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성 UN IPCC 의장에 듣는다] "지구 온난화는 빙판위 드라이브…브레이크 밟아도 관성으로 밀려나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8.12 15:41

특별 인터뷰 | 이회성 UN IPCC 의장에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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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성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의장이 지난 11일 서울 신대방동 기상청에서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사진=송기우 부국장)


"지구온난화는 빙판 위에서 드라이브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브레이크를 밟아도 관성 때문에 멈추지 않고 밀려가기 때문이지요. 지금 당장 탄소배출을 멈춘다고 해도 관성이 있기 때문에 지구 온도는 20년 동안 상승합니다."


이회성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의장은 지난 11일 서울 신대방동 기상청에서 에너지경제신문과 단독 대면 특별 인터뷰를 갖고 "하루 빨리 기후변화 대응을 실천해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기후변화 관련 세계 대통령으로 불리는 이회성 의장의 이같은 언급은 브레이크를 밟아도 관성에 따라 차가 밀려가듯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가 지구 온도 저하까지 이어지려면 20년 정도 걸린다는 말이다. 지구온난화 주범인 온실가스를 지금 바로 배출하지 않는다고 해서 당장 지구 평균 온도가 낮춰지는 게 아니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기후변화 대응을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는 뜻이다.

에너지경제신문의 이회성 의장 대면 인터뷰는 IPCC가 이 의장 재임 중 첫 본 보고서인 6차 ‘평가보고서(AR6)’ 발간의 첫 세부 활동 결과를 모은 제1실무그룹 보고서를 지난 9일 발표한 뒤 첫 국내 언론과 가진 첫 인터뷰다.

제1실무그룹 보고서는 현재 기후 상태와 가능한 미래 기후, 리스크 평가와 지역 적응을 위한 기후 정보, 미래 기후변화 억제 등의 평가·분석 내용을 담은 것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의 마지노선으로 인식되는 산업화시대 대비 지구온도 1.5도 상승 시기가 늦어도 2040년 도달해 IPCC의 당초 3년 전 예측시기 10년 정도 앞당겨질 전망이다.

IPCC는 앞으로 내년 2월 제2실무그룹 보고서(영향·적응 및 취약성), 3월 제3실무그룹 보고서(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변화 완화) 발표를 거쳐 9월 최종 종합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다음은 이 의장과 일문일답.


 

"‘전 세계 아젠다 나침반’ IPCC 보고서
탄소중립 점검 이정표 될 것"

 


- IPCC 의장을 맡은 지 벌써 6∼7년 정도가 흘렀다. 그간의 활동과 보람, 아쉬움을 먼저 듣고 싶다.

▲ 시간이 이렇게 흘렀구나라고 느낄 겨를도 없을 정도로 바빴다. 제가 의장이 된 이후로 IPCC에서 특별보고서만 3개를 만들었다. 이전까지 1~2개에 그쳤던 것에 비하면 많은 일을 했다. 게다가 최근 6차 평가보고서 제1실무그룹 보고서까지 발간했다. 말 그대로 취임하자마자 정신 없이 바빴다. 돌이켜보니 전 세계 기후 관련 학자들이 모두 노력을 아끼지 않아준 덕분이라 고맙게 생각한다.

- 2018년 인천 송도 IPCC 총회에서 채택된 ‘1.5도 특별보고서’ 말고도 두 개 특별보고서가 더 있다고 했는데 어떤 내용들인가.

▲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를 발간한 이후 2019년 두 개의 특별보고서를 발간했다. 1.5도 특별보고서보다 내용이 특화된 보고서다. 1.5도 특별보고서 이후 두 번째 특별보고서는 토양과 기후변화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다. 세 번째 보고서는 해양과 기후변화 관계에 대한 연구다.

1.5도 특별보고서에는 지구의 평균 온도 상승 폭을 1.5도로 가정할 때 어떤 기상이변 현상들이 나타나는지, 온도 상승 폭을 1.5도 이하로 억제하려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2차와 3차 특별보고서는 주요 기후시스템 중 하나인 땅과 바다에 대해 심층적으로 연구한 자료다.

