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上하는 금융플랫폼] 카카오뱅크에 고전하는 금융株...000에 달렸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9.03 08:36

카카오뱅크, 출범 3년만 흑자전환 이후 실적 성장세 가속



‘네트워크’ 효과로 고객 간 연결 기하급수적 증가



"시중銀, 카카오처럼 MZ세대에 ‘습관’ 심어야"



일각선 "주가 고평가...카뱅 사업모델 평가 시기상조"

카카오뱅크

▲카카오뱅크 판교오피스.


[편집자 주] 38조9107억원.

해당 수치는 2일 종가 기준 카카오뱅크의 시가총액이다. 카카오뱅크는 상장 첫날 금융주 시가총액 1위로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한 이후 ‘금융 대장주’ 자리를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순위는 11위로, 기아(12위), 현대모비스(14위), 삼성물산(15위)보다 높다. 기존에 금융 대장주였던 KB금융은 시가총액 22조794억원으로 22위에 그친다. KB금융은 카카오뱅크를 제치고 다시 금융주 대장주 자리를 찾을 수 있을까. 에너지경제신문은 국내 금융사들이 디지털 전략과 관련해 플랫폼 경쟁력을 지금보다 더 상(上)위권으로 끌어올리고, 세상에 없는 플랫폼 모델을 상상(想像)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점을 보완해야 하는지 진단해본다.

<글 싣는 순서>

1) 배달, 알뜰폰...금융사, ‘금융인이 만든 비금융업’ 틀을 깨라
2) 카카오뱅크에 고전하는 금융株...000에 달렸다
3) 금융지주 이사회, ‘00을’ 용인하라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카카오뱅크가 KB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를 제치고 단숨에 ‘금융 대장주’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던 건 ‘플랫폼의 힘’으로 요약된다. 카카오뱅크가 ‘카카오’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무기로, 금융의 새로운 시도들을 모두 선점하면서 시중은행들이 수십 년간 쌓아올린 가입자 수, 상품 경쟁력 등을 단숨에 압도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일 카카오뱅크 주가는 상장 첫날인 8월 6일 6만9800원에서 이달 현재 8만1900원으로 17% 올랐다. 이날 카카오뱅크 주가가 우정사업본부의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이슈로 하루새 7.7% 빠진 점을 감안해도 양호한 성과다. 카뱅 주가는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2.88%)도 뛰어넘었다. 같은 기간 KB금융을 비롯해 다른 지주사들 주가는 하락했다.


 

카카오뱅크, 출범 3년만에 흑자...‘플랫폼 고집’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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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금융주 8월 6일(카카오뱅크 첫 상장일) 대비 9월 2일 주가 수익률. 시가총액 및 시총 순위는 9월 2일 기준.


특히 시장에서는 카카오뱅크가 오랜 적자에서 벗어나 수익을 내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실제 카카오뱅크는 출범 첫해인 2017년 1045억원의 적자를 봤다. 그러나 2018년 201억원 적자로, 손실 폭을 축소했다. 지난해 순이익은 137억원으로 출범 3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11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6.2% 증가했다.

카뱅 측은 "이자부문 수익과 함께 주식계좌개설 신청 서비스, 제2금융권 연계대출 등 플랫폼부문 수익도 고르게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출범한 지 3년 밖에 되지 않은 카카오뱅크가 지난해를 기점으로 빠르게 실적을 끌어올린 것은 플랫폼 부문에서 수익 모델을 찾은 방증이라는 게 투자업계 안팎의 해석이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투자사들은 사업 모델 확장성, 사업 모델의 기반이 되는 이용자 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스타트업에 투자한다"며 "스타트업이 대규모 투자로 인한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를 냈다는 것은 자신들이 구상한 사업 모델과 수익성 간에 연결고리를 찾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한 번 연결고리를 찾고 나면 그 뒤로는 무서운 속도로 실적이 증가하는 게 투자업계의 오랜 법칙"이라며 "카카오뱅크도 플랫폼 사업을 수익화할 수 있는 사업모델을 발굴하는데 첫 걸음을 뗀 만큼 앞으로 실적은 더욱 큰 폭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카카오뱅크가 고객들을 끊임없이 늘릴 수 있는 비결 중 하나로 ‘네트워크 효과’를 꼽고 있다. 기존 시중은행의 경우 고객과 은행이 1대 1로 연결되는 선형 구조인 반면 카카오뱅크는 1명의 고객을 중심으로 다른 고객에게 서비스가 확대되는 네트워크형 구조라는 것이다. 김수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러한 네트워크는 카카오뱅크 내에 활동성이 높은 고객이 다른 고객을 유치하는 효과로 이어지면서 카뱅 내에 고객 간에 연결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킬 것"이라며 "이는 과거 카카오톡의 성공 사례 중 하나인 단톡방의 네트워크 확장 효과와 유사하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MZ세대에 ‘습관’을 심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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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지주,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이에 따라 앞으로 금융업종 간에 대장주 경쟁은 금융 플랫폼, 즉 애플리케이션(앱) 고도화에 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 플랫폼을 고도화해 잠재적 고객을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앞으로 금융사 간에 기업 가치를 좌우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MZ세대는 다른 연령층과 달리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는 물론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디지털 금융에 친숙하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카카오톡이 대다수의 국민들에게 ‘습관’으로 자리 잡은 것처럼 시중은행의 모바일 앱도 MZ세대의 ‘생활’에 깊숙히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디지털 서비스의 역량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김수현 연구원은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는 20대, 30대의 이체, 송금, 수신 등 금융생활 전반에 깊숙하게 자리잡아가고 있다"며 "이 습관은 그들이 중장년층이 되어서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시중은행들도 향후 10~20년을 내다보고 MZ세대를 집중적으로 공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재 카카오뱅크의 주가가 고평가됐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카카오뱅크의 향후 플랫폼 금융 성장성은 이미 충분히 주가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또 카카오뱅크와 같은 수익 모델이 10년, 20년 뒤에도 성공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중은행이 토스, 카카오의 사업모델을 접목하는 것이 무조건 정답이라고 봐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며 "과거와 달리 상당수의 시중은행 고객들이 앱을 이용하는데 있어서 만족도가 높고, 신규 비즈니스의 성공 여부를 논하기 위해서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뱅 주가는 흐름을 전혀 예측할 수 없다"며 "카카오뱅크의 주가에 플랫폼 가치가 반영된 것인지, 은행의 가치가 반영된 것인지, 혹은 주린이들이 카카오라는 이름만으로 투자하는 것인지 불분명하기 때문에 단순히 현 주가가 플랫폼의 가치를 반영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ys106@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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