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원 기업은행장, 국책은행 품격 높였다...디스커버리 해법은 '진행중'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6.28 08:25

기업은행 창립 60주년..여신관행 혁신-中企대출 확대



윤 행장, 전국 중소기업 현장 방문...애로사항 청취



디스커버리사태 펀드 피해자들, ‘100% 보상’ 촉구



"신뢰회복 특단대책 절실" VS "배임 이슈 고려해야"


[편집자 주] 국내 금융사들이 올해 비은행부문, 디지털 플랫폼,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전면에 내세우며 누구보다 바쁜 상반기를 보냈다. 최근 네이버, 카카오, 토스 등 플랫폼을 앞세운 빅테크 기업들이 금융업 진출에 속도를 내면서 전통 금융사들의 위기의식도 커지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주요 금융사 최고경영자(CEO)의 상반기 성과와 남은 과제 등을 짚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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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원 기업은행장이 지난 3월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서 신입행원들과 실시간 온라인 대화시간을 갖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낙하산 인사라는 타이틀을 벗고 작년 초 취임 이후 국책은행의 품격을 높이며 안정적으로 기업은행을 이끌고 있다. 윤 행장은 취임 직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경영난에 빠진 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중소기업 대출을 대폭 확대했다. 또 전국에 있는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현장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이를 기업은행 경영에 적극 반영한 점도 윤 행장의 주요 성과로 꼽힌다.

다만 기업은행이 판매한 디스커버리 펀드 사태와 관련해 투자자들이 투자원금 전액 보상을 요구하며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는 점은 윤 행장이 풀어야 할 주요 과제로 꼽힌다. 지난해 사모펀드 사태를 계기로 국내 금융사들이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기업은행 역시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코로나19 중소기업 대출 확대...‘초일류 금융그룹’ 도약 박차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로 창립 60주년을 맞이한 기업은행은 윤 행장의 취임을 계기로 혁신금융, 바른 경영을 중심으로 초일류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기업은행은 윤 행장의 주도 아래 기술력과 미래가능성 중심으로 여신 관행을 혁신하고 모험자본 공급을 확대하는 한편 성장단계별 맞춤형 지원체계를 구축해 혁신금융의 기반을 확립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기업은행은 코로나19로 경영난에 빠진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작년부터 중소기업 대출을 대폭 확대했다. 올해 3월 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192조1000억원으로 작년 말 대비 5조3000억원(2.8%) 증가하며 200조원에 육박했다. 중소기업금융 시장점유율은 23.11%였다. 모험자본 공급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지난해 모험자본 3307억원을 공급한데 이어 올해 들어서는 4월 말 기준 1800억원 규모의 모험자본을 공급했다. 올 들어 모험자본 공급 규모는 1년 전보다 127% 증가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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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 본점.


기업은행이 중소기업 대출과 모험자본 공급액을 대폭 확대한 배경에는 윤 행장의 의지가 컸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분석이다.

윤 행장은 수도권은 물론 강원도, 전북 전주, 부산, 경남 양산 등 전국의 혁신기업 현장을 직접 방문해 지역경기 상황을 점검하고 거래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특히 윤 행장은 현장에서 청취한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경영에 즉각 반영했다. 최근 기업은행이 출시한 듀얼 카드 ‘CEO 카드’가 대표적이다. 듀얼카드는 개인카드와 기업카드를 하나로 합친 카드로, 이용 금액에 따라 무제한으로 적립된 포인트를 전 세계 항공권 구매, 국내 골프장 그린피 결제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윤 행장은 "기업 CEO들에게 특화된 전용카드가 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내고 상품 서비스부터 카드명, 디자인까지 개발 과장을 직접 챙겼다. 더 나아가 기업 CEO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해 기업인들의 선호도가 높은 다양한 기능을 ‘CEO 카드’에 담았다. 기업은행 측은 "중소기업은행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코로나19 특별자금 대출 공급액을 늘리는 등 중소기업 지원에 주력했다"고 밝혔다.