세 특별보고서를 준비하면서 밝혀낸 사실은 기후변화 속도가 과거 조사했을 때보다 빨라지고 기후변화 진행에 따르는 영향도 과거에 이해했던 수준보다 심각해졌다는 점이다. 또 기후변화 대책을 위해 비싼 값을 치러야 한다는 점이다. 대책에는 비싼 대책도 있고 그렇지 않은 대책도 있다. 충분한 대가를 치르면서 빨리 기후안정화를 찾아야 한다.

- 이번 제1실무그룹 평가에 따르면 1.5도 특별보고서가 발간된 지 3년 만에 1.5도 상승 시기가 10년 정도 앞당겨졌다. 업계나 시민들이 혼란스러워 할 수도 있다.

▲ 5차 보고서가 지난 2014년에 마무리됐다. 그 이후 7년 동안 새로운 데이터들이 발표돼 왔다. 7년 치의 데이터가 추가됐다고 생각하면 된다. 과거 데이터에 대한 새로운 정보가 발견됐으니 관련된 내용을 수정해야 한다. 쉽게 말하자면 한국은행이 매 분기마다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을 발표할 때 현황과 예측은 물론 과거 데이터에 대한 수정 사안도 함께 발표하는 것과 같다.

지구 평균 온도도 과거 데이터보다 올랐다. 그래서 수정된 내용을 발표했다. 기준치가 올라갔으니 지구 평균 온도가 1.5도 상승하는 시점도 빨라졌다고 볼 수 있다. 또 지난 5년 동안 지구 온도 상승 정도가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았고 사람들의 예상이나 과학자들의 분석보다 높은 수준에서 진행됐다.

- 이번 보고서에서 ‘인간의 활동이 지구온난화에 주요 원인’이라는 점을 강조했는데 어떤 근거인가.

▲ ‘지구온난화가 인간의 책임’이라고 한 건 지난 2014년 5차 보고서에서 분명하게 제시했던 내용이다. 사실 그 동안 지구온난화가 진행된다는 걸 알면서도 인간의 책임인지, 아니면 자연현상인지에 대한 논의가 잇따랐다. 이에 종지부를 찍은 게 5차 보고서다. 5차 보고서에 이런 내용이 담겼기 때문에 파리기후협약까지 달성했다.

이번 보고서에도 이를 명시한 건 재확인하는 차원에서다. 단순히 지구온난화가 ‘인간의 책임이다’가 아닌 ‘역시 인간의 책임이었다’는 거다. 지난 2019년까지 최근 우리가 겪은 가뭄과 폭염, 폭우, 태풍 강도 등 여러 기상 이변 현상이 기후변화라는 요소를 빼놓고 보면 설명이 되지 않는다는 걸 입증했다. 여기에다가 이미 입증된 ‘기후변화를 인간이 초래했다’는 사실까지 더하면 최근의 기상 이변 현상은 ‘인간이 초래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 IPCC 의장 취임 이후 곧바로 ‘파리기후협약’이 채택됐다. 5년 동안 준비기간을 거쳐 올해가 파리기후협약 발효의 원년이 됐다. 글로벌 각국의 대응은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 지금 많은 나라들이 ‘2050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있다. 상당히 좋은 현상이라고 본다. 중요한 건 어떻게 실천에 옮기느냐다. 실천의지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온실가스 감축, 두 번째는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에 재원과 기술 등을 지원한다는 약속이다. 선진국이 재정과 기술을 지원해야 개도국이 온실가스 감축을 실천할 수 있기 때문이다.

- 탄소중립을 행동으로 실천한다는 건 무엇인가.

