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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발전기의 모습. |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정부가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 정책을 통합 시행하면서 신재생에너지 산업 성장의 불균형을 부추기는 것으로 지적됐다.
태양광은 신재생에너지 중에서도 비교적 소규모로 추진될 수 있어 보급 확대 속도가 빠른 편이다. 반면 풍력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입지와 관련해 주민수용성 확보가 쉽지 않아 사업 추진이 더딘 상황이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부터 잇따라 해상풍력발전 개발 현장을 찾아 해상풍력 발전 5대 강국 도약의 비전을 여러 차례 발표했지만 아직 국내 풍력 발전 설비 보급량은 태양광의 10분의 1 수준에 그쳐있다. 당장 설치될 풍력 발전 설비도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풍력 발전 보급 속도가 태양광에 크게 뒤 처지고 있는 데엔 신재생에너지 지원 통합 정책도 한 몫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있다. 특히 정부가 풍력과 태양광 등에 대해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발급과 발전량 예측 오차 보상 제도를 통합 적용하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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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태양광과 풍력 설비용량 그래프. (단위:MW). 자료: 전력거래소 전력통계정보시스템 |
22일 전력거래소 전력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운영되는 육상과 해상 등 국내 전체 풍력발전소 설비용량의 규모는 총 1692MW로 태양광 1만6685MW의 10분의 1 수준이다. 태양광은 지난 2017년 설비용량 5062MW에서 올해 8월까지 1만6018MW로 3배 넘게 성장했다. 반면 풍력은 지난 2017년 설비용량 1215MW에서 올해 8월 1692MW로 39.2%(477MW) 성장하는 데 그쳤다.
전력거래소 자료인 ‘발전소 올해 2분기 건설사업 추진현황’을 분석한 결과 풍력발전소의 신규 건설 추진 설비용량 규모는 2023년까지 총 1590.1MW다. 이걸 현재 운영되는 풍력 발전 설비용량 1692MW와 더해도 3282.1MW다. 이는 지난 한 해 태양광 보급량 3953MW에도 미치지 못한다. 풍력발전 보급이 태양발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한 상태다.
◇ 통합된 REC 정책에 태양광 따라가지 못하는 풍력
REC 발급의 경우 태양광산업은 그간 REC 지원제도의 혜택을 받으며 다른 재생에너지에 비해 크게 성장해왔다. 하지만 태양광 발전소 확대로 REC 공급량이 대폭 늘어나면서 REC가격이 곤두박질해 REC 혜택이 많이 줄어들었다.
REC 가격이 하락하면서 REC를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하는 발전사들이 REC를 구매하면 해당 비용을 보전해주는 REC 정산단가도 2017년 1REC당 10만4688원에서 지난해 6만6170원으로 하락했다. REC 정산단가는 여러 신재생에너지원 REC 가격을 가중평균해서 구한다.
REC 정산단가 하락은 이제 사업을 본격화하는 풍력 발전 산업의 입장에선 REC 제도의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REC 제도는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산업 육성을 위해 만든 것이지만 풍력 발전 사업엔 상대적으로 큰 도움이 안되는 것이다. 특히 풍력발전 산업은 가뜩이나 주민수용성 확보에 애를 먹고 있는데 REC 제도 혜택도 줄어들어 사업 경제성이 크게 축소됐고 풍력발전 사업 유인 효과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발전공기업 관계자는 "태양광 설치 비용하락으로 태양광 보급은 빠른데 풍력은 태양광의 비용하락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태양광 REC 가격이 풍력하고 같이 돼 있어 발전공기업이 풍력발전과 수의계약으로 체결하는 REC 가격이 정부가 보전해주는 REC 단가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설비용량 100MW 이상 대규모 해상풍력의 경우 발전사의 REC 차액손실이 수천억원에 이른다"며 "기준단가 문제가 해결돼야 발전사가 사업심의를 하고 풍력사업에 참여할지 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풍력산업협회도 이와 비슷한 입장이다. 정부는 지난 7월 풍력 발전이 REC를 더 많이 발급받아 수익을 높일 수 있도록 REC 가중치를 높였다. 하지만 근본적인 재생에너지별 REC 분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풍력 산업이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풍력산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의 REC 가중치 상향은 중장기적으로 전체 시장의 REC 공급량이 많아져 REC 단가가 낮아지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REC 공급 의무사가 손실을 입지 않고 REC를 정산할 수 있도록 에너지원별 REC 분리 정산 혹은 정부 심의가격으로 정산 등 정산제도의 구조적 개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제도도 태양광 중심
전력거래소는 발전량이 일정하지 않은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제도는 발전사업자의 실제 발전량이 하루 전날 예측량과 비교해봐서 일정한 오차율 이내면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제도다. 날씨 등에 영향을 많이 받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되도록 정확히 예측해 전체 전력 수요 및 공급 관리를 제대로 하고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방안이다.
발전량 예측제도를 통해 인센티브를 받으려면 더 높거나 낮게 예측하든 예측 오차율이 8% 미만이어야 한다. 예측 오차율이 6~8%면 생산한 전력에서 1MWh당 3000원이, 6% 이하일 경우 1MWh당 4000원의 추가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이같은 인센티브는 현재 1MWh 단위로 거래되는 REC 현물시장 가격 약 3만원의 10% 수준인 셈이다.
오차율 8% 미만이라야 발전량 예측제도 참여에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풍력은 태양광보다 오차율이 훨씬 높고 대부분 보상 기준치를 넘어 이 제도의 혜택을 보기 어렵다고 업계는 전한다.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제도도 REC 제도처럼 에너지원별 상황을 고려해 분리돼 있지 않고 재생에너지 전체로 통합돼있다.
업계에 따르면 햇빛으로 발전하는 태양광보다 갑작스럽게 변할 수 있는 바람으로 발전하는 풍력의 발전량 예측이 더 어렵다고 본다. 게다가 태양광은 비교적 전국 사방에 깔려 있어 참고할 수 있는 데이터가 많이 쌓인 상태다. 태양광 발전 예측 오차율은 약 3∼5%이지만 풍력 발전 예측 오차율은 무려 10%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병학 브이피피랩 대표는 "현재 재생에너지 전력예측사업에 풍력이 참여하기 어렵다"며 "태양광 발전을 기준으로 맞춰진 예측 오차율 기준을 상대적으로 고난도인 풍력 오차율을 상향해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wonhee4544@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