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부동산정책 ①] 이재명 경기도지사 '기본주택'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6.06 11:56

"기본주택 현재 주택 수요 충분히 흡수 가능"

"뉴스테이, 누구나집, 기본주택 동일선상"

"누구에게 어떤 조건으로 공급하느냐에 대한 고민 필요"

20대 대통령 선거가 9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이런 가운데 여야에서 대선 주자들의 민심잡기 행보도 한층 빨라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을 앞세워 표몰이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문재인 정부 4년여 간은 ‘부동산 정국’이었다. 집값도 많이 오르기도 했고, 세계적인 저금리 추세에서 자산 시장에서 투자 열풍이 세게 불었다. 부동산도 그 중 하나였다. 부동산 대책이 나올 때마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곧 바로 여론화 됐고, 이후 정책에 반영되기도 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대선 주자들이 내놓은 부동산 분야 핵심 정책을 점검하는 시리즈를 진행한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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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신진영 기자]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 중 하나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기본 3부작’을 핵심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기본소득·기본주택·기본금융, 이른바 ‘기본 시리즈’이다. 대표적인 친(親) 이재명계인 이규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본주택은 현 부동산 시장 혼란을 해소할 수 있는 열쇠"라고 강조한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기본주택 취지로 봐서는 보편적인 복지를 추구하는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방향이라 찬성하면서도, 기본주택의 ‘정책 타깃’ 설정이 불분명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해 12월부터 20% 중후반대 지지율(한국갤럽 등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에게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를 자유 응답 방식으로 물은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4%,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1%로 1·2위를 기록했다. 이낙연 전 대표가 5%,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가 3%를 기록했다. 현 정권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상황이고, 국민들이 정치 주류 교체를 원한다는 열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보편적 복지정책 주창… 포퓰리즘 비판도 제기돼

이 지사는 줄곧 ‘보편적 복지 정책’을 주장해 왔다. 기본주택은 주거 기본권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이 지사의 주요 부동산 정책이다. 지난해 7월 경기도시공사(GH)는 3기 신도시 지분 물량 50%를 기본주택으로 공급하겠다고 한 바 있다. 기본주택 유형은 장기임대형과 분양형으로 나뉜다. 임대형은 무주택자에게 아무런 조건 없이 적정 임대료로 30년 이상 장기 임대를 할 수 있게 해주는 것, 분양형은 토지는 공공이 보유하고 건물만 입주자에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형태이다. 김홍국 경기도 대변인은 "기본주택 개요나 여러 가지 실행안은 나와 있다"면서도 "(기본주택)물량 확보 등 국토교통부와 LH 간의 의견 정리가 안돼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GH 차원이나 기본주택 활성화 추진을 계속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2월과 4월에는 ‘이재명계’로 분류되는 노웅래 의원과 이규민 의원이 각각 기본주택 장기임대형과 토지임대부형에 대한 법안을 발의했다. 이규민 의원이 발의한 법안 2건은 공공주택 범주에 기본주택 분양형과 장기임대형을 신설하고 그 성격을 무주택자 대상 공급 등으로 규정하는 내용이다. 노웅래 의원의 법률안은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주택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형태의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것이다. 홍지선 경기도 도시주택실장은 이 같은 법안 발의에 "보편적 주거권 보장과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위해 중앙부처의 진취적인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법안의 최종 통과를 위해 중앙부처 및 국회의원 등과 적극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규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에너지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전국적으로 기본주택 공급을 하면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현재 주택 시장에 넘쳐나는 대기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 의원은 지난 4월 발표된 ‘공공주택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기본주택 분양형 도입법)’에 대해 "저가의 공공임대주택을 일반인들이 들어올 수 있게 법제화 하려는 것"이라며 "‘반값 아파트’ 분양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50년 계약하면 평생 살아도 된다"면서도 "주택을 팔 때는 공공에 팔아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같은 반값 아파트 공급은 수평적 복지로 인해 포퓰리즘 우려가 제기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무주택자라면 소득이 얼마인지 묻지도 않고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은 포퓰리즘이다"고 일침을 가했다.

◇ 기본주택은 소셜 믹스 추구… 저소득층에 가는 혜택 축소 우려

기본주택을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기존 공공임대주택이 갖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말한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그동안 공공임대주택은 취약계층만을 대상으로 추진해 낙인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기본주택은 ‘소셜믹스(Social mix·분양과 임대단지를 조화롭게 배치하는 방안)’를 추구한다. 실제로 기본주택은 입주 조건이 까다로운 기존 공공임대주택과 달리 ‘무주택자’라는 입주조건만 충족하면 된다.

두 번째는 기존 공공임대주택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공공임대주택을 짓고 싶어도 땅이 없다. 그러면 외곽에 지어야 하는데 출·퇴근이 힘들다는 이유에 공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게다가 기본주택은 중위소득 20% 이내에서 월 임대료를 책정한다. 임 교수는 "현재 공공임대주택은 시세 대비 임대료를 낮게 하되, 건축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기준으로 임대료를 산정하는 방식"이라면서 "그러다보면 실제 입주민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공공임대주택 입주민들은 소득 수준에 비해 과도한 월세를 내서는 안된다"고 전했다.

그러나 당장은 기본주택을 실현시키기가 어려운 형편이라는 평가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학과 교수는 "북유럽 복지국가들처럼 공공임대주택의 방향은 기본주택처럼 정책 수혜자를 확대한다는 측면으로 가야 한다"며 "그런 차원에서 기본주택을 찬성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 교수는 "당장은 기본주택을 실현시키기가 어려운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본주택처럼 입주대상을 넓히면 저소득층에 가는 혜택이 줄어든다"며 "입주자 모집 공고나 우선 순위나, 주의 깊게 설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본주택도 기존 공공임대주택이 갖고 있는 ‘정책 수혜 대상에 대한 고려’가 충분치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보편적인 복지를 추구하다 보니 포퓰리즘 비난을 피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공공이 개입하는 주택은 누구에게 어떤 조건으로 줄 지가 제일 중요하다"면서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과 기본주택의 공통점은 소득과 관계없이 공급하겠다는 것인데 그렇게 되면 공적 지원의 명분이 약해진다"고 지적했다. 최 소장은 "뉴스테이, 누구나집, 기본주택 등 동일 전제를 갖고 있다"며 "정책 수혜 대상이 누군지를, 정부가 왜 개입해야 하는지에 고민이 필요하다"고 첨언했다.


yr29@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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