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경제 송재석 금융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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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적인 경기 회복 추세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 및 가계여신 건전성에 대한 우려, 금융산업 다변화로 인한 경쟁 범위 확대 등으로 은행 산업의 성장성이 당분간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성장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은행들은 새로운 수익 모델 발굴,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 등을 통해 지속 성장을 추구할 것이다."(2012년 6월 A 금융지주사 반기보고서 중 일부)
지난해부터 이어진 증시 활황 속에서 가장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은 종목을 꼽으라면 단연 카카오와 네이버일 것이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면에 대표적인 비대면 수혜주로 주목을 받으면서 주가가 상승세를 탔다. 작년 1월 3일 3만500원에 불과했던 카카오 주가는 이달 현재 15만4500원으로 5배 넘게 급등했고, 같은 기간 네이버도 18만1500원에서 41만원으로 126% 올랐다. 두 종목 모두 작년 초부터 이달까지 코스피 수익률(51.75%)을 큰 폭으로 상회한다.
카카오와 네이버의 활약은 한국 금융시장에서도 단연 화제였다. 오는 9월 출범하는 토스뱅크를 포함한 빅테크들은 거대 온라인 플랫폼을 등에 업고 무서운 속도로 금융시장에서 영역을 확장했다. ‘고객중심’ 모바일 사업모델은 2030 세대를 중심으로 혁신금융서비스라며 호평을 받았다. 빅테크의 도전장에 기존 금융사들은 디지털, IT를 중심으로 인력 채용을 늘리는 한편 이들과의 협업도 마다하지 않았다. 금융권은 금융당국이 빅테크에 대해서만 유독 규제 문턱이 낮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실제 작년 7월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은성수 금융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빅테크 진출에 따른 형평성 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빅테크의 금융시장 진출은 국내 금융사들에게 미래 금융시장의 주인공은 더 이상 기존 금융사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을 알리는 ‘위기의 전조’와도 같았다.
국내 자산시장에서 조연에 불과했던 2030 세대가 코로나 19여파 이후 부동산, 증시, 가상화폐 시장의 주류로 떠오르면서 금융사들은 한시도 긴장을 놓지 못했다. 빅테크와의 생존 경쟁에서 언제든지 뒤쳐질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과거 자산시장의 큰 주류였던 5060 세대의 금융사 CEO들도 최근에는 MZ세대가 열광하는 앱들을 직접 사용하며 자사 플랫폼의 단점과 개선 방안 등을 직원들에게 주문한다는 후문이 들릴 정도니 말이다.
물론 빅테크의 금융업 진출과 그 파급력이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고 강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모두가 빅테크의 혁신만을 바라볼 때 우리가 한 가지 간과하는 사실이 있다. 우리나라 전통 금융사들은 수십 년 전 출범 직후부터 2021년 현재까지 매 순간이 도전이었고, 위기였다는 것이다.
이는 금융사들의 사업보고서만 봐도 알 수 있다. A 금융지주사는 2012년 반기보고서에서 ‘금융산업 다변화로 인한 경쟁범위 확대 등으로 은행산업의 성장성이 당분간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 금융지주사는 올해 5월에 발간한 분기보고서에서도 ‘빅테크와 Challenger Bank의 금융업 진출이 확산됨에 따라 금융산업 내 경쟁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명시했다. 표현이나 단어 등은 다소 바뀌었지만 10년 전, 그리고 지금도 전통 금융사들은 수많은 경쟁과 도전에 노출됐다는 것을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내 시중은행들은 100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2030 세대에서 호평을 받고 있지만,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 등 국내 대형 시중은행은 수십년간 우리나라 국민들의 지지를 받으면서 성장했다. 전통 금융사의 역사도 결코 가볍지 않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코로나19 위기까지 국내 자본시장의 역사는 전통 금융사들의 역사였다. 위기를 겪을 때마다 국내 금융사들은 더욱 단단해졌다. 이는 다시 말해 빅테크 기업들의 금융업 진출과 이에 따른 작금의 패권전쟁에서 국내 금융사들은 충분히 겨뤄볼 만한 저력이 있다는 것이다.
전통 금융사 입장에서 비금융 사업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국민은행이 알뜰폰 사업을 영위하고 있고, 신한은행은 연내 음식배달 플랫폼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하나은행은 중고차 직거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우리은행은 택배서비스를 선보일 것으로 전해졌다. 시중은행의 비금융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고객 기반형 금융 서비스 등 시중은행이 갖고 있는 강점을 비금융 사업과 얼마나 잘 결합하는지에 따라 달려있다. 빅테크가 플랫폼을 무기로 갖고 있다면 시중은행은 풍부한 고객 기반을 바탕으로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뛰어난 역량과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이런 와중에 이달 25일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3300선을 돌파한 점은 국내 금융시장에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금융위원회가 은행과 은행 지주회사에 대한 자본관리 권고 조치를 연장하지 않고 예정대로 6월 말에 종료하겠다는 발표가 나오면서 국내 금융주도 강세를 보였다. 은행권의 배당 제한 조치가 풀리면서 주주환원정책을 강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된 것이다. 국내 증시가 박스피라는 오명을 벗고 사상 처음으로 3300선을 뚫은 것처럼, 국내 전통 금융사들도 소비자 보호와 플랫폼 혁신에 더욱 고삐를 조여 자본시장의 새로운 역사에 한 획을 긋기를 바란다.
mediasong@ek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