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관리 최우선...빅테크도 '동일규제·원칙' 강조
당국 정책방향 소비자 편익→소비자 보호 전환 시사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추가 연장 가능성
기울어진 운동장 숨통트인 銀...당국 정책 '탄력' 받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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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범 금융위원장. |
[에너지경제신문=나유라 기자] 고승범 금융위원장이 취임 직후 법과 원칙 중심의 강력한 규제책을 예고하면서 금융사들도 추가 대책 마련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고 위원장은 가계부채 관리를 최우선 과제로 꼽으며,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를 대상으로 동일규제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강조했다.
통상 금융당국 수장이 바뀌고, 규제가 강화될 경우 금융권의 분위기도 얼어붙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고 위원장이 예고한 정책들의 경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국내 경제 상황, 소비자 보호 등의 측면에서 도입이 불가피한 만큼 시중은행들은 해당 정책들에 대해 오히려 힘을 싣는 분위기다.
◇ 금융당국, ‘빅테크’ 정조준..."동일규제·동일원칙 적용"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에서는 무엇보다 고 위원장 취임 이후 ‘기울어진 운동장’이 바로 잡힐 것이라는 데 기대감을 갖고 있다. 실제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이달 9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단체장과 간담회를 한 후 취재진과 만나 "금융위는 빅테크에 대해 동일기능·동일규제 원칙을 여러 차례 이야기했으며, 그 원칙을 앞으로 지켜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금융위는 빅테크, 핀테크 업계와 개최한 긴급간담회에서 "혁신을 추구하더라도 금융규제, 감독으로부터 예외를 받기보다는 금융소비자보호 및 건전한 시장질서 유지를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실제 금융위는 이달 7일 빅테크, 핀테크가 운영하는 금융플랫폼의 금융상품 비교, 추천, 견적서비스의 다수가 광고가 아닌 중개 서비스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카카오페이나 토스 등 온라인 금융플랫폼이 금융상품 정보를 제공하는 목적이 판매일 경우 이는 단순 광고가 아닌 ‘중개’ 서비스인 만큼 법령에 따라 금융상품 판매대리, 중개업자로 등록해야 한다는 것이다.
◇ 금융권 공감대...가계부채 관리 등 당국 정책 ‘탄력’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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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창구.(사진=에너지경제신문DB) |
당국의 이러한 행보는 향후 정책 방향이 기존 금융 혁신 등 소비자 편익, 일자리 창출에서 금융 안정, 소비자 보호 중심으로 전환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간 금융권에서는 빅테크가 혁신, 소비자 편익을 앞세워 상대적으로 느슨한 규제를 받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고 위원장 취임을 계기로 기존 금융사와 빅테크 간에 공정한 경쟁을 벌일 수 있는 ‘큰 틀’이 짜였다는 분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동일한 서비스라고 해도 시중은행이 하면 ‘규제’의 대상이었고, 빅테크가 나서면 ‘혁신’으로 포장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간 당국의 규제 완화로 수혜를 본 빅테크도 동일한 규제를 받게 되면서 (기존 금융권과) 공정한 경쟁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규제는 금융위, 금감원이 향후 빅테크의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보호 리스크를 사전에 방지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며 "빅테크, 핀테크가 플랫폼의 영향력을 바탕으로 몸집이 커진 만큼 기존 금융사와 동일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것은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금융사들이 빅테크와 경쟁하는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했던 ‘규제’에 대해 다소 숨통이 트이면서 앞으로 당국이 추진하는 정책들도 보다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는 가계부채 관리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는 한편 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 이자상환 유예 조치에 대해서는 3차로 연장하는 안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시중은행들은 이달 말로 종료되는 이자상환 유예 조치를 추가로 연장하는 것과 관련해 대출 부실 우려를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반발하는 기류가 강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코로나19 재확산, 대선 등 여러 여건을 감안할 때 추가 연장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무게를 두고 있다. 당국은 조만간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조치에 대해 구체적인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연일 네 자릿수를 기록하는 만큼 추가 연장이 불가피하다는데 은행들도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대출 만기연장의 경우 이자는 정상적으로 상환된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리스크는 있을 수 있지만 은행 입장에서 큰 부담은 아니다"며 "다만 이자 상환은 은행들이 차주 상환능력을 파악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데이터인 만큼 이를 추가로 연장하는 안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