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전력산업, 4차산업혁명 대응력 높여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6.17 10:17

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박진표 변호사

▲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현 시점에서 평가할때 우리나라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을 통틀어 글로벌 초일류에 도달한 대표적 산업은 반도체산업이다. 최근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이 세계 곳곳에서 자동차 생산 중단을 초래하고 있다는 기사가 연일 보도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향한 역사의 도도한 흐름에 맞추어 정보통신(IT) 기술과 무관한 듯 보였든 수많은 제품에서 전자화가 진행되어 왔고, 그와 같이 전자화된 수많은 제품에 반도체가 탑재되어 왔던 것이다. 급기야 반도체는 미중 패권경쟁의 핵심영역으로까지 부상하였다. 바이든 행정부는 국가안보 차원에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세계 주요 반도체회사에 대하여 미국 내에 대규모 공급망을 구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글로벌 초일류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국내 산업은 비단 반도체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정보기술(IT) 산업은 이미 고도화 단계를 넘어 소셜네트워크, 플랫폼,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기술에 힘입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에는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연계하는 메타버스 기술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각광을 받고 있다.

돈의 흐름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투자자들 또한 IT 주식에 깊은 애정을 보이고 있다. 2020년 매출 5.3조 원(이하 연결 기준), 영업이익 1.2조 원인 네이버의 최근 시가총액은 61조원 수준이며,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의 개발사로서 작년 매출 1.7조 원, 영업이익 7739억 원인 크래프톤은 기업공개(IPO) 시 예상기업가치가 20∼30조 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반면 기억이 어렴풋한 과거 한때 IT 산업에 맞먹는 산업으로 평가받았던 우리나라 전력산업은 어떠한가. 정부의 과도하고 불투명한 요금 규제와 시장 개입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전력산업의 맏형인 한전이 작년 매출액 58.6조 원, 영업이익 4.1조 원의 양호한 실적을 거두었음에도 불구하고, 시가총액이 16.8조 원 수준에 불과한 것은 이런 요인이 작용한 때문이다.

한전의 주가는 1차적으로는 투자자들의 관심사항이다. 하지만 당장의 주가나 재무실적보다 전력산업의 미래 생존가능성에 초점을 두어야 할 전력산업 종사자 또는 관계자에게도 한전의 지나치게 낮은 주가는 우려스러운 점이다. 어쩌면 우리나라 전력산업이 낮은 기대수익으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아 영원히 낙후된 산업으로 전락해 버릴 수 있다는 징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고자 미국 연방대법원은 공익산업 요금규제 사건에서 ‘요금이 투자자의 자본을 유치할 수 있는 수준인가’를 요금규제의 위헌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제시하였다.

사실 전력산업의 미래와 관련하여 더욱 걱정스러운 점은 머지 않은 미래에 우리나라 전력회사들이 4차 산업혁명 기술로 중무장한 해외 전력기업들 또는 플랫폼기업들의 침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사태를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방송산업의 경우 막대한 양의 컨텐츠로 무장한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기존 방송사들의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해외 전력기업들은 선진적인 전력시장의 기반 위에 가상발전소, 수요관리(demand management) 등 신기술과 파생금융상품 등 금융기법을 접목한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전력산업의 문을 두드리려 할 것이다. 선진 전력산업은 새로운 기술을 한껏 수용할 수 있는 개방적 구조에 기반하여 새로운 전력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고, 이것이 전력산업 생태계의 변화를 더욱 촉진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내고 있다.

거대한 자본력을 갖춘 해외 플랫폼기업들은 전력산업의 구조를 아예 플랫폼 형태로 전환시키려 할 것이다. 이들은 발전소 내지 이용자와의 접점에서 획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최첨단 기술을 활용하여 전력 공급과 수요를 예측하고 실시간으로 조절하는 기술을 확보할 수도 있다. 이때가 되면, 전력산업은 IT 산업 그 자체가 되어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 전력산업이 초일류로 가는 길은 자명하다. 하루빨리 새로운 IT 기술을 융합하여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올라타야 한다. 에너지전환은 발전원의 전환뿐만 아니라 전력수요방식의 전환, 전력공급체계의 전환을 포괄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력산업 생태계가 꽃피울 수 있는 전력산업 거버넌스의 재구축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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