◇ 디스커버리펀드 사태 투자자 갈등 지속...다음달 대규모 집회 예고

금융권에서는 윤 행장이 하반기 풀어야 할 주요 과제로 사모펀드 사태를 꼽고 있다. 은행, 증권 등 대부분의 금융사가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투자자들과 갈등을 조속히 마무리 지은 것과 달리 기업은행은 디스커버리 사태와 관련해 투자자들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기업은행은 이달 11일 디스커버리 사모펀드 투자 손실액의 최대 80%를 배상하라는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 배상 조정안을 수용하기로 했다. 기업은행은 금감원 분조위 결정과 관련해 다음달 1일까지 분쟁조정 신청인을 대상으로 협상을 진행하고, 나머지 피해자들에 대해서도 분조위 배상기준(40~80%)에 따라 자율조정 등의 방식으로 처리한다.

그러나 디스커버리펀드 투자 피해자들은 기업은행을 향해 원금 100% 보상을 촉구하며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분조위 신청인들은 기업은행의 배상안을 수용하지 않는 방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디스커버리펀드 투자 피해자들로 구성된 사기피해대책위(이하 대책위)는 오는 29일 서울 을지로 IBK파이낸스타워에서 디스커버리펀드 원금 100% 보상을 요구하는 내용의 소규모 집회를 연 데 이어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체계가 적용되는 다음달부터는 참여 인원을 늘려 대규모 집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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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 피해자들이 디스커버리 펀드 100% 배상을 촉구하게 된 배경에는 최근 한국투자증권의 발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달 중순 라임, 옵티머스를 비롯해 디스커버리, 팝펀딩(헤이스팅스), 피델리스무역금융 등 10개 사모펀드(약 1584억원·806계좌)의 가입 고객 전원에게 투자원금 대비 손실액을 전액 보상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또 불완전판매 뿐만 아니라 설명서상의 운용전력과 자산이 불일치하는 경우 등도 모두 보상하는 식으로 보상 기준도 재정비했다. 단 한국투자증권이 고지한 대로 펀드 투자가 이뤄진 경우 시장 상황에 따라 손실이 발생해도 이는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책위 측은 "기업은행과 똑같은 펀드를 판매한 한국투자증권이 투자원금의 100%를 보상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에서 40~80%를 배상하겠다는 기업은행의 결정을 누가 수용하겠냐"라며 "기업은행 역시 투자자의 자기책임 원칙을 인정하는 선에서 피해 투자자들과 사적 화해를 통해 보다 진심을 담은 결단을 내리길 바란다"고 밝혔다.


◇ "고강도 소비자 보호 대책 마련" VS "배임 이슈 등 고려해야"

업계에서는 작년부터 잇단 사모펀드 사태에 연루된 금융사들이 소비자 보호를 위해 특단의 대책을 발표한 만큼 기업은행 역시 보다 강도 높은 소비자 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미래에셋금융그룹은 사모펀드 사태에 연루되지 않았음에도 계열사 CEO들이 한 자리에 모여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경쟁력 있는 금융상품만 판매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모펀드 투자자들이 기업은행의 배상안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가장 난감한 쪽은 영업현장 일선에서 근무하는 내부 직원들"이라며 "소비자들이 구매한 물건에 결함이 생길 경우 제조사가 아닌 판매사들이 1차적으로 책임을 지는 것처럼 기업은행 역시 고객 신뢰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자신들이 판매한 펀드로 인해 피해를 본 투자자들을 위해 보다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융사들이 판매한 모든 사모펀드 사태에 대해 100% 배상을 결정할 경우 향후 또 다른 금융사고가 발생할 경우 잘못된 선례를 남길 수 있고, 배임 등 법적 이슈에 연루될 수 있는 만큼 보다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같은 펀드라고 해도 투자자마다 불완전판매 이슈나 투자 성향 등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투자증권이 배상한 점을 들어 다른 금융사들도 배상해야 한다는 논리는 다소 이해하기 어렵다"며 "금융사들은 향후 배임 이슈 등도 고려할 요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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