▲ 지금은 무엇에 중점으로 두느냐가 중요하다. 우리는 온실가스를 줄이면서도 경제를 성장시켜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실천이 어렵게 느껴지는 거다. 보통 2050년을 목표로 잡았으니 30년이나 남았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앞으로 30년 동안 탄소중립을 이루려면 당장 올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지난해보다 7% 줄여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해마다 10%씩 줄여 나가야 한다. 작년에는 코로나19 때문에 경제상황이 여의치 않아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년 전보다 7% 줄었다. 그러나 올해에는 경제활동이 늘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지난해 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 지금까지 IPCC가 발표한 보고서는 전 세계 각국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전 세계가 친환경 궤도에 오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번 6차 보고서도 앞으로 어떤 아젠다를 제시하고 기후학계에 영향을 끼칠 지 기대된다.

▲ 당연히 영향이 있다. 전 세계 국가들이 파리기후협약을 체결할 때 5년마다 탄소중립을 제대로 이행하는 지 서로 점검하기로 계획했다. 그 첫 번째 점검회의가 오는 2023년 열린다. 전 세계가 모여 우리가 얼마나 잘 이행했는지, 약속한 만큼 도달했는지, 부족한 점은 무엇인지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이 탄소중립 점검회의가 열리기 직전 해에 6차 보고서 최종본이 발간된다. 이번 IPCC 6차 보고서는 전 세계가 처음으로 여는 탄소중립 점검 회의의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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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성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의장이 지난 11일 서울 신대방동 기상청에서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 중 활짝 웃고 있다.(사진=송기우 부국장)



 

"전 세계 기업·지방정부 기후변화 대응 인식 강화
선진국-개도국 간 협력 중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친환경 정책에 따라 글로벌 다자간 기후변화 대응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앞으로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간다고 보는가.

▲확실히 글로벌 이슈에 대한 분위기가 바뀌었다. 기업과 지방 정부들이 기후변화를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달라졌다. 기업계가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이 꾸준하게 진행돼 왔다는 걸 느꼈다. 전 세계적으로 정부 정책과 상관없이 기업차원에서 기후변화 대응 필요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걸 발견했다.

그리고 주민 생활과 직결되는 결정을 내리는 지방정부에서 기후변화를 바라보는 시각도 많이 변했다. 전 세계적으로 지방 정부들이 ‘기후변화를 지자체 주요 이슈로 다루지 않으면 주민들의 요구를 제대로 해소할 수 없다’는 걸 많이 느끼는 모습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기후변화 대책을 마련하는 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중앙정부 정책과 무관하게 기업들은 소비자와 투자자를 보호하는 차원에서, 지방 정부는 민생 지원과 주민생활, 안전 보호 차원에서 기후변화를 인식하고 있다.

- 기후·환경 문제는 오래 전부터 국가 간 협의의 주요 의제였다. 하지만 선진국과 개도국 간 산업격차 등 국가 간 이해관계로 지지부진하다는 평가도 있다.

▲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건 전 세계적으로 분명해졌다. 이를 위해 선진국이 개도국에 지원해야 한다는 것도 분명해졌다. 이제부터 고민해야 할 점은 국가마다 부족한 분야가 다르다는 거다. 기후 대책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에너지 문제에서 비롯된다. 때문에 에너지 시스템을 무탄소 시스템으로 바꾸는 게 관건이다.

특히 그 동안 탄소에 의존해 온 산업체와 이에 속한 노동자, 관련된 지역 경제 등 타격이 클 것이다. 이를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탄소 중립으로 가는데 있어 큰 과제다. 이는 과학적인 차원이 아닌 정책과 사회과학적인 차원. 내년에 발간되는 6차 보고서 최종본에서도 심층적으로 다룰 예정이다.

- '굴뚝산업' 제조업 중심인 개도국 입장에서는 선진국들이 이끄는 환경표준 편입에 대해 경계하거나 우려하는 분위기가 여전하지 않은가.

▲ 개도국 입장에서는 화가 날거다. 기후변화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같이 벌어진다. 그러나 이를 대응하는 능력은 국가마다 다르다. 개도국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피해를 더 보는 셈이다. 기후변화를 초래한 원인 제공자가 아닌데 이상기후 현상에 따르는 피해가 상대적으로 심각하니 더 억울하고 화가 날 일이다.

