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에 美中 무역갈등 불확실성 지속
TSMC·인텔 등 글로벌 반도체 업계 ‘빅뱅’...삼성만 제자리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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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 상태에서 풀려나긴 했지만 회사 안팎에서는 ‘리더십 공백’이 여전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경영 활동에 제약이 많고 해외 출국 등이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미국과 중국간 무역갈등, 글로벌 반도체 업계 경쟁 심화 등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서는 이 부회장을 사면해 경영 족쇄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일 재계와 법무부 등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오는 13일 가석방되지만 완전히 경영에 복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석방이 단순히 구금상태에서만 풀려나는 조치기 때문이다. 법무부 장관 승인으로 임시로 석방된 것이라 남은 형을 면제받을 수 없다. 일정 수준 보호 관찰도 받아야 하고 해외 출국에 상당한 제약이 따른다. 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에 따라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전개하기로 힘들다. 원칙적으로는 이 부회장 역시 삼성전자 등 경영 활동에 5년간 개입할 수 없다.
가석방 결정에도 각종 사법 리스크를 또 안고 가야한다는 점은 이 부회장 입장에서 부담이다. 현행법상 가석방 도중 새롭게 금고 이상 형을 확정받을 경우 가석방 자체가 취소된다. 이 부회장은 프로포폴 불법투약 혐의, 삼성물산 부당 합병 의혹 등 재판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총수 부재’ 상황에서 뚜렷한 목표 없이 표류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만 TSMC, 미국 인텔 등 반도체 기업들이 수십조원대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합종연횡을 주도하는 동안 삼성전자는 미국 공장 증설계획조차 몇 개월째 정하지 못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동맹’을 주도할 당시에도 다국적 기업들이 훨훨 날 동안 삼성전자만 침묵을 지켜야 했다.
신사업 진출에 대한 의사 결정도 눈에 띄게 느려졌다. 재계 대기업들이 미래차, 수소 경제, 우주, 인공지능(AI), 로봇 등 신사업 진출에 열을 올리는 동안 삼성에서는 이렇다 할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다.
삼성은 올해 초 이 부회장이 구속되자마자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현금성 자산을 200조원 넘게 쌓은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하만 인수 이후 조 단위 인수합병(M&A)이나 신사업 진출 소식이 끊긴 상태다. 회사 측은 올해 1분기 실적발표 설명회에서 "M&A에 적극 나서겠다"고 공언했지만 최종 결정권자인 이 부회장 부재에 감감 무소식이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확실한 경영 복귀를 위해 대통령이 ‘사면’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본다.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고객들의 소비패턴이 크게 달라지고 탄소중립, ESG경영 등이 중요한 가치로 떠오른 만큼 삼성전자 역시 변화가 절실하다는 이유에서다.
5대 경제단체장들은 이번주 중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만나는 자리에서 다시 한 번 이 부회장의 사면을 건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 부총리와 면담에는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구자열 한국무역협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 등이 참석한다.
손 회장은 지난 6월 김부겸 국무총리와 만난 자리에서도 "세계 반도체 시장의 동향을 볼 때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지켜왔던 우위가 깨질 수도 있다"며 "이 부회장이 하루빨리 현장에 복귀해야 한다. 정부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재계와 정치권에서는 수감 생활을 하다 대통령의 사면 결정으로 경영에 복귀한 대기업 총수들이 국가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는 점이 다시 거론된다. 앞서 2015년 최태원 SK그룹 회장, 2016년 이재현 CJ그룹 회장 등이 사면 이후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해 일자리 창출 등에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위기는 곧 우리나라 경제의 위기"라며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논의 검토를 서두르는 한편 우선 법무부 차원에서 경영활동 제한을 풀어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yes@ek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