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기후변화 대응과 수송의 디지털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8.24 09:39

안남성 전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원장

안남성

▲안남성 전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원장

기후변화 대처를 위해 도심의 자동차 속도를 30km/h 이하로 제한하는 정책이 유럽의 주요 도시에서 시행된다는 소식이 최근 언론을 통해 전해지면서 기후변화 대처와 도심자동차 속도 제한이 도대체 어떤 관계가 있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프랑스 파리, 영국 런던, 벨기에 브뤼셀, 네델란드 암스테르담 등 유럽 주요 도시에서 이런 정책을 시행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주요 도심지에서 같은 성격의 ‘50/30’ 정책이 실시되고 있다. 상당수 시민들은 이런 정책이 그렇지 않아도 악화되고 있는 도심의 교통 혼잡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뿐 아니라 탄소배출도 지금보다 더 증가할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기후변화 대책의 일환으로 도심 자동차 주행속도를 제한하는 것은 ‘보상 피드백(Compensating Feedback)’을 고려한 정책이다. 보상 피드백은 선의로 추진된 정책이 정책 저항으로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는 현상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혼잡을 방지하기 위해 차량 도심 운행속도를 증가시키면 다른 도로를 이용하던 차량까지 도심을 통과를 하게 돼 의도하지 않게 도심의 차량 통행을 더 늘림으로써 오히려 혼잡을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주행 속도 제한 정책은 보상 피드백이 거꾸로 작용하도록 함으로써 시내에서 차량 이용을 줄이려는 것이다. 운행 속도가 제한되면 운전 매력도가 감소하여 운전자는 외출 횟수를 제한하거나 차량 운행 거리를 줄이는 방안으로 소비자가 스스로 차량이용을 감소시키도록 유도하는 정책들이다.

이런 시내 속도 제한 정책은 운행 시간 증가로 초기에는 교통 혼잡을 야기하지만 점차 시민들이 개인 차량 이용을 줄이고 버스나 지하철과 같은 대중 교통 이용을 증가시켜 자연스럽게 교통 혼잡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더불어 차량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줄일 수 있어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책으로 교통분야에서 단기적이면서 효과적으로 도입할만한 조치들이다.

하지만 한창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화가 더 진전되면 도심속도제한처럼 시민들에게 불편을 느끼게 하는 정책은 더 이상 필요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구글에서 인공지능을 개발한 래이 커츠웨일은 현재와 같은 속도로 디지털 기술이 발달한다면 2030년대에는 특이점이라고 불리는 ‘싱귤래리티’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싱귤래리티는 컴퓨터의 연산 능력이 인간의 연산 능력을 추월하는 시점을 말한다. 싱귤래리티에 도달하면 교통 문제도 대부분의 자동차들이 ‘TaaS(서비스형 운송, Transportation as a Service)’라는 플랫폼에 의해 운행이 되면서 지금 야기되고 있는 여러 교통문제와 환경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2030년이 되면 TaaS라는 플랫폼에 의해 운행되는 차량이 개인 소유 차량보다 많아지고 상용화된 자율 주행 기술들이 카셰어링과 같은 비지니스모델 들과 융합되면서 혼잡과 이산화탄소 배출의 주원인이 되는 지금의 교차로가 사라지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즉 사람들의 이동에 편리성을 높여주는 각종 서비스나 이동 수단을 제공하는 모빌리티 시대가 활짝 열리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TaaS 기반 모빌리티 시대에서는 새 자동차 판매는 약 80% 감소하게 될 것이고 TaaS 이용시 개인자동차를 소유하는 것보다 10배 정도 저렴한 비용으로 교통비가 감소하여 수송분야의 제로 한계 비용 시대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TaaS기반 교통 시스템이 정착되면 도로위의 자동차 수는 현재의 약 20% 정도로 감소하여 주차 문제, 교통 혼잡문제,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 등 많은 도시 문제들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는 더 이상 도심 속도 제한 같은 불편한 정책들은 필요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플랫폼기반 교통 시스템이 편리하고 효율적인 긍정적 효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부정적인 영향도 예상할 수 있다. 도심의 자동차 수가 급격하게 감소하면 자동차 산업은 물론 이와 연결되어 있는 자동차 보험산업, 그리고 석유 산업 등은 그 역할이 급격히 축소될 것이며 이들 산업들이 고용하고 있는 고용 인력도 급격한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부정적인 영향에도 불구하고 디지털화는 어떤 분야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따라서 필연적으로 발생되는 실업 인력을 어떻게 매끄럽게 새로운 성장 산업으로 이동을 시킬 것인지가 지금부터 우리가 단단히 대비해야 할 숙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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