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서울공항 이전해 공공주택 3만가구 공급
10만명 수준 스마트 신도시, 인근지역 4만가구
"안보 문제·투기 이슈화 우려, 자금조달도 선행해야"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이낙연 전 대표. 연합뉴스 |
[에너지경제신문 손희연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대권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부동산 공약으로 ‘서울공항 이전’ 을 내걸었다. 경기도 성남에 있는 서울공항 부지에 스마트 신도시를 세우고 공공주택 3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구상안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공항 이전은 안보 문제에 부딪힐 수 있다고 우려하며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특히 민간 건설사와 똑같은 고품질의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것과 모기지, 장기전세 등 공급방식 부분에서 재원 조달 문제가 있을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10일 국회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이낙연 전 대표는 주택 공급 정책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공항 기능을 김포공항 등으로 이전하겠다. 이전 비용은 서울공항 부지의 개발이익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공항은 주택 약 3만가구를 공급할 수 있는 면적"이라며 "강남-송파-판교의 업무 중심 벨트와 위례 신도시-성남 구도심 주거벨트의 두 축이 연결된 약 10만명 수준의 스마트 신도시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서울공항 이전으로 고도 제한이 풀리면 인근 지역에 추가로 약 4만가구를 공급할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이어 이 전 대표는 대형 브랜드 건설사와 똑같은 고품질의 아파트를 공급하겠다고도 약속했다. 가장 선진적인 건축 방식을 도입해 최적의 교통·보육·교육·의료·문화 인프라를 제공, 공공 아파트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50년 모기지, 20~30년 장기전세 등 공급방식을 통해 청년, 신혼부부를 위한 전용 단지를 조성하고, 자녀를 키우는 40대 무주택자도 입주 가능한 중형 평수의 아파트도 충분히 공급하겠다고 주장했다. 또한 서울공항 이전을 통해 교통혼잡을 없애겠다고도 밝혔다.
이 전 대표의 서울공항 이전을 놓고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현실화될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실제 2000년 초반부터 서울공항을 이전하고 해당 부지를 신도시로 개발하자는 논의가 나왔지만, 안보상의 문제로 번번히 실현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서울공항 부지 이전 등이 거론될 때마다 주변 땅값이 오르는 등 투기 이슈화도 있었기 때문에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한 전문가는 "서울공항 이전은 시일이 장기간 소요될 것이고, 안보 문제도 걸려있어 공약 현실화 가능성이 낮을 수 있다"며 "무엇보다 서울공항 이전은 과거에도 투기 이슈화가 있었고, 투기 방지를 위해 개발이익환수제를 내걸었지만 법리적 논쟁이 일어날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서울공항 이전의 근거로 "1970년의 안보 상황과 대응 방식은 이미 크게 변했다"면서 "서울 동남권의 경제성장과 인구의 팽창, 국민들의 다양한 생활양식은 공항 이전 요구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 및 외국 국빈 전용기 이착륙과 재난 시 구호물자 투하 등의 기능을 김포공항으로 이전하고 미군 비행대대는 오산 평택 기지로, 수도권의 항공 방위 기능은 다른 기지로 옮겨 안보상의 문제가 없도록 하겠다"며 "서울공항 부지의 개발이익으로 이전 비용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공항 이전하면서 재원 조달 문제도 지적된다. 민간 건설사와 똑같은 고품질의 아파트를 공급한다는 점과 50년 모기지, 장기전세 등 공급방식을 내세우고 있는데 현재로선 재원 조달 부분에서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공공주도 아파트의 품질상향, 공급방식 다양화 등은 긍정적이지만, 고품질의 주택을 저렴한 비용으로 공급하겠다는 계획은 그에 맞는 자금조달과 운용계획 등이 선행돼야 한다"며 "막연한 개발이익환수나 추가 세수는 답이 아닐 수 있다"고 평가했다.
son90@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