그래서 선진국이 필요한 재원과 기술 등을 개도국에 지원해야 한다. 기후대책을 수립한다는 건 엄청난 국제 협력을 기반으로 한다. 국제 협력이 없다면 어려운 문제다. 전 세계 탄소중립의 달성 여부는 개도국의 발전 형태가 어떻게 되느냐에 달려있다. 기존처럼 화석에너지를 기반으로 경제 발전이 이뤄진다면 탄소중립은 불가능한 일이다.

이 때문에 다른 여러나라들이 석탄발전을 하지 않겠다는 행동에 동참하고 선언하고 있다. 지구 평균 온도 1.5도 이하 상승이라는 목표를 위해서라도 선진국은 개도국의 경제발전이 탄소중립적으로 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그것이 전 세계적으로나 모든 면에서 도움이 된다.

- 기후변화 대응이야말로 글로벌 리더십이 필요해 보인다. 그러나 세계 양대 강국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갈등 등으로 협력이 쉽지 않을 것이란 비관론도 나온다.

▲ 글로벌 리더십이 중요하고 이를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리더십 존재여부와 상관 없이 이미 기후리스크에 대응하려는 준비가 돼 있다. 앞서 말했듯 기업들은 소비자들의 편리와 투자 유치를 위해, 지방 정부는 민생 안전과 주민 생활 보호를 위해 할 일을 스스로 찾고 대책을 세우는 등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았다. 리더십도 필요하고 잘 발휘되기 바라는 마음은 간절하다. 그러나 주요국가의 리더십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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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성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의장이 지난 2019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제25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5) IPCC 부스 행사장에 참석,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IPCC 의장실 제공)



 

"탄소제로는 ‘비만 없는 삶’
경제발전-온실가스 감축은 대립·충돌 개념 아냐" 

 


- 기후·환경 문제에 대해 아직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 우리나라와 개도국을 예로 들어보자. 한국은 개도국과 비교했을 때는 모든 면에서 준비가 돼 있는 나라다. 똑같이 폭염이 찾아온다 할지라도 폭염에 대한 피해는 개도국이 겪는 수준과 비교할 수 없을거다. 그러다 보니 지구 온도가 지난 세기보다 1도 올라간다고 해도 체감하기가 어렵다.

아침 기온이 25도인데 한낮 기온은 35도다. 하루에도 10도 이상 차이가 나는 곳에서 살다 보니 1도 상승에 대해 체감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를 겪었다. 오존층 파괴를 체감하지 못하다가 과학적으로 성층권 오존층에 홀이 생긴다는 현상이나 피부암 발생과의 관계가 입증되니 우리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깨달았다.

이처럼 트리거(방아쇠)가 될 사건이 있어야 한다. 아직 지구온도 1도 상승에 대해 트리거가 될 만한 사건은 없다. 의사들끼리 통하는 우스갯소리가 있다고 한다. 사망진단서에 ‘기후변화로 인한 사망’이라는 문구를 적지 않으면 기후변화를 체감할 트리거가 되지 않을 거라는 말이다.

- 일각에서는 ‘사람들이 기후변화를 체감하지 못하는데 과학자들이 공포감을 조장한다’는 여론이 있을 수도 있다.

▲ "그래 알겠어. 기후변화 피해를 우리가 실감할 정도가 되면 그 때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이미 버스는 떠났어." 기후변화를 실감할 수 없다고 할 때 과학자들이 보이는 일반적인 반응이다. 기후변화가 진행되는 속도는 기후시스템에 따라 진행된다. 산업화 이후 200년 동안 지구 평균 온도가 1.09도 올라갔다. 그러나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변화의 수준과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체감이 어렵다.

