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 최대전력 당시 최대 전력수요량은 97.7GW, 전력거래소 실시간 집계 현황보다 10GW 많아
하계보다 최대전력수요량이 많은 겨울 폭설과 한파 동반 시 블랙아웃될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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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최대전력수요가 발생한 7월27일 전력량 현황. 미계량 태양광으로 인해 9.6GW의 차이가 발생했다.[자료=전력거래소, 한무경 의원실] |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올 여름 전력수급 불안 우려와 전력 피크기 태양광 기여도 논란이 정부의 전력수요 예측 실패에서 비롯된 것으로 연일 지적되고 있다.
정부가 잘못된 전력수요 예측에 맞춰 현 발전 설비용량 및 전력 공급체계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다가오는 겨울철에도 전력수급 불안이 되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됐다.
특히 전문가들은 겨울철 안정적 전력수급을 위해 당장 전력수요 예측을 수정하고 이에 맞는 대책을 반영해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다시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전력수요 예측이 잘못됐다는 게 이미 확인됐고 현재 전력생산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원자력 발전 축소 및 석탄화력발전 퇴출과 함께 전력 생산 안정성에서 취약한 태양광발전 확대 추세에 있다는 이유에서다.
‘2050탄소중립’과 ‘탈(脫)원전·탈석탄’을 선언한 정부의 기조는 태양광·풍력발전 같은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늘리는 것이다. 다만 현재 한국의 상황에선 신재생 에너지를 빠른 속도로 늘리기엔 입지 선정에서 건설 이후 관리·운영까지 곳곳에 장애물이 도사리고 있다. 최적의 발전효율을 낼 수 있는 입지를 찾기 힘든 데다 각종 규제·민원을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상존하는 와중에 최근의 상황에서 보듯 폭설, 한파 등 기후변화와 고장 등 예상외의 ‘복병’도 나타난다. 무엇보다 신재생에너지는 석탄화력과 원자력 등 기존 기저발전원과 달리 여전히 변동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최대전력수요 실시간 집계에서도 오류가 발생하고 있다.
24일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여름 최대전력을 기록했던 시점은 7월 27일 15시로 최대 전력수요량은 97.7GW에 달했다. 그러나 이날 전력거래소 실시간 전력수급현황에는 동시간 전력수요량이 88.1GW로 집계되었다. 전력거래소가 파악하지 못하는 미계량 태양광 발전량 9.6GW가 제외되었기 때문이다. 거래소를 통하지 않고 한국전력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자가 사용하는 태양광발전은 전력거래소에 집계가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기상청 자료 등을 통해 미계량 태양광 발전량을 예측하는 방식으로 전력수요량을 예측하고 있다. 산업부는 실시간 집계에 빠져있는 태양광 설비용량이 15GW라며, 태양광 발전량 피크타임 기여도가 11.1%에 달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정부가 밝힌 최대전력 목표수요량과 실제 최대전력수요량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2020년 12월 정부가 발표한 9차전력수급계획 상 2021년 하계 최대전력 목표수요량은 89.99GW이다. 결국 정부의 목표보다 8% 이상 높은 전력수요량을 기록한 것으로 정부가 최대전력을 과소예측했다는 것이 입증되는 대목이다. 전력거래소가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한무경 의원실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전력거래소는 올해 하계 최대전력수요량을 99.6GW로 전망했다(미계량 태양광 포함). 이는 9차전력수급계획 상의 목표수요치보다 약 10% 높은 수치로 원전 10기가 생산하는 전력수요가 추가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뜻이다.
에너지경제연구원장을 지낸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는 "태양광 발전 확대로 수급 안정성이 높아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수급 불안 요인이 더 부각되었다"며 "문제는 태양광 발전량이 적어서가 아니라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애써 외면하고, 대책 없이 태양광만 확대함에 따라 증폭되는 변동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날씨에 따라 들쑥날쑥 거리는 태양광의 변동성은 태양광 확대와 함께 빠르게 증가하여 전력수급의 안정성을 크게 해친다"며 "태양광 설비 증가와 함께 당연히 늘어나는 태양광 발전량과 피크기여도를 내세울 때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일부 전문가들은 하계보다 최대전력수요량이 많은 겨울이 되면 폭설과 한파 동반 시 블랙아웃될 가능성이 높다며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상 전력수요예측을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최대전력이 정부의 목표수요보다 8% 이상 많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올 겨울 최대전력수요가 100GW를 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1월에도 태양광발전의 피크기여도는 1%대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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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태양광발전소. |
태양광발전이 여름철 최대전력을 낮추는데 기여한 것처럼 겨울철에도 제 역할을 해준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눈이 내린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눈이 오면 태양광발전은 발전량이 거의 없어 무용지물이 된다. 올 겨울 이상기후로 인한 한파와 폭설의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태양광발전이 제 역할을 못할 경우 심각한 전력난에 봉착하게 될 것이 예견된다. 지난해 겨울 텍사스 한파로 발생한 대정전 사례가 재현될 수도 있다.
한무경 의원은 "정부의 전력수요예측이 엉터리라는 것을 정부 스스로가 인정했다"며 "엉터리 수요예측을 바탕으로 수립된 9차전력수급계획에 따라 전력시스템을 운영한다면 심각한 전력난뿐만 아니라 최악의 경우 블랙아웃 상황까지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서 "전력난을 막고 전력시스템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실제 최대전력수요에 맞춰 9차 전력수급계획을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부 측은 "수급계획은 전문가들의 종합적인 검토를 통해 도출된 결과, 빈번해지는 기상이변,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변동성 확대 및 전기화 수요 등 전력정책 환경 변화를 종합 고려해 전력수요 전망 방법론을 보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