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의 SK, 지배구조개편 새 모델 제시...핵심은 '파이낸셜 스토리'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8.25 15:50

SK-SK머티리얼즈 합병하고 SKT 분할 결정

‘투자형 지주회사’ 완성···지배구조 단순화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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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지배구조 개편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가면서 ‘파이낸셜 스토리’ 경영 철학이 완성되고 있다.

오너 일가 지배력을 높이는 ‘편법’을 멀리하고 단순한 구조로 경영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작업에 열중한 것인데, 최 회장이 퍼즐을 모두 맞출 경우 지주회사인 SK㈜는 투자전문 회사로 거듭나고 각 계열사들은 역량이 극대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최근 그룹 지주회사 SK㈜와 SK머티리얼즈를 합병하기로 결정했다. SK머티리얼즈는 첨단 소재 분야 핵심 계열사다. SK그룹이 지난 2016년 OCI그룹부터 인수해 SK㈜의 자회사로 두고 있었다.

SK㈜는 신주를 발행해 자회사 주식과 교환하는 형태로 SK머티리얼즈를 흡수 합병하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SK㈜의 글로벌 투자 관리 역량과 재원 조달 능력이 SK머티리얼즈의 풍부한 사업개발 경험과 결합하며 그룹의 첨단소재 사업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첨단소재 분야 사업 추진 체계가 SK㈜로 일원화되고 지배구조가 단순화돼 기업가치도 제고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조성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결정이 작년부터 꾸준히 최 회장이 강조해온 ‘파이낸셜 스토리’를 완성하는 초석이라고 본다. SK㈜는 올해 3월 그룹 사업구조를 단순화하고 핵심 사업에 힘을 실어주는 방식의 ‘파이낸셜 스토리’를 추진한다고 선언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SK머티리얼즈에 자금을 투입할 방법은 유상증자 등 여러 가지가 있지만 최 회장이 ‘단순한 지배구조’를 강조해 흡수합병을 결정한 것으로 안다"며 "SK머티리얼즈 산하에서 다양한 사업을 영위하던 손자회사들도 지주회사의 자회사로 올라간다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룹 핵심 계열사인 SK텔레콤의 인적 분할을 결정한 것도 ‘파이낸셜 스토리’를 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SK텔레콤은 오는 10월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통신 존속법인과 비통신 신설법인으로 회사를 나눈다. 신설 회사는 반도체·ICT 투자 역량을 발휘하는 그룹의 중간지주사 역할을 맡게 된다.

시장에서는 그룹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SK하이닉스가 그룹 지배구조 하단에 있다 보니 인수합병(M&A) 등 결정에 제약이 많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손자회사는 다른 회사를 인수할 때 지분 100%를 모두 취득해야 한다. 이번에 SK텔레콤이 성공적으로 인적 분할에 성공하면 반도체 뿐 아니라 앱마켓(원스토어), 커머스(11번가), 융합보안(ADT캡스), 모빌리티(티맵모빌리티) 등 다양한 영역에서 투자와 성장의 기회가 생겨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있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 관련 최 회장의 다음 결정은 바이오 또는 그린 분야에서 나올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앞서 그가 ‘파이낸셜 스토리’의 핵심 축으로 첨단소재와 디지털외에 바이오·그린도 꼽았기 때문이다.

최근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수혈한 SK바이오팜이나 SK바이오사이언스, 탄소중립 사회를 맞아 전반적인 체질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SK이노베이션 등의 지배구조를 단순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재계가 주목하는 포인트는 SK그룹이 시장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정공법’을 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간 주요 대기업들이 총수 일가 영향력을 강화하거나 자녀에게 편법으로 지분을 승계하기 위해 계열사를 쪼개거나 합병했던 사례와 비교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하고 있는 최 회장이 지배구조 개편의 ‘모범 답안’을 제시해 경쟁사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SK그룹이 ESG 경영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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