중요한 점은 기후변화가 진행된다는 건 일시적인 게 아닌 누적된다는 거다. 우리가 당장 이산화탄소를 ‘0’, 즉 하나도 배출하지 않는다고 해서 당장 지구온도 상승이 멈추는 게 아니다. 앞으로 20년 동안은 지구 온도가 지금처럼 오른다. 이산화탄소 감축 효과가 지구 온도 저하까지 이어지려면 20년 정도 걸린다.

바로 관성 때문이다. 자동차를 운전하다가 브레이크를 밟아도 그 동안 달렸던 속도 때문에 관성으로 조금 더 나아가는 것과 같다. 지금은 빙판에서 드라이브하는 것과 똑같다. 브레이크를 밟아도 바로 멈추지 않고 밀려간다. 그래서 우리가 빨리 기후변화 대응을 실천하는 게 필요하고 중요하다.

- 그러나 ‘먹고 사는 게 우선, 쾌적한 삶의 전제인 환경은 사치’라는 인식이 아직까지도 있지 않은지.

▲ ‘아직’까지가 아닌 ‘지금’까지만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다를 것이다. 기존 화석에너지 시스템을 유지하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면서 먹거리를 만들어낸다는 게 가능할까. 탄소중립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하고 어떻게 달성하느냐에 초점을 두는 게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이 와중에 ‘나는 내가 힘드니까 하던대로 해야지’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먹거리는 환경에서 온다. 환경을 망치면 내 먹거리도 잃는 거다. 환경과 상관없이 먹거리만 유지하겠다는 게 더 사치스러운 것 아닌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고 살아야 한다는 건 비만 없이 살아가자는 것과 같다. 다른 조치는 없다고 생각한다.

- 경제 성장과 온실가스 감축. 이를 동시에 추진한다는 건 모순 아닌가.


▲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다. 두 가지 선택사항이 있다. 첫 번째는 온실가스를 감축하면서 경제도 성장하는 것, 두 번째는 온실가스를 감축하지 않고 경제만 성장하는 것이다. 여기서 두 번째 시나리오를 선택할 경우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만큼 처리하는 비용도 투입된다.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때 비용을 이중으로 지출해야 하는데, 온실가스를 감축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는 건가.

경제성장과 온실가스 감축은 대립하거나 충돌하는 선택이 아니다. 어떤 에너지를 쓰느냐가 경제성장의 방식이기도 하다. 탄소배출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에너지시스템으로 경제를 성장시킬 수 있다. 새롭게 선보이는 재생에너지나 에너지 저장 장치 등이 기존 화석에너지보다 저렴한 값에 기술 보급되는 사례도 있다. 비용적인 차원에서도 저탄소 에너지를 채택하는 게 유리한 상황이고 앞으로 더 확실해 질 것이다.


 

"한국, 이미 기후환경 대응 선진국
전 세계도 눈 여겨 봐" 

 


- 우리가 기후환경 대응 선진국으로부터 참고하거나 배워야 할 부분이 있다면.

▲ 선진국한테 배울 게 없다. 왜냐하면 한국은 이미 선진국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우리나라가 진행하는 기후변화 대응을 다른 나라가 배워가려고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러 나라 사람들을 만날 때 마다 ‘한국은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한국에 힌트를 얻으려는 거다. 우리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선진국들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

- 우리나라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 가운데 에너지부문이 87%를 차지한다. 탄소중립을 위해 탈원전 정책의 궤도수정 또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까.

▲ 좋은 기술과 나쁜 기술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어떤 기술이 탄소중립 달성에 유리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각 국가마다, 그리고 처한 상황마다 다르다. 이는 각 국의 선택이다. IPCC는 특정한 기술에 편애하지 않는다. 특정 국가의 정책을 평가하거나 옹호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195개의 모든 국가가 중요하다. IPCC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기술이라면 다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 왜 특정 기술이나 특정 정책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않는지.

