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근동 서소문아파트 일대 공공복합사업 6차 후보지로 선정돼
주민들, 개발 호재 반기지만 정부 정책 못 믿는단 걱정도 커
우리나라 초창기 주상복합 아파트로 보존 가치도 있어… 공원·진입도로 들어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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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7층 규모에 1층은 상가로 이뤄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서소문아파트는 누런 외벽에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사진=김기령 기자 |
[에너지경제신문 김기령 기자] 서울 서대문구 중심에서 50년 가까이 자리를 지키고 있던 서소문아파트가 철거될 수 있다는 소식에 주민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도심 공공복합사업 후보지로 서소문아파트를 포함한 미근동 일대가 선정되면서 20여 년 넘게 개발을 염원해온 주민들은 개발 자체는 찬성하는 분위기지만 갑작스럽게 발표된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갑작스럽게 청천벽력 같은 정부 발표라는 주민들 반응도 나온다.
4일 기자가 찾은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옆 서소문아파트는 활처럼 휜 특이한 구조가 인상 깊었다. 지상층에 상가건물이 들어서 있는 7층 주상복합 구조지만 누렇게 바랜 외벽에서 50년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아직 서울 도심에 이런 아파트가 있나 싶을 정도로 외관상 노후화가 뚜렷했다.
서소문아파트는 1972년에 준공된 현존하는 우리나라 최초의 주상복합아파트로 우리나라 아파트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당시에 이 아파트를 서울미래유산으로 지정해 보존하는 방안도 추진된 바 있을 만큼 역사적 가치를 지닌 건축물이다. 서울 지하철 5호선 서대문역 5분이면 닿는 초역세권 단지임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재건축이 아닌 보존을 추진하려 했던 이유는 이 아파트가 하천 위에 지어졌기 때문이다. 하천을 덮고 건물을 짓지 못하도록 바뀐 건축법 탓에 재건축이 추진될 수 없다.
하지만 서소문아파트가 준공된 지 반세기에 가까워지면서 노후화가 심해졌고 서대문구 주민들 사이에서는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20년 가까이 미근동에 거주한 주민 A씨는 "서소문아파트가 재건축이 되면 미근동 전체 주거 환경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에 불편을 감수하고 산지 20년이 다 돼가는데도 재건축이 안 된다고 해서 속앓이했다"며 "구청 등에 말해도 바뀌는 건 없었는데 이번에 공공 개발이 추진된다고 하니 그나마 숨통이 트인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지난 3일 도심 공공복합사업 6차 후보지로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일대와 중구 약수역 인근, 성북구 장위동 옛 장위12구역, 울산 중구 우정동 혁신도시 등 총 4곳을 지정했다. 이들 구역에서 사업이 추진된다면 약 4500가구의 주택이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노후도가 99%에 달하는 서소문아파트가 있는 미근동 일대는 면적 1만 2117㎡를 개발해 총 484가구가 공급된다. 서소문아파트는 건축법상 재건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 부지는 진입도로 또는 공원으로 활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미근동 일대는 도심 중심가의 좋은 입지에도 불구하고 주변지역에 비해 노후되거나 저이용되는 지역이라서 주거·상업 등 기능이 집약한 고밀개발을 추진한다"며 "자족거점지로 조성해 역세권 및 도시 중심가로서의 기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발표에 서소문아파트를 비롯한 미근동 주민들은 혼란스럽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서소문아파트 거주자 김 모씨는 "뉴스를 통해 소식을 접했을 뿐 정부나 구청에서 공지 같은 건 없었다"며 "말만 앞세우고 추진계획은 뒤로 미뤄질까봐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서소문아파트 1층 상가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B 대표는 "보통 이런 발표가 나기 전에 소문이 돌기 마련인데 전혀 소식을 들은 게 없다"며 "철거 이후에 대비할 수 있게 사업계획을 빨리 알려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미근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C 대표는 "공사 기간동안 수익이 없어지기 때문에 상가 입장에서는 사실 재개발을 반기진 않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서소문아파트에 오래 거주한 이 모씨는 "정부가 주민 편의보다는 공급에만 급급해서 개발 정책을 계속 발표하는데 전혀 믿음이 가지 않는다"면서 "토지 보상이라도 제대로 해줄지 모르겠다"고 에둘러 비판했다.
giryeong@ek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