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사내유보금 과세제도 폐지해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8.24 09:39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최준선 성균관대 교수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기업 미환류소득에 대한 법인세’는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자금을 사외로 유출시켜 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에서 2015년 도입됐다. 2017년 말 일몰 종료됐지만, 대신 이 제도의 명칭과 내용을 수정한 ‘투자ㆍ상생협력촉진세제’가 신설되어 3년간 한시 적용해 오다가, 작년 말 개정된 조세특례제한법 일부 개정으로 다시 2년간 연장 시행되고 있다.

미환류법인소득세제는 ‘대기업들의 사내유보 증가’가 곧 ‘투자 축소’를 의미하는 것으로 간주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사내유보금은 현실로 회사에 쌓아 둔 현금이 아니므로, 이 제도가 사내유보금을 마치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으로 인식하여 설계된 점에서 근본적으로 오해에서 출발한 제도라 할 수 있다.

얼마 전 한국산업연합포럼(KIAF) ‘사내유보금 보유 실태조사’ 발표를 보면, 사내유보금 중 현금성 자산(48.6%)보다는 기계, 토지, 공장 등 실물인 유형자산이나(77.1%), 매출채권, 미수금, 재고 등 현금 외 자산(65.7%)으로 더 많이 편재되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조사에선 총 35개 업체 중 37.1%의 기업이 사내유보금 중 현금성 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5% 미만이라고 답했다. 68.5%의 기업은 현금비중이 15%미만이라고 응답했다. 즉, 사내유보금에 과세를 한다고 해도 현금성 자산에 대해서만 했어야 한다는 말이다.

이때 현금성 자산이란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밀하게 재구성되어야 한다. 예컨대 단기대여금, 장기대여금, 만기보유증권, 매도가능증권, 장기투자증권, 지분법적용투자주식, 기타 특정현금과 예금 등 어느 것이 현금성이고 어느 것이 아닌지 면밀하게 분석돼야 한다.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도 재무건전성 확보, 운영비 지출ㆍ시설 투자ㆍR&D 투자ㆍ배당금 등에 대비할 목적을 가지고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만약 사내유보금이 부족한 경우 차입을 해서라도 조달해야 한다는 응답이 84.6%나 됐다.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단기적으로는 기업의 투자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반대로 투자를 감소시킬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사내유보금에 대해 과세하면 기업들은 일단 유보금 줄이기에 나설 수밖에 없다. 실제로 과세 대상에 해당하는 기업들 중 절반 이상(58.3%)이 세금 부담 완화를 위해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 있다고 응답했다. 투자압박에 쫓기고 있다는 말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당장은 다소 불요불급한 곳에 투자하거나 배당을 늘여, 현금성 자산을 탕진하게 된다. 사내유보를 늘리는 것은 미래의 투자를 위한 경영정책인데, 이에 대한 과세는 미래의 투자를 감소시키게 되며 결과적으로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역설을 낳는다. 이는 기업 경영을 왜곡시키는 심각한 경영침해다.

투자는 타이밍이다.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는 투자할 타이밍을 고려하지 않고 당장 어디엔가 유보금을 투입하여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그러나 막상 투자를 할 절호의 기회가 왔을 때는 유보 현금이 없어 고금리 차입경영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기업 입장에서는 기가 막히는 부조리임이 틀림없다.

이 제도가 배당을 강제하는 효과가 있지만, 과세대상 법인은 거의가 상장회사고, 그 주주 중엔 재무적 투자자와 외국인 주주가 많아 배당의 가계소득 증가 효과는 미미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사내유보금은 세금을 이미 납부한 자산인데, 여기에 다시 ‘당기 소득의 60%∼80%를 투자, 임금 등으로 환류하지 않은 경우 당기 미환류소득에 대해 20% 과세’한다는 것(조세특례제한법 제100조의32: 투자ㆍ상생협력 촉진을 위한 과세특례)이다. 즉, 세금 내고 획득한 기업 재산에 또 한 번 세금을 더 부과하는 것이다. 명백히 비윤리적 2중과세다.

용어 자체도 적절치 않다. ‘근로소득세’는 근로로 얻은 소득에 대한 세금이다. 그러나 미환류금, 즉 사용하지 않은 금전에서 아무런 소득도 발생하지는 않는데, 미환류 ‘소득세’를 매긴단다. 이 무슨 괴상한 말장난인가. 당장 폐기하고 기업 투자와 배당의 자율성, 나아가 경영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성철환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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