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자기책임원리 무시한 중대재해처벌법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7.06 10:34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최준선 성균관대 교수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자기책임원리는 ‘자기가 결정하지 않은 것이나 결정할 수 없는 것에 대하여는 책임을 지지 않고 책임부담의 범위도 스스로 결정한 결과 또는 그와 상관관계가 있는 부분에 국한됨을 의미하는 책임을 한정하는 원리’다. ‘인간의 자유와 유책성(有責性), 그리고 인간의 존엄성을 진지하게 반영한 원리로서 그것이 비단 민사법이나 형사법에 국한된 원리라기보다는 근대법의 기본이념으로서 법치주의에 당연히 내재하는 원리’라는게 법원의 판단이기도 하다(헌재 2017. 5. 25. 2014헌바360). 구체적으로는 헌법 제13조 제3항(연좌제 금지)에 표현되어 있다.

최근 한 매체는 "기업 총수들이 보수ㆍ권한은 듬뿍 챙기면서 책임은 피해고 중대재해법 처벌은 안 받는다"고 지적했다. 거의 선동 수준이다. 모 기업 창업자가 이사회 의장과 등기이사직에서 사임한 것을 질타한 것이다.

국민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세금을 납부해 국가를 살찌우며, 인간의 안락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사업을 일으켜 최고의 제품과 서비스로 봉사하는 기업가를 존경하지는 못할망정 되지도 않는 비난을 한다. 현대인은 100년전의 왕 보다 더 사치스럽고 건강하며 물질적 풍요 속에 행복하게 산다. 1883년 부산에서 인천 제물포까지는 보통 3일이 걸렸고, 풍랑이라도 있으면 5일이 걸렸다. 제물포에서 서울까지 달리면 하루면 충분하지만, 가마를 타면 이틀이 걸리기도 했다. 지금은 부산서 서울역까지 고속열차든 비행기든 3~4시간이면 넉넉하다. 누가 이런 삶을 가능하게 했을까.

한국에서 법률이 국회의원들의 장난감이 된지 오래다. 그 중 최악의 장난감이 중대재해처벌법이다. 형법이 있고 산업안전보건법이 있어 충분히 처벌이 가능한데, 새로운 법을 만들어 기업인을 1년 이상 징역에 처해야 한다는 이 법은 정상이 아니다.

사업주나 경영자는 보통 사고 현장에 있지도 않다. 공장에는 공장장이 있을 뿐이다. 그들이 근로자든 누구든 살해하려고 할 리가 없다. 그럼에도 사업주나 경영자이기 때문에 처벌받아야 한다면 이것은 자기책임원리에 반한다. 언론은 기업 창업자나 그 상속인이 직접 경영을 하지 않으면 책임을 피해 간다고 싸잡아 비난하는데 그렇다면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사업자가 자신이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것도 아닌 죽음에 대해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는 것인가.

사고가 났을 때 처벌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불행한 사태가 발생했으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며 속죄양을 찾는 심리와 똑 같다. 누구에게도 비난을 돌릴 수 없는 경우에는 기업 회장·공무원·시장·심지어는 대통령에게까지 책임을 묻는다. 그렇게 함으로써 희생자 편에 선다는 도덕적 우월감을 느낀다. 사고에 대한 처벌은 강력해야 하고, 지휘라인의 최고위직을 처벌해야 효과가 있다고 믿는다.

고위직 인사 또는 유명인사, 스타급 연예인의 불행을 더 즐기는 고약한 심리는 바로 질투심 때문이다. 국회는 이런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한다. 사고만 터지면 즉각 처벌법부터 만든다. 그리고 마치 할 일을 다 했다는 듯이 돌아서면 잊어버린다. 처음부터 진정성이 없이 차기 선거에서도 자신을 선택해 달라는 유권자에 대한 아부(阿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남이야 권한을 휘두르든 보수를 받든 무슨 상관인가. 보수는 일의 대가이고, 돈을 받을 만하니까 받는 것이다. 기업의 회장ㆍ부회장이 국민 세금을 축내는 것도 아니고, 자기가 창업하거나 직ㆍ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회사에서 무언가를 기여하고 보수를 받는다는데 제3자가 왜 말이 많을까.

더구나 받은 돈을 성실하게 국세청에 신고하고 세금까지 내지 않는가. 받은 보수를 신고하고 세금내고 탈세도 없는데 법적ㆍ윤리적으로도 문제 될 일이 무엇인가. 오히려 한국에서 아무 한 일이 없이 거저 매월 돈 받는 사람도 부지기수 아닌가.

결국 이 모든 것은 반 기업정서의 표출이다. 앞장 서 반 기업 정서를 부추기는 국회와 일부 언론의 행태는 사라져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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