 필요한 생산시설 투자와 함께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를 생산하기 위한 시설 건설에 나선 것. 그린 소재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친환경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롯데케미칼은 이사회를 개최하고 전기차 배터리용 전해액 유기용매인 에틸렌 카보네이트(EC)와 디메틸 카보네이트(DMC) 생산시설을 건설한다고 최근 공시했다. 투자금액은 총 2100억원으로 2023년 하반기 완공이 목표다.

전해액은 리튬이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4대 요소(양극재·음극재·분리막·전해액) 가운데 하나다.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리튬 이온의 이동을 돕는 매개체로 이온 전도도가 높은 물질이 주로 사용되는데 크게 염, 용매, 첨가제로 구성돼 있다. 롯데케미칼은 이 중 용매 분야 개발에 뛰어든다는 계획. 용매는 염을 용해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유기 액체다.

이에 따라 롯데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를 전부 지닐 수 있게 됐다. 현재 롯데그룹 내에서 롯데케미칼과 롯데알미늄, 롯데정밀화학이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 하나하나를 생산하거나 생산을 위한 공장을 짓고 있다. 롯데케미칼에선 배터리 안전성을 책임지는 소재인 분리막을 생산하고 있으며 롯데정밀화학에선 음극재 사업에 진출하고자 2900억원을 펀드 출자했다. 롯데알미늄은 헝가리에 양극박(배터리 내부 열을 방출·전자 이동 돕는 소재) 생산에 필요한 공장을 짓고 있다.

수소 시장 선점을 위한 행보에도 강드라이브를 걸었다. 세계 흐름이 기후변화 대응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에너지 전환의 핵심으로 수소가 떠오르자 수소 관련 전문성과 기술을 지닌 에어리퀴드와 손 잡은 것. 양사는 롯데케미칼의 부생수소를 활용해 새로운 고압 수소 출하센터와 수소 충전소 구축에 공동 투자하고, 수도권을 시작으로 전국으로 모빌리티 시장 개발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롯데케미칼의 3개 생산기지(여수·대산·울산)에선 저탄소 부생수소를 생산하고 있는데 여수공장의 경우 CCU(Carbon Capture Utilization 탄소 포집ㆍ활용) 기술을 적용한 설비를 구축, 저탄소 기반의 제품 생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고부가 스페셜티 개발이다. 신 회장은 관련 생산 공장을 직접 찾아 개발 방향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눌 정도로 고부가 스페셜티에 관심이 크다. 이에 롯데정밀화학에선 식물성 의약용 코팅제 및 대체육 시장 확대에 적극 대응하고자 셀룰로스유도체 생산 공장을 늘렸다. 셀룰로스유도체는 식물성 펄프를 원료로 하고 있는데, 최근 친환경 소재로 떠오르고 있다. 매출 신장률만 봐도 최근 3년간 연평균 20%에 달한다. 세계에서 식의약용 셀룰로스 유도체 기술을 보유한 기업은 롯데정밀화학, 미국 듀폰 및 애쉬랜드, 일본 신에츠화학 등 네 곳 뿐이다. 롯데정밀화학에선 지금보다 더 많은 투자로 내년 상반기까지 1만 2000톤 규모의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전기차 배터리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시장 진출 시기가 다른 기업과 비교해 다소 늦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그간 국내 주요 대기업집단들이 배터리 사업영역에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과 달리 롯데는 뜨뜻미지근한 움직임을 나타냈다. 이에 미래 주요 성장 동력 하나를 놓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기업과 비교해 롯데의 배터리 소재 개발 진출은 늦은 감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 지금 모든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어 시장 주도권을 잡기는 쉽지 않을 듯 하다. 그러나 (신 회장이) 직접 배터리 소재 개발을 언급한 터라 투자 규모나 속도는 이전과 비교해 더 커지고 빨라질 것이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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