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 가격 급상승에 RE100 활성화 기대감↑…"아직 속단 어렵다" 견해도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8.26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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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100 캠페인 로고.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탄소배출권 가격이 최근 급상승하면서 사용전력을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조달하는 국내 RE100(Renewable Energy 100%) 활성화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배출권 가격 상승은 올해부터 3차 배출권 할당계획이 시작돼 배출권의 유상할당 비중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또 앞으로 배출권 구입 수요가 갈수록 크게 늘어 배출권 가격 상승세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35% 하한선 두는 ‘탄소중립기본법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만 남겨두고 있는 등 여권의 2050 탄소중립 추진 움직임 가속화가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국내 RE100 이행방안 중 제3자 전력구매계약(PPA) 체결과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 구입으로 탄소배출을 감축하면 그만큼 실적을 인정받는다. 이에 따라 탄소배출권 가격 비싸질수록 기업으로선 배출권을 사는 것보다는 PPA 또는 REC 구입방식을 통한 신재생에너지 공급으로 탄소감축 실적을 인정받을 수 있는 RE100에 참여하는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공급이 최근 크게 늘어나면서 REC 가격이 크게 떨어져 RE100 참여 확대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비용문제가 커 RE100시장의 활성화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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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부터 지난 25일까지 2021년 배출권(KAU21) 가격 추이. (단위: t/원) 자료: 한국거래소 배출권시장 정보플랫폼


◇ 배출권 가격 상승에 REC 거래 활성화 기대감

26일 한국거래소 배출권시장 정보플랫폼에 따르면 2021년 배출권(KAU21) 가격이 전날 1톤당 2만9500원까지 치솟았다. 이같은 가격은 지난 10일 KAU20 거래종료를 앞두고 KAU21이 본격 거래를 시작한 지난달 28일 2만500원보다 무려 43.9%(9000원)이나 올랐다. 약 한 달 새 급등한 것이다. KAU21 가격이 지금까지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 6월 21일 톤당 1만3100원(거래량 1000톤)에 비하면 두 배 넘게 뛴 것이다.

KAU21은 관련 거래 시장이 지난 1월 4일 열린 뒤 하루 거래량 1000∼2000톤 정도로 드문드문 거래되다가 지난달 28일 4만톤을 시작으로 본격 거래됐다. 지난 4월 1일부터 5월 27일까지 거래가 아예 없기도 했다. 2020년 배출권(KAU20) 거래는 지난 10일 종료됐다.

KAU21 가격이 최근 급상승한 이유는 KAU21부터 3차 배출권 할당계획이 적용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배출권 허용총량 중 유상할당 비중이 지난 2차의 3%보다 10% 상향돼 기업이 직접 구매해야 할 배출권이 많아졌다.

탄소중립기본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가 유력한 점도 배출권 가격을 끌어올린 원인으로 꼽혔다. 이 법안은 현재 2017년 대비 24.4%인 2030년 NDC를 2018년 대비 35% 이상으로 높였다.

탄소배출권 가격이 비싸질수록 상대적으로 기업이 RE100에 참여할 이유가 생긴다. 국내 RE100 이행방안에는 녹색프리미엄과 제3자 PPA, 일반 REC 거래시장이 있다. 이 중 제3자 PPA와 일반 REC 거래시장으로 재생에너지 전력을 조달해 탄소배출량을 줄이면 그만큼 감축실적을 인정받을 수 있어 배출권을 대체할 수 있다.

제3자 PPA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재생에너지 전력수요자가 직접 전력공급 계약을 맺는 방식이다. 일반 REC 거래시장은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생산한 전력에 발급받는 인증서인 REC를 재생에너지 전력수요자와 거래를 하는 시장이다.

지난 20일 일반기업 REC 구매할 수 있는 REC 거래시장서 보통 REC 가격보다 높은 가격에 첫 거래가 이뤄져 REC를 판매하는 신재생에너지 사업자들 사이에서 화재였다. 현재 발전공기업이 참여하는 REC 현물시장 거래 가격 1REC당 약 3만원보다 60% 이상 높은 4만9040원에서 거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한 태양광 발전사업자는 "REC 가격 급락으로 팔지 못한 REC를 쌓아둔 사업자들이 REC 거래시장서 거래를 원한다"며 "배출권 가격이 더 상승하면 기업들의 REC 거래도 더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솔라커넥트에 따르면 해당 REC 거래는 외국 기업이 지난해 REC 가중치가 1.0인 발전사와 계약을 체결한 건을 지금 거래한 것이었다. 지난해 REC 가격을 기준으로 하다 보니 비교적 가격이 더 높았다. 지난해 8월 REC 현물시장 가격은 1REC당 4만6235이었다.

◇ 기업들은 PPA를 더 선호…"비용 문제 아직 크다"

또한 기업들은 REC 거래보다는 제3자 PPA를 더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재생에너지 전력을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공급받길 원해서다. REC 거래시장의 경우 일시적으로 빠르게 RE100을 이행할 수 있지만 안정성에서는 제3자 PPA보다 떨어진다고 평가받는다. 특히 REC 시장은 실시간 시장이나 장기간 계약을 하더라도 REC만 거래하는 한계가 있다. 재생에너지 전력 판매가는 계통한계가격(SMP)와 REC 가격으로 이뤄져 있는데 장기계약을 하더라도 발전사업자는 SMP 변동에 노출된다. SMP와 REC 가격이 고정되는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고정가격계약이라는 대안이 있다. 그러다 보니 발전사업자들은 일반 REC 거래시장에서는 그동안의 잔여 REC를 실시간 시장에서 빠르게 처리하길 더 선호하는 걸로 보인다.

진우삼 RE100 위원회 위원장은 "글로벌 RE100 추세를 보면 기업들은 안정적으로 재생에너지 전력을 공급받을 수 있는 PPA를 선호한다"며 "RE100을 선언한 기업들이 직접 재생에너지 전기를 조달하면서 시장에 재생에너지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확대되고 전체 전력생산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을 높이는 게 RE100의 목적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배출권 가격 상승이 기업 RE100 참여에 긍정적일 수는 있지만 아직 국내에서 PPA 물량이 제한돼 있어 망이용료 등 부가비용을 포함한 재생에너지 전력가격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시장이 점점 더 확대되겠지만 기업들이 PPA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전력을 조달하는 게 아직 쉽지 않다"고 밝혔다.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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