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욕의 데뷔전’ 크래프톤...상장 첫 날 공모가 대비 9% ‘뚝’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8.10 16:05

시초가 44만원 거래시작...장중 40만원까지 빠져



엔씨소프트 제치고 게임 대장주 등극했지만 '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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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크래프톤 상장 축하 문구가 표시되고 있다.

[에너지경제신문=윤하늘 기자] 올해 하반기 기업공개(IPO) 대어로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크래프톤이 상장 첫날부터 공모가를 크게 밑돌면서 굴욕을 면치 못했다. IPO 대어의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에도 미치지 못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공모가 거품 논란으로 기관 수요예측과 일반 청약에서 흥행을 하지 못한데다 중국의 규제 리스크가 겹친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크래프톤은 시초가 보다 1.23%(5500원)오른 45만4000원에 마감했다. 크래프톤 시초가는 공모가(49만8000원)보다 11.6% 낮은 44만8500원에 형성됐다. 시초가는 공모가의 90~200% 수준에서 형성되는데 가장 낮은 90% 수준에서 결정됐다. 장 초반 한 때 40만500원까지 하락하면서 40만원선도 위협받았다.

앞서 크래프톤은 기관 수요예측과 일반 청약에서도 고배를 마셨다. 크래프톤은 기관 수요예측(243.15대1)과 일반청약(7.8대1) 흥행에 실패했다. 일반 청약 증거금은 5조358억원에 그쳤다.

크래프톤 이전 중복청약 마지막 기업으로 언급됐던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엔 81조원에 가까운 청약 증거금이 쌓였고, 카카오뱅크는 58조원의 증거금을 모으며 관심을 끌었던 것과 대조적이다. 심지어 비슷한 시기에 청약을 받은 원티드랩(5조5291억원), 플래티어(6조1846억원) 등 중소형 공모주들보다도 적었다.

크래프톤이 상장 첫날부터 공모가를 밑돈 이유는 향후 성장성을 담보할 수 있는 게임 지적재산(IP)이 하나밖에 되지 않고 공모가도 고평가 논란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변화한 공모주 시장 분위기도 한 몫을 더 했다. 이름이 알려진 최대어면 무조건 ‘따상(공모가 2배로 시초가 형성한 후 상한가)’이라는 공식이 점차 없어지면서 투자자들은 무작정 투자하기 보단 상장 이후 성장성에 주목하고 있다.

또 중국 리스크가 현재진행형이라는 점도 크래프톤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발간하는 경제참고보는 ‘정신적 아편(마약)으로 수천억 위안 규모의 산업이 성장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온라인 게임에 대한 우려감을 표하면서 크래프톤의 2대 주주이기도 한 중국 텐센트를 콕 집어 말했다. 이후 텐센트 주가는 연일 곤두박질치고 있다. 크래프톤은 증권신고서에서 "향후 중국 내에서 게임 관련 규제가 확대되거나 중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등의 경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크래프톤의 이날 기준 시가총액은 22조1997억원으로 엔씨소프트(17조8925억원)를 앞서며 새로운 게임 대장주에 올라섰다. 그러나 상장 후 유통 가능한 주식이 많아 변동성이 더 클 것으로 보여 게임 대장주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크래프톤은 상장 주식 4889만8070주 가운데 최대주주 보유분, 기관 의무보유 확약분, 우리사주조합 배정분 등을 제외한 1909만3426주가 상장 직후 유통 가능한 물량이다. 상장일 유통 주식 비율은 39.05%로 카카오뱅크(22.6%), SK아이이테크놀로지(15.04%), SK바이오사이언스(1.63%) 등과 비교해 훨씬 높다. 반면 기관투자자의 의무보유 확약 비율은 44.91%로 다른 대형 공모주보다 낮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상장일 매도 물량의 출회 가능성은 최근 대형 IPO에서 가장 높을 것으로 보이며 외국인의 미확약 지분율은 5.6% 수준으로 카카오뱅크의 2배 수준에 가깝다"며 "기관의 낮은 의무보유 확약 비율, 저조한 일반 청약, 우리사주 청약이 거의 없었던 점을 고려할 때 기업가치에 부담을 느낀 투자자들의 물량 압박이 상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는 현재 상황이라면 공모가 자체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이 나온다. 글로벌 흥행작 ‘배틀그라운드’의 제작사이긴 하지만 지적재산권(IP)이 하나에 불과하고, 게임업 단일사업으로 향후 성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향후 성장 가능성은 있지만, 고평가 등 크래프톤을 둘러싼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선 가시적인 성과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게임주들은 대형사, 중소형사 할 것 없이 미디어·엔터와 관련된 플랫폼 및 콘텐츠 분야로의 사업 다각화를 적극적으로 꾀하고 있다"며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사례에서 보여지듯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게임주 리레이팅이 쉽지 않은 것이 현재의 시장 환경"이라고 강조했다.

yhn770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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