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출시 예정 통합 대환대출 플랫폼에 은행권 제동
핀테크 대출금리 비교 플랫폼 "수수료 과도" 불만
"은행들 상품공급자 하나로 전락" 우려도
8월 마이데이터 시작…은행권 위기의식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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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송두리 기자] 금융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금융권 통합 대환대출 플랫폼을 두고 은행권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가장 문제를 삼고 있는 부분은 높은 수수료지만, 이면에는 빅테크·핀테크 기업의 금융진출에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으로 읽힌다.
은행들은 그동안 금융당국이 ‘혁신’을 이유로 빅테크·핀테크 기업에 혜택을 주는 것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불만을 표출해 왔다. 앞으로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 등이 본격 시작돼 빅테크·핀테크와 은행권간 경쟁이 더욱 격화되면 지금보다 더한 업권 간 갈등이 터져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오후 대환대출 플랫폼 구축과 관련해 은행권 실무 관계자들이 참여한 간담회를 열고 은행권 의견을 들었다. 은행들이 통합 대환대출 플랫폼에 반발하고 있는 이유 등 업계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였다는 게 은행권 관계자 설명이다.
올초 금융위원회는 올해 업무 계획에서 금융사간 대출 정보를 연결하고 금리를 비교해 대환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해 10월에 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은행을 비롯해 저축은행, 카드, 캐피털 등 모든 금융권이 참여할 수 있도록 금융결제원이 대환대출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내용이다. 대환대출을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금융사간 대출금리 비교 플랫폼은 이미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기업이 만드는 것이 논의된다. 이번 대환대출 플랫폼에 참여 의사를 밝힌 핀테크 기업은 카카오페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NHN페이코, 핀다, 핀크, 뱅크샐러드, SK플래닛, 마이뱅크, 핀셋, 핀테크, 팀윙크, 핀마트 등 12곳이다.
은행들은 핀테크 기업이 구축하는 대출금리 비교 플랫폼에 반발하고 있다. 먼저 수수료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온다. 은행들이 핀테크 기업의 대출금리 비교 플랫폼을 이용할 경우 수수료율은 적게는 0.6%에서 많게는 2%까지 언급되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행 중도상환 수수료율이 최대 1%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플랫폼 이용 수수료는 너무 과도하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대환대출 통합 플랫폼 핵심이 금융결제원 인프라인 만큼 은행권에서는 은행연합회 차원에서 대출금리 비교 플랫폼을 만들자는 요구도 나온다.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은행들이 플랫폼을 만들게되면 수수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단 금융당국이 통합 대환대출 플랫폼을 만드는 것은 핀테크 기업을 비롯해 금융권 전 업권이 참여해 혁신을 이끈다는 취지가 큰 만큼 금융당국이 수용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핀테크 기업의 대출대환 플랫폼이 가동될 경우 은행들은 대출상품을 제공하는 공급자 중 하나로 전락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이미 빅테크·핀테크 기업의 금융 진출 속도가 빨라지면서 기존 은행들은 설 자리가 줄어들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대환대출 비교를 핀테크 기업 플랫폼에서 하게 되면 정통 은행들은 선택을 받아야만 하는 상품 공급자로 전락하게 된다"며 "8월에 마이데이터 시대가 시작되는 것에 더해 금융 시장의 방향성이 빅테크·핀테크 기업으로 흘러가는 것에 대한 위기의식이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은행들 반발이 커지자 핀테크 기업 사이에서는 은행들이 대환대출이 수월하게 제공되는 것에 부담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도 내놓는다. 핀테크 기업의 한 관계자는 "대환대출이 손쉽게 가능해질 경우 고객들이 더 낮은 금리를 찾아 쉽게 이동할 수 있고, 은행들은 부담해야 하는 리스크가 커지기 때문에 대환대출 플랫폼 참여를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대환대출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플랫폼 방향성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대환대출 플랫폼에서 드러난 갈등 상황은 그동안 은행과 빅테크·핀테크 기업 간 쌓여오던 불만이 한꺼번에 분출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은행들은 금융당국이 혁신을 이유로 빅테크·핀테크 기업에 혜택을 주던 것에 이의를 제기하며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비판을 하기도 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앞서 금융지주사들이 인터넷은행 설립에 나서겠다고 한 것도 빅테크·핀테크 기업들의 금융 진출에 대한 위기의식이 반영된 것"이라며 "빅테크·핀테크 기업이 금융 안에서 입지가 더욱 공고해질 수록 두 업권 간 갈등은 더욱 증폭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두리 기자 dsk@ek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