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환경부가 공공장소에 설치된 전기차 급속충전기 사용 요금을 오는 12일부터 충전기 출력에 따라 15∼21% 올린다. 현재는 충전기 출력과 무관하게 1kWh당 255.7원으로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지만 12일부터는 충전기 출력이 50㎾인 경우는 1kWh당 292.9원으로 15%, 100㎾ 이상 충전기를 이용할 경우는 309.1원으로 21% 각각 인상되는 것이다.
전기차 운행을 위해서는 일정한 충전요금을 내고, 전기를 구매해야 한다. 정부는 전기차 보급확대를 위해 2016년 3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기본요금 100%, 사용량 요금 50%를 깎아주는 전기차 충전요금 특례할인을 적용해 왔고, 지난해 7월부터는 기본요금 50%, 사용량 요금 30%로 할인폭을 축소했는데 내년 7월부터는 완전히 폐지할 예정이다. 환경부 공공형 급속충전요금도 2016년 3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는 kWh 당 173.8원에서 지난해 7월에는 255.7원으로 인상됐는데 이번에 또 인상된 것이다. 내년 7월 이후에는 2016년 3월 이전요금인 kWh당 313.1원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 같은 충전요금 인상을 놓고 소비자의 불만과 원성이 높고 저항도 크다. 시작단계부터 할인적용 시한이 못 박혀, 이전요금으로의 회귀 사실을 전기차 구매자가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고 하지만 볼멘소리는 여전하다. 그렇다고 소비자만 탓할 수도 없다. 사실 충분한 자율주행 기능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연료만 전기로 바뀐 정도에 불과하다. 환경을 걱정하는 시민의식을 발휘해 전기차를 선택했더라도 실제 온실가스·미세먼지 저감효과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충분히 높아진 20~30년 이후에 나타난다. 더구나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고, 가벼운 정비서비스도 집 주위 카센터에서는 제공되지 않는불편도 크다. 이런 실정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충전요금이 그나마 전기차 구매의 가장 큰 매력 요인이었기 때문에 요금 인상 등에 대해 소비자도 할 말이 많다.
물론 전기차 충전요금 문제는 전기차 이용자의 불만만 고려할 수는 없다. 전기차 충전용 전기도 기본적으로 한전이 공급을 담당한다. 우선 집이나 아파트 등 주로 직접 소비자가 완속 충전하는 경우, 한전과 직접 전기공급 계약을 맺고 자가소비용 요금으로 사용한다.
반면 충전사업자를 통해 공급받을 수 있는데, 충전사업자는 한전으로부터 4가지 유형의 전용 요금제로 전기를 구매, 특히 공용 급속 충전방식으로 충전사업별 별도 요금제를 적용, 소비자에게 재판매한다. 한전은 용량별 기본요금 차등 부과와 함께 최대부하 관리를 위해 산업·일반용처럼 전기차 충전요금에도 계절·시간대별 차등 부과하는 요금제를 적용한다.
그러나 한전이 계절·시간별, 용량별 차등요금으로 판매한 전기를 충전사업자 대부분은 단일요금제로 재판매하고 있다. 모두가 함께 쓰는 전력계통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계시별·용량별 차등요금 적용, 다른 전기 소비를 제약하고 있지만, 충전사업자는 이를 무시하고 단일요금으로 제공, 전기차 이용자가 굳이 충전시간대를 조절하지 않고 편하게 마음대로 충전하게 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한전 요금이 적용되는 완속 충전은 대부분 경부하 시간대에 이루어지지만, 단일요금제 적용 공용 급속충전은 오후 시간대, 특히 최대부하 시간대 충전이 몰리는 경향이 발생하고 있다.
제9차 전력수급계획 등을 통해 지금까지 정부는 국내 전기차 충전시간 패턴이 미국 캘리포니아처럼 경부하 시간대에 집중된다고 보고, 전기차가 크게 늘어도 전력계통에 큰 문제가 없다고 공언해왔다. 한국인 특유 ‘빨리빨리’ 문화, 아파트 중심 주거 형태, 대용량 초고속 급속충전 보급 등과 맞물려 소비자 마음대로 편하게 쓸 수 있는 단일요금제가 그대로 유지될 경우, 오히려 충전패턴이 현재와 같이 최대부하 시간대에 몰릴 수도 있음을 간과한 것이다. 특히 예상치 못한 특정 시간대·지역 배전망에 충전부하의 급격한 폭증으로 연결될 수 있는데도 말이다. 이를 감안하여 현행 공용 급속충전 단일요금제는 계시별·용량별 차등 요금제로의 개선을 검토해야 한다.
어차피 충전요금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만큼 이번 기회에 중장기적 관점에서 전기차 충전요금 제도 개편을 검토할 것을 제안한다. 특히 P4G 정상회담 이후 여당 대표의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 40% 상향 발언으로 2030년 전기차 보급목표를 2배 이상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이 환경부 등을 중심으로 심심치 않게 나오는 상황이다. 이를 고려한다면 제도 개편 필요성이 더욱 높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