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파 민중권력당 게이코 후지모리가 마이크를 잡고 연설하고 있다.AP |
초박빙으로 앞선 좌파 후보는 이미 승리를 선언했지만, 우파 후보는 부정 선거를 주장하며 승복하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15일 페루 국가선거관리사무국(ONPE) 웹사이트에 따르면 좌파 자유페루당 페드로 카스티요 후보 득표율은 50.125%, 우파 민중권력당 게이코 후지모리는 49.875%다.
개표 과정에서 재검토 대상으로 분류됐던 투표용지를 포함해 모든 표를 합산한 최종 결과다.
두 후보의 격차는 불과 0.25%p, 표 수로는 4만 4058표다.
당국은 아직 당선자를 공식 발표하지는 않고 있다.
후지모리 후보가 선거 부정 의혹을 제기하며 약 20만표에 대해 무효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후지모리 후보는 트위터에 "깨끗한 선거, 모든 부정 의혹이 확인되는 선거를 요구하는 것뿐"이라며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반면 카스티요 후보는 이날 선거 당국을 향해 불확실성을 없애기 위해 조속히 결과를 발표하라고 촉구했다.
당국이 후지모리 측 주장을 받아들일지를 검토한 후 최종 당선자를 가리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며칠에서 길게는 몇 주도 걸릴 수 있다고 전했다.
팽팽히 맞서는 카스티요 후보와 후지모리 후보는 서로 양극단에 있는 인물이다.
카스티요 후보는 페루 북부 카마마르카의 문맹 농부 부모 아래서 태어나 고향 초등학교에서 25년간 아이들을 가르쳤다.
정치인으로서는 2017년 페루 교사들이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벌인 총파업 시위를 주도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번 대선에서 카스티요는 초반 여론조사 한 자릿수 지지율로 주목받지 못했다가 막판 지지자들을 끌어모아 깜짝 1위를 차지했다.
후지모리 후보는 유력 보수정당 민중권력당 대표이자 대선 3수생이다.
그는 1990∼2000년 집권한 일본계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장녀로 부모의 이혼 후 19세 나이에 페루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의 아버지인 후지모리 전 대통령은 임기 중 인권 범죄 등 혐의로 25년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후지모리 후보는 2011년과 2016년 대선 모두 결선에서 근소한 차이로 2위를 차지했다.
두 후보의 공통점은 둘 다 반대 세력이 상당하고 논란도 많은 인물이라는 점이다.
딸 후지모리는 아버지 후지모리 전 대통령의 인권 범죄와 부패 전력, 그리고 자신의 부패 혐의로 상당한 반감을 샀다.
카스티요의 경우 급진 좌파 정권이 들어서면 페루가 베네수엘라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불안감을 안겼다.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지지층에 누가 당선되든 상대 지지층에서의 반발이 예상돼 후폭풍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후지모리 후보는 대선을 앞두고 부패 혐의로 기소된 상태라 대통령 면책특권을 얻지 못하면 최고 30년 형을 받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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