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이재용 가석방은 특혜가 아닌 국익을 위한 결정이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8.12 18:35

최석영 산업부장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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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치소에 수감된 지 207일 만에 풀려난다. 사면이 아닌 가석방이다.

이를 두고 국민들은 양 진영으로 나뉘어 특혜다, 아니다 치열한 논리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 분명한 것은 우선 이 부회장이 형기를 60% 이상 마쳤고, 모범적인 수형생활로 가석방 요건을 갖췄다는 사실이다. 모든 국민에게 적용되는 가석방 기준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더 나아가 정부가 이 부회장을 가석방한 것은 국익 차원의 고도의 ‘정치적 결정’이었음을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가석방 심사위원회의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 결정이후 기자회견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국가적 경제상황과 글로벌 경제 환경을 고려해 이 부회장을 가석방 대상에 포함했다고 밝혔다.

실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세계 경제는 각 국 마다 천문학적 규모의 자금을 풀며 회생의 몸부림을 치고 있는 중이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미국의 움직임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4월 반도체 칩 부족 사태가 발생하자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세계 주요 기업을 초청해 ‘반도체 화상회의’를 열었다.

업계에선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의 ‘빅2’인 대만 TSMC와 우리나라의 삼성전자, 정보기술(IT) 강자인 HP, 인텔, 마이크론, 자동차 기업인 포드, GM 등 미국 안팎의 기업 CEO들이 대거 참석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 삼성전자에서는 그룹의 의사를 결정하는 이 부회장이 아닌 최시영 파운드리 사업부장(사장)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부회장이 당시 구치소에 갇힌 영어의 몸이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연간 6000억 달러(약 692조원)의 조달시장을 열어놓고 파트너를 구하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의 핵심 회의에 초청되고도 의사 결정권자인 이 부회장이 직접 이를 지휘하지 못한 셈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21일 미국 신규 파운드리 공장 구축에 총 170억 달러(19조원)를 투자한다고 밝힌 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미국 주정부와의 인센티브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영향도 있지만 이 부회장의 부재가 투자 결정이 지연되는 결정적 요인으로 지목된다.

또 차세대의 대표적인 먹거리인 배터리 투자에도 나설 계획이지만 별다른 움직임은 포착되지 않고 있다.

이런 사이 삼성전자의 최대 경쟁기업인 TSMC는 앞으로 3년간 1000억 달러(약 113조2300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고, 인텔도 300억 달러(34조원)를 투자해 글로벌파운드리 업체의 인수를 추진 중이다.

재계에서는 이런 위기감에 청와대가 이 부회장의 ‘역할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모르는 위중한 상황에서 경제회복의 필요성과 특별사면으로 재벌에게 특혜를 줄 수 없다는 원칙론 사이에서 고민하다 가석방이라는 절충안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아쉽게 사면이 아닌 가석방으로 풀려났지만, 정부가 국가 경제를 위해 가석방해준 만큼 역할에 따라 보호관찰 등 경영활동 제약을 곧 해소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공은 이 부회장에게 넘어온 셈이다.

이 부회장이 반도체 초격차 유지와 배터리 등에 대한 대규모 투자 등의 결단으로 기대에 부응하는 활동을 할 때 국민들은 특혜를 받았다는 비난 대신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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