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9160 시대'…‘을과 을’의 사회적갈등 재점화 하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7.14 15:55

지난해 점포 철거 전년 比 240%...자영업 부채도↑



최저임금 경제 지표와 연계 안된다는 지적도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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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밤 박준식 최저임금위원회 위원장이 제9차 전원회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9천160원으로 의결한 뒤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유예닮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이 올해(8720원) 보다 5.1% 오른 9160원으로 결정된 가운데 2018년과 2019년에 걸쳐 약 26% 오를 당시 벌어졌던 소상공인과 저임금 노동자 간의 ‘을과 을’의 갈등이 재점화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경영계와 노동계가 모두 지난 12일 9160원으로 결정된 내년도 최저임금을 두고 모두 불만을 제기하고 있어서다.

경영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소상공인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데 최저임금 까지 올라 부담스럽다는 입장이고, 노동계는 저임금 노동자의 고통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최저임금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소상공인과 저임금 노동자들이다.

소상공인들은 코로나19 이후 지속적인 경영난에 시달려왔다. 실제 중소벤처기업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의 점포 철거 지원 건수는 1만1535건으로 전년(4583건) 대비 240% 가량 증가했다

또 한국은행 가계부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영업자 대출 잔액이 1년 전 684조원보다 118조원(17.3%)이나 증가하기도 했다. 상당수의 자영업자들이 대출을 통해 업장을 유지하거나 폐업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

이런 상황에 소상공인들과 자영업자들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동계도 할 말이 많다. 지난해와 올해 사실상 동결 수준의 최저임금을 감당해왔는데 우리만 계속 고통을 감내해야 하느냐는 호소다.

이와 관련 최저임금위 공익위원 간사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는 "코로나19 위기의 직격탄을 맞은 사람이 소상공인과 중소 자영업자이지만, 저임금 근로자도 어려웠다"며 "(이들의 임금을) 낮은 임금 기조로 끌고 가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사태의 고통을 저임금 노동자에게 전가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또 민주노총은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현 정부의 공약이 희망고문이었다며 "유감을 넘어 분노한다"고 밝혔다.

이런 ‘을’들의 분노는 최저임금 제도 자체의 문제라는 지적도 니온다.

전경련 관계자는 "한국의 최근 5년간(2018~2022) 최저임금 상승률이 7.2%인데, 경제성장률이나 노동생산성이 이를 뒷받침해 주지 못하고 있다"며 경제 지표와 최저임금이 연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한국의 2018년과 2019년 경제성장률은 각각 2.9%와 2.2%다. 연평균 최저임금 상승률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코로나19가 본격화한 지난해에는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0.9%를 기록했는데 이를 포함하면 경제성장률과 최저임금 상승률의 격차는 더 벌어진다.

또 한국의 최저임금과 노동생산성 간의 괴리도 존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실질 최저임금은 8.9달러로 OECD 회원국 가운데 12위다. 반면 노동생산성은 43달러로 26위다. 노동생산성 대비 최저임금이 높다는 의미다.

한 경제전문가는 "저성장시대에 근로자 임금의 기초가 되는 최저임금만 큰 폭으로 오르다 보니 경영계가 반발하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가 선심 쓰듯 최저임금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업종별로 최저 임금을 산정하는 게 ‘을’들의 갈등을 막는 방법 중 하나다"라고 말했다.
yyd0426@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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