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소송 불확실성 제거...수주 잔량 쌓이고 정부지원 호재도
분사 이후 IPO 통해 자금 조달...연간 수조원 투자 가능할 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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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 연구원들이 전기차용 배터리를 연구하고 있다. |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SK이노베이션이 물적분할 방식으로 배터리 부문 분사를 결정한 배경에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펼쳐지고 있는 ‘쩐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녹아 있다는 분석이다.
SK가 경쟁사 대비 전기차 등 배터리 분야 후발주자긴 하지만 시장 성장세가 워낙 가파른 만큼 선제적이고 과감하게 투자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배터리 사업부 분사 가능성을 언급한지 한달여만에 속전속결로 이사회 결의를 마쳤다는 점이 SK의 속내를 잘 보여준다는 평가다.
4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부 물적분할을 결정한 것은 이미 예정된 수순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SK이노베이션이 일종의 지주사 역할을 하며 신설법인 지분 100%를 보유하다 적기에 기업공개(IPO)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관건은 IPO 시기다. 배터리 사업 분할을 검토한다고 언급한 지 한 달 만에 조속히 결정을 내린 만큼 IPO 시기도 당초 시장의 예상보다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초 열린 ‘스토리데이’ 행사에서 배터리 사업 분사와 상장을 최대한 빨리 추진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생산 시설 증설 속도가 빨라 최근 매년 2조∼3조원 수준의 투자가 집행되고, 더 많은 재원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는 경쟁사인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 상장에 속도를 내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과 배터리 분쟁을 종료해 리스크를 털어낸 것도 이 같은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SK가 LG 측에 배상금으로 2조 원이나 물어주기로 한 만큼 LG보다 더 큰 규모로 자금을 유치할 가능성도 높다고 증권가에서는 전망한다.
SK이노베이션은 내년 배터리 사업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하고 2023년부터 영업이익률을 빠르게 개선할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이에 따라 IPO 이슈는 이르면 내년 초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관측된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SK배터리주식회사(가칭)는 전기차용 중대형 배터리, BaaS(Battery as a Service), 에너지 저장장치(ESS) 사업 등을 펼치게 된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1테라와트 +α’ 규모의 수주 잔고를 기반으로 글로벌 선두권 배터리 업체로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회사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헝가리 등의 거점에서 연간 40GWh 수준의 배터리 생산 능력을 갖고 있다. 2023년 85GWh, 2025년 200GWh, 2030년에는 500GWh 이상으로 빠른 속도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특히 미국 포드와 현지에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하는 등 고객사들과 관계도 밀접하게 유지하고 있다.
배터리 관련 투자에 대한 정부 지원이라는 호재도 있다. 정부는 지난달 ‘2030 이차전지 산업(K-배터리) 발전 전략’을 발표하면서 민간 투자를 최대한 뒷받침하겠다고 발표했다. 대규모 연구개발(R&D)을 진행하며 세제 혜택과 금융을 지원하기로 했다. 공격적으로 투자 규모를 늘려가는 SK 입장에서는 이를 통해 아낀 세금을 재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다.
변수는 SK이노베이션보다 더 빠르게 느껴지는 경쟁자들의 행보다. 최근 중국과 일본의 주요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은 연이어 가격을 낮춘 제품을 내놓고 있다. 중국 CATL은 자체 개발한 1세대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지난달 29일 공개했다. CATL의 이 제품은 나트륨을 핵심 소재로 하기 때문에 리튬 기반 배터리와 달리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다.
존재감을 잃어가던 일본 파나소닉도 ‘반값 배터리’라는 승부수를 띄우며 도전에 나섰다. 파나소닉은 토요타와 함께 설립하는 배터리 합작사 ‘프라임 플래닛 에너지&솔루션’을 통해 내년까지 배터리 생산 비용을 절반으로, 2025년까지는 최대 70%까지 줄인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한편 에너지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에너지 총량(114.1GWh) 중 점유율 1위는 중국 CATL(29.9%), 2위는 LG에너지솔루션(24.5%), 3위는 파나소닉(15.0%), 4위는 중국 BYD(6.9%)였다.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은 점유율 5.2%로 이들을 따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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