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디디추싱 사태와 중국 리스크 대처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8.18 10:05

이강국 전 중국 駐시안 총영사

이강국 전 중국 駐시안 총영사

▲이강국 전 중국 駐시안 총영사

중국 당국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기업공개(IPO)를 한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디디추싱에 대해 개인정보 보호 의무를 소홀히 한 것을 이유로 강도 높은 규제 조치를 취한 것은 우리 기업들에게도 중국 관련 사업에 대한 경각심을 키우고 있다. 중국 당국은 디디추싱에 대해 신규 가입자 유치를 금지하고 모든 앱스토어에서 앱을 내리라고 명령했고 반독점법 위반을 이유로 벌금을 부과했다. 미국 증시 상장을 연기하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디디추싱이 상장을 강행하자 압박에 나선 것이다.

규제 폭탄은 다른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사교육 기업들을 일괄적으로 비영리 기관으로 바꾸고 유상증자와 해외 상장도 금지하여 사교육 시장에 철퇴를 가했다. 음식 배달 산업에 대한 초강력 규제도 발표했는데 ‘배달원에게 최저시급 이상을 보장하고 사회보험에 가입시키라’는 것이 핵심이다. 이로 인해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전 세계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해를 보면서 "중국은 믿을 수 없는 나라"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으나, 중국 당국은 거침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그 배경에는 대략 네 가지가 작용하고 있다.

첫째, 미중 패권경쟁 상황에서 정보기업(IT)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서이다. 중국은 미래 산업의 ‘쌀’로 불리는 ‘데이터’의 보안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9월부터 적용되는 ‘데이터보안법’에 따르면 IT·운송·에너지·금융 등 분야의 데이터 인프라를 운영하는 기업은 반드시 중국 내에 데이터를 저장해야 하고, 중국 당국의 승인 없이 데이터를 해외에 저장·반출하면 최대 1000만 위안의 벌금과 함께 문을 닫을 수 있다고 규정했다.

둘째, 미국의 디커플링(decoupling) 전략에 맞서 ‘역 디커플링’으로 자국 기업들의 미국 상장을 막으려 하고 있다.

셋째, 관의 민간에 대한 우위에서 이탈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빅테크의 영향력이 급속히 커지자 반독점을 기치로 압박하고 있는데, 포럼에서 "전당포식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금융감독 정책을 정면 비판한 마윈의 ‘설화’가 기폭제가 되었다.

넷째, 시진핑의 장기 집권 일환으로 사회적 공정성과 안정성을 중시하고 있다. 배달업에 규제를 가한 것은 사회 불만을 잠재우고 ‘인민’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 주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사교육 시장 제재는 사교육을 사회적 불평등의 대표적인 현상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리스크가 커지면서 대중 수출 의존도가 25%가 넘는 등 긴밀한 경제·통상 관계에 있는 한국으로서는 큰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신중한 접근을 주문하는 입장이 있는 반면에 한국 기업이 중국 시장을 포기하면 다른 글로벌 기업이 그 자리를 채운다면서 ‘실리 추구’를 주문하기도 한다. 중국에 대규모 투자하고 있는 기업체의 한 직원은 중국에서 기회를 잡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어 미국이나 유럽 시장을 개척하는 방향으로 가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중국 시장은 크기 때문에 쉽게 포기해서는 안 되며 기술 경쟁력을 키워 도전해 나가야 하는바, 미·중 갈등에도 테슬라 같은 미국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 집중하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중국 증시를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중국 정부도 자국 증시의 안정과 발전을 고려할 것이기 때문에 전체 주식 시장에 자금 조달 규제 등 더 강력한 규제를 내놓을 가능성은 크지 않고, 특히 중국 상장 기업 규모뿐만 아니라 중국 주식시장 규모 자체가 커지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기회가 많을 것이다.

다만 교육과 전자상거래, 인터넷, 헬스케어 등 ‘인민’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업종은 높은 마진을 추구하는 것만으로도 규제 대상이 될 수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 반도체와 전기차 등 중국 정부가 적극 육성하는 제조업 중심으로 투자 대상을 잡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성철환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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