▲ IPCC는 기후문제에 대해 독립적인 판단을 하는 기구다. 그리고 독립적인 판단을 하도록 임무가 부여됐다. 그래서 어떤 특정 정책이나 특정 국가, 특정 기술이 옳거나 그르다는 판단을 내릴 수 없다. 객관성을 잃기 때문이다. 우리는 국가별 정책을 평가하는 곳이 아닌 기후와 관련된 과학적인 정보를 평가하는 기구다. 이게 IPCC와 다른 국제 기구들 의 가장 큰 차이다.

- 에너지 정책이나 탄소중립 대책 등 정부에 당부할 이야기가 있다면.

▲ 당부할 말은 없다. ‘2050 탄소중립’을 어떻게 달성할지에 대한 접근 방법은 전 세계 국가마다 다르다. 특정 법안을 마련해 이를 따르는 곳도 있고 대통령의 명령으로 진행되는 곳도 있는 등 각양각색이다. 우리나라가 지금처럼 탄소중립 관련 업무를 추진한다면 이 또한 한국에서 합의된 방법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모든 과정이 포용적이고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게 IPCC의 입장이다.

- ‘RE100’(사용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글로벌캠페인) 참여’나 ESG 경영(환경·사회·지배구조 중시 경영 ), 탈석탄 경영 등 탄소중립을 위한 우리 기업들의 노력을 어떻게 보는지.

▲ RE100이나 ESG 경영 모두 기업 스스로 탄소중립을 위한 방도를 찾아내는 과정이라고 본다. 기업들이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 지 자세하게 알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그러나 중요한 건 우리나라에서 무언가가 벌어진다고 했을 때 즉각적으로 다른 나라들과 비교가 이뤄진다. 그만큼 국제관계에 있어 한국이 눈에 띄는 위치에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앞으로도 탄소중립을 위한 여러 방안을 잘 찾아간다고 믿는다.

- 앞으로 바라는 개인적인 소망과 활동계획이 있는가.


▲IPCC 일이 성공적으로 잘 진행될 수 있기를 바라는 게 가장 큰 희망이다.


대담 : 구동본 에너지환경 부장(부국장)
정리 : 오세영 에너지환경부 기자
사진 : 송기우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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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성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의장이 지난 11일 서울 신대방동 기상청에서 에너지경제신문과 인터뷰하고 있다.(사진=송기우 부국장)

□ 이회성 의장 약력

△ 출생
- 1945년(76세) 충남 예산

△ 학력
- 경기고
- 서울대 무역학과
- 미국 럿거스대 경제학 박사

△주요경력
- 제6대 IPCC 의장(2015.10~)
- 고려대 에너지환경정책기술대학원 석좌교수(2012.∼)
-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 자문위원장(기후변화 / 지속가능발전 부문, 2010∼)
- 세계에너지경제학회(IAEE) 회장
- 계명대 환경대학장
- IPCC 부의장
- 에너지경제연구원 초대 원장


 

기후변화 관련 '세계 대통령' 불려...1.5도 특별보고서 등 산파역
2019년 타임지 선정 100대 인물

 


□ 이회성 의장은

기후변화 관련 세계 대통령으로 불리는 IPCC 의장(제6대)에 지난 2015년 당선·취임한 뒤 6년여 동안 세계 각국 지도자들과 함께 기후변화에 공동 대응하는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 2019년에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으로부터 ‘세계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으로 방탄소년단(BTS)과 함께 선정됐다.

당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기후변화에 관한 가장 권위있는 과학적 이해를 세계의 정책결정자와 대중에게 전달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며 추천사에 언급했다. 지난해엔 세계에너지경제학회(IAEE)가 ‘직업적으로 뛰어난 업적을 이룬 사람’에게 수여하는 상을 받았다.

지난해엔 1988년 IPCC 설립 이후 최초로 타임지에 선정된 의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의장 재임 중이었던 지난 2018년 10월 인천 송도 제48차 IPCC 총회에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가 승인받는데 핵심적 역할을 수행해 주목받았다. 당시 IPCC 당사국인 세계 195개국의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 보고서는 파리협정 세부 이행 지침을 만드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친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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