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시장 격전···이재용의 ‘초격차’ 시험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9.01 15:31

美·中·英 등 정부 자국 이익따라 대규모 '딜'에 제동 걸고 딴지



‘게임체인저’ 노리는 인텔도 대규모 투자로 파운드리서 맹추격



삼성 240조원 투자 ‘시스템 반도체 1위’ 선언…정면승부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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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는 경쟁사들의 추격이 거세고 도전장을 내민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글로벌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가석방 신분으로 처음 내놓은 삼성그룹 중장기 비전에서 ‘반도체 적극 투자’를 공언한 만큼 어떤 형식으로건 정면승부는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1일 재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기업간 합종연횡과 국가간 지원·견제 정책이 맞물린 ‘전쟁터’로 변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반도체 수요가 급증한 이유도 있지만 미국과 중국간 ‘무역갈등’이 심화한 영향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 대규모 인수합병(M&A) 소식이 전해져도 각국 정부가 이를 견제하며 딜이 깨지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AMAT)와 일본 반도체 기업 고쿠사이일렉트릭의 M&A 무산 사례가 대표적이다. 중국 정부가 양사의 M&A 거래 심사를 지연하다 올해 3월 거래를 원점으로 되돌려버렸다. 지난 2018년에는 미국 퀄컴이 네덜란드 NXP를 사려다 중국의 반대로 실패한 바 있다.

최근 변수는 엔비디아의 ARM 인수다. 지난해 최대 ‘빅딜’로 꼽혔던 M&A지만 영국이 독점 우려가 있다며 합병에 제동을 걸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양사 합병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40조원짜리 거래가 무산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삼성을 이끄는 이 부회장 입장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면밀히 살필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삼성전자가 현재 수백조원 실탄을 들고 M&A 매물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 콜 당시 "대규모 M&A를 추진하겠다"고 공식 선언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 이 부회장이 가석방을 통해 조심스럽게 경영에 복귀하는 시점에 ‘M&A 불허 리스크’가 시장에 조성되고 있는 셈이다.

인텔·TSMC 등 기존 경쟁자들의 행보도 거침없다. 특히 메모리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는 삼성은 ‘황제’ 인텔과 파운드리 시장에서 정면 승부를 벌일 예정이다.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 시장은 대만 TSMC가 50% 이상 과점하고 있는 시장이다.

올해 초 취임한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파운드리 사업에 재진출하겠다고 선언했다. 인텔은 과거에도 파운드리 사업을 시도했으나 자체 제품 생산에 안주하며 파운드리 기능은 사실상 유명무실했다. 당장 인텔은 총 200억달러(약 22조 6000억원)를 투자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2개의 파운드리 공장을 짓겠다는 구체적인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한편 인수합병도 노리고 있다. 한때 인텔이 세계 4위 파운드리 업체 글로벌파운드리스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시장에 전해지기도 했다.

이 부회장은 당장 2030년까지 총 171조원을 투자해 파운드리를 포함한 비메모리 부문에서 글로벌 1위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운 상태다. 이에 따른 첫걸음으로 미국에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파운드리 신규 공장 증설을 추진 중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이 시스템 반도체 1위 달성을 위해서는 파운드리 사업 확장이 불가피한데 경쟁 상대들이 워낙 강력하고 시장 불확실성이 높다는 게 변수"라며 "삼성이 메모리 분야 1위를 지키며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적절한 시기 과감한 투자 결정과 M&A가 절실한데, 총수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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