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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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 |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 8월 한전 소액주주들이 전기요금을 올리지 않아 경영상태가 악화됐다며 배임 혐의로 2조 8000억 원대의 주주 대표소송을 당시 한전의 김쌍수 사장을 상대로 제기했다. 소송 사유는 직전 3년간 한전의 전기요금 인상(2009년 6월 3.9%, 2010년 8월 3.5%, 2011년 8월 4.9%)이 원가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정부가 아닌 규제 대상인 한전 사장에게 주주들이 왜 소송을 제기하였을까. 당시 한전 재무상황을 잘 아는 김전사장이 전기요금을 4.9%만 올려달라고 하였을 리는 없다. 실무진을 통해 정부에 이보다 큰 폭의 전기요금 인상안을 타진하였을 것이다. 정부는 부처간 회의, 청와대 보고, 소비자단체와의 협의 등을 거쳐 4.9% 인상으로 결론을 냈기 때문에 김전사장은 ‘통보받은’ 결론을 문서화해서 자신의 명의로 이사회에 올린 것뿐이다. 그러나 한전 소액주주들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공식적 대상은 김전사장 밖에 없었다.
에너지정책의 주무부서는 산업부이지만 에너지 관련 법에 의해 세부적 에너지정책은 이를 수립하고 심의하는 관련 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일례로 ‘에너지법’과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서 ‘에너지위원회’는 정부의 주요 에너지정책 및 에너지 관련 계획 그리고 에너지이용 합리화에 관한 기본계획을 심의하고, ‘전기사업법’에서 ‘전력정책심의회’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심의한다. 에너지 분야뿐 아니라 우리 정부의 정책 중 다수가 형식적으로는 이처럼 법에 정해진 위원회에 의하여 결정된다.
그러나 이런 위원회에 참여해 본 위원들은 실제로 회의 자료를 만들고 중요한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은 정부부처와 관련 공공기관이며 자신들은 들러리요, 거수기라고 느낄 수밖에 없다. 주요 공공기관의 임원추천도 형식적으로는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많은 경우 정부와 그 윗선이 의사결정과정에 개입하여 이른바 ‘낙하산’ 인사가 내려오는 것을 우리는 익히 보아왔다.
에너지 분야뿐 아니라 다른 모든 분야에서도 정부 정책의 투명성은 크게 미흡하다. 그 이유는 공무원들이 사실상 자신들이 의사결정을 주도하면서 책임소재를 모호하게 하려고 위원회, 공기업, 출연연구원, 컨설팅회사 등을 내세우기 때문이다.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과정의 불투명성도 ‘조기폐쇄 타당성 보고서’ 작성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느냐의 여부가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런 공무원의 행동양식이 이해되는 면도 있다. 공무원의 재량적 의사결정을 우리 사회가 지나치게 의심의 눈을 갖고 보거나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감사원 감사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공무원들과 공공기관 임직원들이 소신 있는 의사결정을 내리기 쉽지 않다. 지나친 책임추궁으로 공무원들이 이른바 ‘복지부동’식 무소신 행정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무리한 정치적 결정과 비합리적인 가격규제와 진입규제, 시장원리를 해치는 교차보조 그리고 국제기준에서 벗어나는 전근대적 행정 그리고 공공부문과 특정 이해집단에 편향적인 의사결정의 문제점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그 의사결정 과정을 숨기려하지 않았는지 자성해봐야 할 것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우리 사회 모든 영역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이 요구되고 있다. 에너지 교역량이 커지고 민간기업과 국내 및 해외 투자자의 참여가 늘어나며 에너지전환으로 어느 분야보다도 지구촌 에너지산업과 각국의 에너지정책에 대한 서로간의 관심과 감시가 커지고 있다.
에너지정책의 투명성을 높여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