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국내 4대 금융지주사들이 올해 비은행부문, 디지털 플랫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전면에 내세우며 누구보다 바쁜 상반기를 보냈다. 최근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플랫폼을 앞세운 빅테크 기업들이 금융업 진출에 속도를 내면서 전통 금융사들의 위기의식도 커지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 최고경영자(CEO)의 상반기 성과와 남은 과제 등을 짚어본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
[에너지경제신문 나유라 기자] "KB만의 강점을 살려 고객 중심의 디지털 혁신으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넘버원(No.1) 금융플랫폼, 온리 원(Only One) 금융서비스를 만들어갑시다."(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신년사 중 일부)
2014년 취임한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은 작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주요 금융사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선망의 대상이자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금융권을 뒤흔든 사모펀드 사태에서 모두 비껴간 데다 작년 하반기 3연임에 성공하며 2023년 11월까지 KB금융지주를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다만 윤 회장이 작년 9월부터 줄곧 외쳐온 ‘넘버원 금융플랫폼 기업’으로 도약하기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윤 회장은 남은 하반기 알뜰폰 서비스인 리브엠(Liiv M), 마이데이터 등을 중심으로 고객 중심의 디지털 플랫폼을 혁신하는데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주가, 실적, 리스크관리...윤종규 회장, 경영지표 ‘합격점’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 회장은 상반기 주가, 실적, 리스크관리 등 각종 경영지표면에서 합격점을 받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 회장은 3연임을 사실상 확정한 작년 9월 KB금융지주 주가에 대해 "참담한 수준"이라고 토로했지만 올해 들어 미국발 금리인상 기대감 등에 힘입어 KB금융지주 주가가 30% 급등하면서 금융주 대장주 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 있게 됐다.
이날 현재 KB금융지주 시가총액은 23조6179억원(유가증권시장 18위)으로 신한지주(21조2322억원·유가증권시장 20위)를 앞선다. 1분기 순이익은 1조2701억원으로 지주사 설립 이후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금융지주사 1위 자리를 지켰다.
윤 회장이 올해 KB금융그룹 경영전략 키워드로 제시한 △핵심경쟁력 강화, △ 글로벌 & 신성장동력 확장, △ 금융플랫폼 혁신, △ ESG 등 지속가능경영 선도 △ 인재양성 및 개방적·창의적 조직 구현 등 5가지 방향 역시 대체로 순항하고 있다는 평가다. KB국민은행은 외국계은행 최초로 미얀마에서 현지법인 라이선스를 취득해 KB미얀마은행을 설립했으며, 선진국 시장에서는 홍콩과 뉴욕 지점을 중심으로 기업금융(IB) 영업 활성화를 도모하는 등 글로벌 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이다.
금융플랫폼 혁신, 첫번째 관문은 ‘리브엠 확장’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서비스 ‘리브모바일(Liiv M)’ |
다만 금융권에서는 윤 회장이 줄곧 강조하는 금융플랫폼 혁신을 이루기까지는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윤 회장은 직원들에게 아마존의 사례를 들어 고객 중심을 넘어 고객 집착에 기반을 둔 차별화된 고객 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혁신 플랫폼을 내놔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른 지주사와 달리 KB금융만이 선보이는 차별화된 혁신금융서비스는 단연 알뜰폰 사업인 리브엠(Liiv M)이다. 국민은행의 금융·통신 융합 알뜰폰 서비스인 ‘리브엠’은 금융사가 최초로 이동통신업계에 진출한 사례로 2019년 4월 혁신금융 서비스 1호 가운데 하나로 지정됐다.
업계에서는 KB금융이 알뜰폰 사업에 진출한 가장 큰 배경으로 ‘초개인화 서비스’를 꼽고 있다. 쉽게 말해 알뜰폰 서비스를 통해 확보한 통신 데이터와 자사가 갖고 있는 방대한 금융 데이터를 결합해 초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알뜰폰 사업의 궁극적인 목표라는 것이다.
우선 KB국민은행이 금융 데이터와 결합할 수 있는 유의미한 통신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현재 10만명에 달하는 리브엠 가입자 수를 더욱 큰 폭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과제가 놓여있다. 그러나 당국이 노조 측의 의견을 수용해 알뜰폰 서비스를 비대면 채널을 통해서만 제공하도록 제한한 만큼 향후 고객 수를 늘리기 위해서는 SK텔레콤, KT 등 기존 통신 3사를 넘어 국민은행만이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금융과 통신을 결합한 프리미엄 마케팅을 강구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특히 외부에서 알뜰폰 고객을 신규로 유치하기보다는, 1000만명이 넘는 KB금융의 고객들(그룹 디지털채널 고객 수 기준)을 알뜰폰 고객으로 전환시키는 것을 1차 과제로 삼아야 한다는 시각이다. KB금융이 보유한 핵심 고객들을 알뜰폰 고객으로 유치할 경우 금융과 통신 간에 긍정적인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KB국민은행 |
최근 국민은행은 월 30GB의 데이터를 월 3만원대에 이용할 수 있는 요금제를 출시하는 식으로 리브엠 요금제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기존 통신사의 충성고객들을 리브엠 고객으로 유치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기존 통신 사업자들이 요금제가 저렴한 편이 아님에도 오랜 기간 독과점 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브랜드 가치나 멤버십 관점에서 프리미엄 가치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노력을 했기 때문"이라며 "국민은행 자산가 관점에서 보면 단순 요금제를 몇만원 아끼기 위해 기존 통신사에서 국민은행 리브엠으로 갈아타기에는 명분이 약한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대한민국 국민의 상당수가 국민은행 한 곳 혹은 그 이상의 계열사들과 거래를 하고 있는 점을 활용해 KB금융 고객이기 때문에 받을 수 있는 리브엠 혜택이나 차별화된 서비스 등을 정교하게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국민은행이 다음달 중 리브엠 관련 단말기 대출을 출시하는 것도 이 같은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국민은행은 통신데이터를 바탕으로 대학생, 주부 등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씬파일러에게 대출을 지원하는 방안도 구상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통신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들에게 어떠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지를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다"며 "특화요금제 출시뿐만 아니라 각종 온라인 채널에서 마케팅을 강화해 더 많은 고객들을 유치할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연내 출시를 앞두고 있는 ‘New KB스타뱅킹’ 역시 윤 회장이 공언한 ‘넘버 원 플랫폼 기업 도약’으로의 방향타를 결정하는데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빅테크 기업들의 금융업 진출이 거세지면서 금융플랫폼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이 금융사의 미래 경쟁력을 평가하는데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금융사들은 고객들이 비대면으로 다양한 상품을 접할 수 있도록 앱 성능을 개선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국민은행이 연내 선보일 ‘New KB스타뱅킹’은 인터넷과 모바일 시스템을 분리해 모바일 앱 중심의 운영 독립성을 확보할 방침이다.
또 개인의 연령, 소득금액, 직업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타뱅킹 페이지 안에서 맞춤 상품 또는 서비스를 제안하는 개인화 서비스도 준비 중이다. 국민은행 측은 "핵심 금융플랫폼 중심의 과감한 혁신을 통해 그룹 주요 앱의 종합금융플랫폼화를 추진하고, 종합자산관리 서비스 차별화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New 스타뱅킹은 KB금융 계열사와 공공기관 및 핀테크 업체와도 연결할 수 있는 확장형 종합 플랫폼의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