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尹이 던진 폭탄에 與 대권주자 원전정책 입장 갈라질 조짐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7.07 16:02

윤 "탈원전, 장기간 검토·국민적 합의없이 무리하고 성급" 연일 원전정책 이슈화 행보



여, 송영길 당 대표 탈원전 속도조절론 등 경선구도 바꿀 변수로 거론



탄소중립 시대 맞아 상황 바뀐 만큼 원전 필요성 인정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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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연일 문재인 정부의 탈(脫)원전 정책을 비판하면서 여권이 원전 정책을 놓고 균열조짐을 보이고 있다.

7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의 송영길 대표가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등 탈원전 정책 전환에 비교적 유연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당의 주요 대선주자간 탈원전 입장 차이가 서서히 드러나는 모습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원전에 대해 경제논리만 따져서는 안된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명심해야 한다"며 탈원전 지지에 힘을 모으고 있는 반면 정세균 전 총리는 "발전단가와 국민수용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탈원전 정책 속도조절론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정 전 총리의 경우 윤 전 총장 입장과 인식의 궤를 같이 하는 양상이다.

현재 지지기반으로만 보면 송 대표와 이 전 지사는 비주류,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는 주류쪽에 가깝지만 원전 정책 입장에서는 지지기반 성향과 일치하지 않는다.

특히 당 대선 경선을 앞두고 최근 송 대표의 이른바 ‘대깨문’(대가리 깨지더라도 문재인 뜻의 강성 친문세력) 관련 발언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에서 당 대표 및 주요 대선 주자간 원전정책 시각 차이로 당 분란에 기름을 끼얹는 분위기다.

송 대표는 지난 5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지키겠다며 ‘대깨문’이라고 떠드는 사람들이 ‘누가 (민주당 대선후보가) 되면 차라리 야당을 찍겠다’라고 안일하게 생각하는 순간 문 대통령을 지킬 수 없다"고 말해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주류세력들로부터 반발을 샀다.

급기야 이철희 청와대 정무수석까지 가세해 "지지율 40%인 문 대통령과 척져서는 누구도 다음 대선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수석의 이같은 언급은 여권 분열을 경계한 것일 뿐만 아니라 대선을 앞둔 시점에 문 대통령의 레임덕(권력누수) 및 당 영향력 축소를 서둘러 차단하려는 조치로 풀이됐다.

당의 분위기가 이처럼 뒤숭숭한 상황에서 윤 전 총장의 탈원전 정책 비판은 당 분란의 불쏘시개 역할을 하는 폭탄이나 다름 없게 됐다. 특히 9일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신한울 원전 1호기 가동허가안 심의를 앞두고 있다. 준공을 해놓고도 원안위로부터 13차례나 퇴짜를 맞아 1년째 돌리지 못하는 상태다.

신한울 1호기가 이처럼 오랫동안 멈춰선 것은 탈원전 정책의 영향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원안위의 9일 심의에서 가동허가를 받을 경우 대선이 치러지는 내년 3월 상업운전이 개시된다. 2023년 12월에는 신한울 3·4호기 공사재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만큼 대선 본선에서 여야간 정책 대립이 뚜렷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권에서는 이번 경선 정국을 시작으로 앞으로 가면 갈수록 탈원전 정책의 유지와 속도조절을 두고 여권내 의견이 갈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윤 전 총장은 지난 5일과 6일 서울대와 카이스트를 돌며 "탈원전 정책은 장기간 검토와 국민적 합의를 거쳐 진행됐어야 하는데 무리하고 성급했다"고 비판하는 등 원전정책 이슈화 행보에 나서고 있다.

그는 "SMR 개발이나 해외수출 등 원전 산업 생태계 보존은 물론 탄소중립에도 원자력이 중요하다"며 "에너지 정책은 안보와 경제, 저비용 생산이 되어야만 우리 산업 경쟁력, 일자리 창출 가능하다"고 견해를 밝혔다.

또한 "원전 기술과 산업 생태계 한번 망가지면 다시 회복할 수 없는 중차대한 문제"라며 "후쿠시마 사고는 원전이 아닌 일본 지반과 해일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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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이 전 대표는 즉각 "에너지 정책 몰이해가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재생에너지 연구와 상용화는 세계적 추세이며 세계 최초의 상업용 원전을 건설한 영국, 손꼽히는 원전 강국인 미국도 에너지 전환에 앞장서고 있다"며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원전 비용은 점차 증가하는 반면,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은 빠르게 감소하며 그 격차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먼 나라의 일이 아니다"라며 "우리나라 원전 밀집도는 일본의 두 배 넘고 결함과 고장 등을 이유로 불시 정지되는 일이 끊이지 않는다"며 탈원정 정책을 고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 지사도 "원전은 경제논리만 따져 전기세 아끼려 시한폭탄을 방치하는 꼴"이라고 주장해왔다.

다만 송 대표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SMR 개발 등 탈원전 속도조절론을 제기하고 있어 자칫 원전 정책이 여권의 경선구도를 바꿀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 전 총리도 "한미 원전동맹 구축은 축적된 세계 최고 기술의 쾌거"라며 "전 지구적 기후 위기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SMR 산업에 대한 협력 강화 선언은 의미가 크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에너지원의 발전단가와 국민수용성 확보가 병행돼야 하며 이를 고려한 에너지전환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여당 내부에서도 윤 전 총장의 ‘장기검토’, ‘국민합의’에 맞설 정책 대안으로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원전의 필요성을 제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치권에서는 임기 말 문 대통령의 당 장악력이 떨어지며 레임덕이 심화할수록 이같은 현상이 가속화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철희 수석이 송 대표의 ‘대깨문’ 관련 발언 논란에 즉각 반박한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동시에 최근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월성원전 조기 폐쇄 관련자 기소로 여당 내 관련 책임론 제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월성1호기 조기폐쇄가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면 수사, 기소를 왜 방해하고 관련 공무원은 왜 문서를 지우기까지 했을까"라며 "문재인 정부는 60년에 걸친 ‘단계적 탈원전’ 계획이었다고 하는데 월성1호기를 조기폐쇄하고 신한울3·4호기 건설을 중단, 천지1·2호기, 대진1·2호기를 백지화 한 것으로 2017년에 모두 단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에너지업계 전문가들은 현 정부가 원전을 급격하게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계획 탓에 에너지대계가 흔들리고 정치적 논란거리가 됐다고 지적한다. 한 전문가는 "자원빈국인 한국은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춰야 에너지안보 위협을 막을 수 있다"며 "민주당 일각에서도 탈원전 무용론이 나오고 있는 만큼 누가 당선되든 차기 정부 인수위원회에서 원전정책을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jj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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