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사회연대기금법안 도입되면 기업가 정신 위축"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 '사회연대기금법안 분석' 보고서
ESG와 연계할 경우 기금 출연 강제화→기업 이윤동기 약화

[에너지경제신문 김아름 기자] 최근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사회연대기금법안 도입이 기업가 정신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연계해 사실상 기업의 기금 출연이 강제화될 것이고, 결국 기업의 이윤 동기를 약화시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10일 한국경제연구원이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에게 의뢰한 ‘사회연대기금법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사회연대기금을 위해 재단법인을 설립한다는 의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재난적 상황이 종식된 후에도 계속 사업을 한다는 것으로 상설기구가 돼 각 기업의 이익을 평가하고 그 이익을 탈취하는 영속적인 기구가 될 수 있다.

현재 국회는 사회연대기금법안 목적으로 사회적 연대, 협력을 통해 국가적 재난으로 심화된 양극화를 해소하고 지속가능한 사회 건설을 내세우고 있다. 내용으로 사회연대협력재단을 설치, 이 재단이 사회연대기금을 조성하고 재단에서 사회적 약자를 지원한다는 것이 담겨 있다.

이에 최 명예교수는 "사회연대기금은 정부 외의 자가 출연 또는 기부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강제적인 모금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 "2015년 말 한중 FTA 비준을 앞두고 기업과 공공부문이 기금을 조성해 피해가 예상되는 농어촌 지역을 돕자는 취지에서 마련한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의 경우에도 당초 목표액과 달리 극히 일부만 모금됐고 그마저도 공기업이 대부분 출연해 실효성이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2017년부터 매년 1000억씩 모아 10년간 1조원을 조성해 농가를 지원하겠다는 목표로 만든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의 경우 5년차인 2021년 1월 현재 총 1164억3000만원이 조성돼 있다. 이 가운데 73.3%(852억9000만원)가 공기업 출연분이다.

이에 보고서는 대표적인 해외 연대기금 사례로 언급되는 ‘프랑스 보험회사 연대기금’의 경우, 정부의 출연에 따라 기업이 자발적으로 추가 출연하는 성격이며 어떤 법률에 근거한 모금이 아니라는 점에서 한국과는 사정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회연대기금이 이윤동기를 약화시켜 기업가정신을 위축시키고, 반강제적인 기금 조성으로 준조세에 해당하는 부담금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사실상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평가하며 기업의 이익을 강제적으로 박탈하는 법률이 제정될 경우 국가의 행위로 손해를 본 외국인 투자자가 그 국가를 상대로 제기하는 분쟁해결절차인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ISDS)’를 제기할 우려가 크다는 설명이다.

최 교수는 "팬데믹 상황은 국가가 통제해야 하고 그로 인한 손실의 책임은 국가에 있는 것으로, 기업에게 반강제적으로 기금을 조성하게 해서 손실을 보전하는 것은 국가의 책무를 방기한 것"이며 "ESG 및 국민연금과 연계해 기업의 기금 출연을 필수적이라고 압박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코로나19 재난 상황 하에서 국가와 정부의 역할은 침체기에 빠진 구간에 브릿지를 건설해 침체기를 건너 일상생활로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다"며 "재난으로 인한 지원 법률을 제정할 때에는 어디까지나 한시법이어야 하고, 기금을 조성한다고 해도 순수하게 자발적으로 해야 하며, 국가적 차원에서 재단설립과 항구적인 기금 조성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ESG 경영을 위해 사회적 책임에 집착하다가 최악의 실적을 얻은 프랑스 최대 식품기업 ‘다농(Danone)’의 사례에서 보듯이 ESG가 기업의 목표가 돼선 곤란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