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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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
필자가 속한 기관에서도 폐플라스틱 처리 문제에 대한 세미나를 진행한 바 있다. 전문가 발표에 따르면 국내 ’폐합성고분자화합물‘(플라스틱 제조공정에서 발생되는 폐기물 총칭)처리 과정을 통해 물질 총량을 산출하여 1년에 100만톤이 발생한다고 가정했을 때, 재활용(50%), 소각(40%), 매립(10%) 비율로 처리된다. 재활용(50%)에서 15% 정도는 ’물질 재활용(같은 물질 제품으로 생산)‘되며 30% 이상은 에너지 회수에 이용된다. ’에너지 회수‘는 다시 시멘트 소성로, 폐기물고형연료, 소각열에너지로 처리된다.
플라스틱의 출발점은 원유이고 이를 증류탑에서 온도별로 다양한 형태의 물질로 가공하는 것이기에, 재활용의 비율을 90% 이상 끌어올려야 매립으로 인한 환경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2019년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100만톤 이상의 플라스틱이 직매립 되고 있다는 지적이 지금의 현실을 보여준다.
폐플라스틱 재활용 과정은 1차(동일한 새 제품), 2차(기계적 재활용), 3차(화학적 공정)로 분류할 수 있다. 폐플라스틱의 원료와 순도에 따라 재활용 제품 결과가 달라지는데 현재까지 투명한 페트병(물병 등)을 분쇄했을 때 가장 고부가가치가 발생한다. 즉 투명한 페트병만 잘 모으면 엄청난 자원이기에 분리선별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페트병의 라벨을 떼고, 뚜껑은 따로 분리 배출해달라는 환경부 캠페인 영상을 자주 접했을텐데, 이러한 분리선별에 국민들의 동참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아파트 단지 내 또는 시민들이 자주 찾는 마트 등에 분리선별 기계를 설치해 동참한 시민들이 직접 보상을 받게 하면 효과가 있을 것이다. 영세한 수거 업체를 정부가 적극 관리하며 지원대책을 마련하거나, 물질 재활용에 투명 페트병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이 수거활동에 동참시키는 방안도 여케 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고부가가치 제품을 포함하여 물질로 재활용되는 것을 제외한 다른 종류의 폐플라스틱은 원유기반 이기에 매립이 아닌 반드시 에너지화로 재활용 되어야 한다. 소각하여 열에너지로 활용하는 단계를 넘어 이제는 가스화·열분해 같은 열화학 신기술 개발로 수소경제에 대응하면서 탄소중립에 부응하는 기술 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환경산업기술원은 폐플라스틱 열분해 기술이 열분해 분야에서 국내 처음으로 환경 신기술 인증을 받았다고 밝히면서 폐플라스틱이 소중한 에너지 자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폐플라스틱 열분해 기술은 저급 폐비닐을 열로 분해해 고품질 열분해유를 생산하는 것으로 청정유 생산(Waste to Clean Oil)을 거쳐 수소 생산(Oil to Hydrogen) 까지 이어질 수 있어, 폐비닐 처리의 패러다임 변화와 수소 경제 구축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SRF(고형연료) 시설을 비롯해 가스화 등 폐기물을 에너지화 하는 발전소의 설치는 현재 주민들의 반대가 심해 이미 허가 받은 것조차 설치가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은 발전된 공학기술로 오염물질 대부분을 잡아내어 강화된 환경 규제 기준 보다 훨씬 못 미치는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신의 벽이 높다.
정부나 지자체는 주민들이 갈등을 겪고 있는 쓰레기 에너지화 문제에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 전문가들과 함께 친환경 쓰레기 처리 방안에 대해 과학적으로 시민들에게 알리고 설득하는 작업이 정부나 지자체가 할 일이다. 시민들 역시 쓰레기 에너지화 시설 설치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설치된 시설에서 오염물질이 배출되는지 사업자에게 투명한 공개를 요청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강원도 원주시는 전문가를 포함한 시민협의체를 구성해서 SRF시설과 매립지에 대한 설치를 마쳐 지역내 쓰레기 처리의 지속가능성을 이뤄낸 모범 사례다. 시장, 시의회, 주민들이 과학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견 수렴을 거쳐 얻어낸 결과이고, 최근에는 제천시의 쓰레기까지 가져다 처리하는 적극 행정을 펼치기도 했다.
결국 넘쳐나는 폐플라스틱이 매립 또는 쓰레기 산으로 방치되지 않고 에너지원으로 활용되어 지역에 공급이 될 수 있게 하는 것은 정부·지자체의 리더십과 시민들의 인식 전환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