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證, 숨쉬듯 투자도 쉽고 편하게...‘오투앱’ 호평
KB證, 금융투자상품쿠폰 인기몰이...판매액 120억 돌파
빅테크 증권업 진출 가속, 비대면 거래 급증...서비스 문턱↓
일각선 ‘토스 열풍’ 지속 미지수 지적...충성고객 확보 관건
|
▲여의도 증권가 전경. |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최근 국내 증권사들이 모바일트레이딩서비스(MTS) 등 개인투자자 눈높이에 맞춘 각종 서비스들을 선보이고 있다. 과거에는 증권가가 내놓은 서비스들이 소비자들 눈높이에 부합하지 않거나 진입장벽이 높다는 이유로 별다른 호평을 받지 못했지만, 최근에는 동학개미 운동을 계기로 주식투자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증권사들 역시 ‘혁신 DNA’ 심기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 투자도 숨쉬듯 편하게...삼성증권 ‘오투’ 호평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이 최근 출시한 간편투자 애플리케이션(앱) O2(오투)는 주식투자를 처음 하는 고객들이 쉽고 재밌게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오랜 기간 고심 끝에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오투는 ‘오늘의 투자’의 줄임말로 초보자들도 숨 쉴 때 산소(O2)를 마시듯 쉽고 편하게 투자를 하라는 바람을 담았다. 또 서비스 명칭에도 ‘삼성’ 브랜드를 과감하게 빼 투자자들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했다.
|
▲삼성증권 간편투자앱 오투. |
삼성증권은 오투에 대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 2월부터 두 달 간 베타서비스에 참여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도 진행했다. 기존 MTS인 엠팝(mPOP)과 차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피드백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 결과 오투는 기존 삼성증권 MTS 대비 전체 메뉴 수는 크게 줄었고, 자주 쓰는 기능은 한 화면에 모아 투자에 대한 직관성과 편의성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주식, 해외주식 주문 화면이 따로 있는 다른 증권사 앱과 달리 오투는 주식 메뉴 한 화면에서 국내외 주식 주문이 모두 가능하도록 구현됐다. 삼성증권 측은 "비대면 거래 증가로 플랫폼에 대한 고객의 니즈가 달라졌다는 내부적인 판단이 있었다"며 "주린이, 투린이도 쉽게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오랜 기간 고심 끝에 플랫폼을 선보이게 됐다"고 설명했다.
◇ 금융투자상품쿠폰도 인기몰이...박정림 사장 ‘혁신서비스’ 의지
플랫폼뿐만이 아니라 증권사들이 개인투자자를 겨냥해 내놓은 상품들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3월 선보인 금융상품권은 올해 3월 말 현재 380만장이 판매됐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1820억원어치다. 해당 상품권은 주식,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발행어음 등 다양한 금융상품에 투자할 수 있는 온라인 상품권이다. 카카오톡 선물하기 플랫폼을 통해 커피쿠폰처럼 쉽게 지인에게 선물할 수 있다. 투자자는 받은 상품권으로 자유롭게 해당되는 금액만큼 상품을 골라 투자할 수 있다.
|
▲지난 4월 서울 여의도 파크원 빌딩에 조성된 M-able Land Tribe의 스마트오피스 오픈 기념식에서 KB증권 박정림 사장(왼쪽 두번째)과 하우성 M-able Land Tribe장(왼쪽 첫번째)이 신개념 회의실인 Agile lab의 활용방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KB증권은 박정림 사장이 플랫폼 기반의 신규 사업과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를 강조하면서 최근 접근성을 낮춘 새로운 혁신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지난 3월 29일 출시한 금융투자상품쿠폰이다. 쿠폰은 온라인 쇼핑몰 11번가와 이베이(G마켓, 옥션, G9)를 통해 출시한 지 불과 3개월여 만에 판매액 120억원을 돌파했다. 쿠폰 이용고객의 60% 이상이 온라인 쇼핑에 익숙한 2030 고객이라는 점에서 주식 투자를 처음 시작하는 MZ 세대 니즈에 부합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KB증권은 지난해 자산관리 서비스의 사각지대였던 소액투자자와 온라인 고객들을 대상으로 구독 경제 모델인 ‘프라임 클럽 서비스’를 런칭해 16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했다. KB증권이 소액투자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비대면 서비스를 선보일 수 있었던 건 기존 증권사에서 보기 어려운 ‘조직 혁신’이 바탕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MTS, 프라임클럽 등 비대면 서비스를 담당하는 조직인 ‘M-able Land Tribe(이하 마블)’ 조직은 여의도 파크원 빌딩 29층에 위치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자율좌석제, 재택근무 상시화 등을 지원한다. 직원들이 획일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고객 관점에서 편리하고 혁신적인 서비스들을 발굴하기 위해서는 조직부터 혁신해야 한다는 박 사장의 지론이 바탕이 됐다. KB증권은 위계질서 위주의 수직적 조직문화에서 역할 위주의 수평적 기업문화로 변화시키기 위해 마블 조직 내 임원실도 과감히 없앴다. KB증권 측은 "직원들이 (수평적 분위기에서) 활발하게 의사소통을 하다 보니 혁신 상품에 대해서도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 토스증권 ‘MTS’ MZ 세대 투자 새바람...충성고객 확보 관건
|
이렇듯 증권사들이 소액투자자를 대상으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 동학개미운동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인한 비대면 거래 급증이 바탕이 됐다. 증권사들은 기존에 고액자산가 위주로 서비스를 내놨지만, 최근에는 저성장, 저금리로 투자 연령대가 낮아지면서 개인투자자 중심으로 혁신 서비스에 대한 니즈가 커진 것이다. 여기에 토스가 강력한 플랫폼을 무기로 선보인 MTS가 2030 세대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은 점도 기존 증권사들의 혁신 열풍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토스증권은 지난 3월 15일 밀레니얼 세대와 초보 투자자를 겨냥한 MTS를 공개한 이후 현재까지 900만명이 넘는 개인투자자를 확보했다. 더 나아가 토스증권은 3분기 중 해외주식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토스증권이 초반에는 편리함을 무기로 투자자들의 이목을 끄는데 성공했지만, 이 열풍이 기존 증권사를 뛰어넘을 정도로 오랜 기간 지속될지는 미지수라는 의견도 나온다. 초보 투자자들이 향후 주식투자에 익숙해지는 시점이 오면 풍부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자산관리, 세무, 연금 등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존 증권사들에게로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국내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MTS가 편리하다는 이유로 일시적으로 신규 계좌 개설 건수가 늘어날 수는 있지만, 일회성 고객이 아닌 충성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다 고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토스증권 등 빅테크 증권사들의 등장과 별개로 최근 급증하고 있는 초보 투자자들과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현재 증권사들의 가장 큰 고민"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토스증권이 밀레니얼 세대와 초보 투자자들에게 새로운 모바일 증권사가 되겠다고 공언한 만큼 토스증권만이 할 수 있는 독창적인 영역을 발굴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투자자의 경험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전문적인 투자정보에 대한 수요는 커질 수밖에 없다"며 "토스와 같은 빅테크 기업들도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빅테크 기업들은 기존 증권사가 제공하는 수준까지 콘텐츠의 양을 늘리기보다는 기존에 나온 리포트와 달리 내용을 전달하는 방식이나 형식 등을 차별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