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제조기업의 신유통 업체 길들이기로 소비자 피해 커질 것’ 우려
-쿠팡 측 "8조 대기업, 1억7천만원 문제 삼아 2년간 업체 길들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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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쿠팡이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에 대해 ‘대형 제조기업이 신유통 업체에 갑질 프레임을 씌웠다’고 반발하고 있다.
지난 11일 공정위는 전원회의를 열고 쿠팡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혐의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32억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LG생활건강은 지난 2019년 쿠팡이 자사 생활용품과 코카콜라 제품 판매와 관련해 불공정 행위를 했다며 공정위에 신고한 바 있다. 당시 LG생활건강은 쿠팡이 일방적으로 반품하거나 계약을 종결했고, 손해보전을 거론하며 부당하게 공급단가 인하를 요구했다는 등 공정거래법과 대규모유통업법 7개 항목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업계에 따르면 LG가 무더기로 제기한 7개 항목 중 이번 전원회의에 상정되는 것은 2개 항목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LG생건이 당시 강하게 주장한 부당반품 금지와 거래거절과 관련한 문제제기는 쿠팡측의 소명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안다"며 "11일 전원회의를 통해서는 쿠팡이 손해보전을 거론하며 공급단가 인하를 요구한 부분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당시 매출 8조 가까운 기업이 1억7천 반품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 자체가 대기업의 횡포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매년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한 LG생건이 당시 업계 3위에 불과한 쿠팡에 ‘갑질을 당했다’는 주장 자체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19년 LG생건의 매출은 7조8천억에 영업이익도 1조1억원을 넘어선 반면 쿠팡은 2018년 1조 넘는 영업손실에 이어 2019년에도 7천억원이 넘는 적자를 이어갔다.
특히 당시 LG생건 매출액 대비 쿠팡에서 발생한 매출액은 1%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LG생건이 실제 불공정 행위로 손해를 봤다기 보다는 기존 기득권 시장을 지키기 위해 성장하는 이커머스에 제동을 걸었다는 분석이 나왔었다.
실제 대기업 제조사가 신유통을 길들이기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94년 대형마트 중심의 신흥 유통기업이 급부상할 때 대기업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기득권 유통인 대리점, 백화점들이 반발했다.
당시 한 식품회사는 대형마트에 제품을 공급하는 조건으로 "판매가는 우리가 결정한다"고 통보했으며 대형마트에서 가격을 할인해 판매하자 제품 공급을 중단하기도 했다. 대형 가전업체 역시 판매 가격 결정권에 대해 장기간 다투다 자사 전 제품의 공급을 못하도록 지시한 적도 있다.
인터넷 발전으로 온라인 커머스가 활성화되기 시작한 2000년대도 마찬가지였다. 한 대형 생활용품 및 화장품 업체는 2004년 한 인터넷 쇼핑몰에 지속적으로 가격인상을 요구하다 일방적으로 제품 공급을 중단해 공정위 제재를 받기도 했다.
LG생건이 타사 대비 쿠팡에 높은 가격으로 납품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부 제품 가격이 타 유통업체 판매가 보다 높은 경우도 있었다는 것이 쿠팡 측 주장이다.
실제 한 제품은 타 유통채널 판매가가 5900원에 불과한데 쿠팡에 공급한 가격은 1만원이 넘기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 제조업체가 자사 채널과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 높은 납품가로 공급할 경우 결국 소비자 이익을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걱정했다.
쿠팡 측은 "실제로 직매입과 직접 배송을 책임지는 유통사에 대한 납품가격이 타 유통사보다 낮아야 하지만 쿠팡에 더 높은 가격의 납품이 이뤄지고 있었다"며 "이는 소비자에게 더욱 합리적인 가격과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새로운 유통채널의 성장을 막기 위한 기존 유통사와 제조사의 유착 및 공생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jjs@ekn.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