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급락했던 국제유가, 유연탄·LNG가격 일제히 상승하며 SMP도 급등
-원전가동률 낮아지면 실적 악화 불가피…연료비 연동제 운영 실효화 목소리 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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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전력거래소] |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한국전력의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연일 폭염에 따른 전력 판매 수입 증가의 기대감 속에도 연료비 상승 등 대외 불안 요인들이 늘고 있어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여파로 급락했던 국제유가와 유연탄, 액화천연가스(LNG)가격이 오르면서 전력도매가격(SMP)도 급등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분기별 발전 연료비 변동분의 전기요금 반영을 위해 올해 도입된 전기요금 연료비 연동제 운영의 실효화 목소리가 높다.
한전은 연료비 연동제 도입 이후 연료비가 상승했고 그 사이 전기요금 조정 기회가 두 차례 있었음에도 정부의 요금 동결 지침에 따라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했다.
한전은 2018년과 2019년 2년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했으나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올해 1분기에도 영업이익 5716억원을 올렸다. 다만 이같은 호실적 원인을 자체적인 경영 개선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왔다. 코로나19 이후 저유가에 바탕한 연료가격 및 SMP 하락, 발전단가가 저렴한 원전 가동률 증가 등 외부요인의 영향이 컸다는 것이다.
국제유가가 오르고 탈원전 정책에 따라 원전가동률이 줄어들면 언제든 역성장을 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실제 코로나 백신 보급 등으로 글로벌 경기가 서서히 회복조짐을 보이면서 국제유가가 상승 추세를 보이고 있는 올해는 지난해 같은 호실적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이미 올해 초 배럴당 50달러에 불과했던 국제유가는 6월부터 70달러를 넘어선 상태다.
정부가 탈석탄 정책을 펼치는 가운데 최대 전력수요도 상승해 LNG발전소 가동률도 늘어나고 있는데 연료가격이 급등하면서 SMP도 80원대를 웃돌고 있다. SMP 결정에서 LNG 비중이 높아지며 유가의 영향력이 강화되는 상황이다. 국내 LNG도입가는 국제유가를 3개월 정도 후행한다. 현재 아시아 LNG 7∼8월물 스팟 가격은 2월 대비 2배이상 높은 백만BTU(열량단위)단 11.7달러 수준이다.
한국과 일본, 중국 등 아시아 3국이 탈(脫)석탄을 골자로 한 탄소중립 정책을 선언하면서 앞으로 LNG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전망이다. 현재 정부는 석탄과 원전 비중을 낮추고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늘리는 탈석탄·탈원전 정책을 추진 중이다.
문제는 태양광·풍력 발전은 아직 단독으로 사용할 만큼 안정성이나 효율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날씨나 계절에 따라 발전량이 들쭉날쭉하기 때문에 보완해줄 보조 발전원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결국 석탄과 원전의 공백을 LNG가 메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LNG는 석탄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은 적지만 전량 해외에서 수입하는 데다 가격 변동성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우리나라는 LNG 수요가 늘면서 비싼 현물 가격을 내고서라도 재고를 쌓아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최근 석탄 가격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2020년 11월만 해도 호주산 유연탄 가격은 톤당 64달러 수준이었다. 하지만 12월 들어 80달러로 급등한 이후 꾸준히 강세를 나타내며 6월 기준 120달러까지 도달했다. 석탄발전업계는 상한제약과 연료비 상승이라는 이중고에 직면한 상태다.
한전이 발전 자회사와 민간회사로부터 구매한 전력의 단가는 지난 5년 동안 평균치가 kWh당 원자력 62원, 석탄 80원, LNG 110원, 태양광 168원 정도다. 이 중 5년간 원가 변동 폭이 가장 큰 발전원은 LNG다. LNG 발전원가의 큰 변동에 따라 한전의 연평균 전력 구매단가도 지난 5년간 80~90원 사이에서 변했다. 그 평균은 84원이다.
지난 5년간 누진제 조정 이외에 전기요금 체계 변동은 크게 없었기에 전력 판매단가는 110원 선에서 유지됐다. 평균적으로 한전은 84원에 산 전력을 110원 판매했다. 그 차액에서 송배전과 운영에 드는 비용을 뺀 금액이 한전의 수익이 된다.
전력업계에서는 연내 SMP가 100원/kWh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한전의 구매가격이 높아지면서 수익이 악화될 가능성이 커지는 셈이다. 증권가에 따르면 SMP 변화에 따른 한전 영업이익 민감도는 1원/kWh 상승에 연간 2300억 원 감소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이례적 폭염으로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LNG의존도가 높아지면 공급 부족에 따라 가격이 급등하기 쉽고, 이는 전기료 상승 등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우려한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송과 난방 분야에서 화석에너지를 전력으로 대체해 에너지 사용의 전기화율을 높이고 그 전력은 무탄소 전원으로 공급해야 한다"며 "재생에너지는 원자력과 더불어 무탄소 전원이지만 아직 불안정하며, 전기료 부담과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LNG 또한 탄소 중립 실현에 역행하는 선택이다. 한전이 연료비 연동제로 LNG 확대의 길을 열어 놨더라도 이는 오래 갈 수 있는 길이 아니다. 원자력 회복이 가야 할 길"이라고 말했다.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