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3법 부작용… 전세시장 이중가격 확산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7.01 15:43

같은 아파트 동일 면적에서 전셋값 천차만별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세 이중가격 차이 4억원 '훌쩍'



전문가, "2년 뒤에도 적용 가능한 장치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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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를 비롯한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같은 아파트 단지 내 동일 면적의 전세가 수억원 이상 벌어지는 ‘이중가격’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임대차3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신고제)’ 도입 이후 전월세상한제에 따라 계약 갱신 시 전세보증금을 최대 5%까지만 올릴 수 있게 된 데 따른 부작용이라는 지적이다.

1일 부동산 빅데이터 전문업체 아실을 통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을 분석한 결과 같은 아파트 단지 내 동일 면적의 전세 가격이 많게는 4억원 가까이 차이를 보였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용면적 84.43㎡)는 지난달 28일 전세 10억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반면 일주일 전인 지난달 21일에는 동일 면적이 전세 5억 2000만원에 계약했다. 4억 8000만원 차이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전용면적 84.99㎡)는 지난 6월 한 달 간 신규 계약 건은 전세 14억원에 계약이 성사됐다. 하지만 갱신 계약 건은 임대차2법(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을 적용받아 지난 28일 전세 9억 1350만원에 계약됐다. 기존 계약 금액에서 5%가 오른 금액이다. 두 계약 건의 가격 차이는 4억 8650만원으로 5억원에 육박한다.

강동구 강일동 강일리버파크7단지(전용면적 84.74㎡)는 같은 단지 같은 동에서도 지난달 5일 갱신 계약 건은 3억 6500만원에, 지난달 28일 신규 계약 건은 2억 8500만원이 비싼 6억 5000만원에 계약이 체결됐다.

강동구 내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갱신계약 건과 신규 계약건의 전세 차이가 너무 커져서 임대인도 임차인도 다들 불만이 많다"라며 "신규 계약하는 집주인들은 집값이 비싸져서 전세금을 높게 올릴 수밖에 없고 세입자들은 요즘 워낙 매물이 없어 보증금이 비싸도 어쩔 수 없이 계약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서울 서부권에서도 이중가격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마포구 공덕동 래미안공덕5차(전용면적 84㎡)는 지난달 26일 갱신계약 건이 6억 7200만원에, 지난달 19일 신규계약 건이 9억 5000만원에 체결됐다. 9억 5000만원은 해당 아파트 전세 최고가다.

강서구 등촌동 등촌주공 3단지(전용면적 58㎡)는 지난달 24일 전세 2억 8000만원에 계약됐다. 2년 전과 같은 가격에 체결됐다. 반면 지난달 19일 옆 동 전세는 4억 50000만원에 계약했다. 해당 매물은 2년 전 3억원에 전세 계약됐다가 지난 1월 매매로 집주인이 바뀌면서 전세가 1억 5000만원 오른 경우다.

강서구 내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2년 뒤에 계약 갱신해야 할 때 5%만 올릴 수 있으니 감안해서 전세를 미리 비싸게 부르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고준석 동국대학교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이중가격 현상은 임대차3법의 부작용이며 앞으로 계속 고착화될 수밖에 없고 신규 계약은 물량이 부족해 가파르게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며 "임대차3법을 없애거나 보완하지 않는 한 이중가격 현상은 계속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계약갱신청구권이 시행되고 있기 때문에 1~2년에 그칠 문제가 아니라 향후 몇 년간은 이중가격이 계속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에서 공급대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단기임대주택 등 정부가 의도한 대로 공급이 되면 전세가격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지만 쉽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이중가격이 저렴한 가격에 거주하는 세입자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이중가격이 나타나는 현상 자체는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고 답했다. 최 소장은 "이중가격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너무 높은 가격이 문제"라며 "전월세상한제가 도입됐기 때문에 낮은 가격의 전세보증금을 내고 세입자들이 보호받을 수 있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갱신계약 2년 후 신규 계약을 하거나 전세 가격을 더 올릴 경우에 대비해야 한다는 데는 전문가들이 한 목소리를 냈다. 여 연구원은 "계약갱신청구권 만료 이후 전세 물건이 높은 시세로 나올 것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최 소장은 "2년 후에도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전세 가격의 급격한 상승을 막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giryeong@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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