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거익선’ 흐름 타고 바뀌는 가전매장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09.19 06:00

삼성·LG 오프라인 매장 프리미엄 중심..가전 전문점은 PB 상품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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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에너지경제신문 이진솔 기자] 최근 독립한 30대 직장인 A씨는 지난 7월 자취방에 들일 냉장고와 세탁기를 보러 가까운 가전매장에 들렀다 되돌아와야 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자체 매장부터 가전 전문 매장인 이마트 일렉트로마트, 롯데하이마트에 이르기까지 1인 가구를 위한 작은 제품보다는 고가 제품 위주로 전시돼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매장 직원에게 문의하니 ‘용량이 작은 냉장고나 세탁기는 들여놓지 않는다’는 대답이 돌아왔다"며 "적어도 2년은 넘게 사용할 가전이라 직접 보고 구매하려 했지만 어쩔 수 없이 온라인에서 주문해야 했다"고 말했다.

‘크면 클수록 좋다’는 ‘거거익선’이 새로운 가전시장 흐름으로 자리 잡으면서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 구성도 변화하는 추세다. 온라인 매출 비중이 증가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은 대형 프리미엄 제품을 채워 넣고 체험형 마케팅을 강화하는 한편 온라인 매장에서는 비교적 소형 제품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19일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Gfk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가전시장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견줘 5%가량 증가했다. 여기서 온라인 채널 매출은 1년 전보다 19% 늘며 뚜렷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반면 오프라인 채널은 같은 기간 매출이 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시장 급성장에 따라 오프라인 매장은 ‘프리미엄’ 중심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LG전자 초프리미엄 복합 문화 공간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 쇼룸’과 삼성전자 ‘라이프스타일 쇼룸’ 등이 오프라인 매장 고급화 바람을 이끌고 있다. 갤러리아 광교에 문을 연 ‘삼성전자 프리미엄스토어’는 매장을 복합문화공간처럼 설계해 전국 매출 1위를 달성했다. 대규모 쇼룸 형태로 구성해 소비자가 제품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오프라인 유통 시장이 침체한 흐름과는 달리 가전매장은 체험형과 프리미엄을 내세워 대형화되고 있다"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글로벌 선두 업체라는 점에서 제품 판매 자체보다는 브랜드 가치 제고를 위해 매장 고급화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마트 일렉트로마트와 롯데하이마트는 대형 가전을 전면에 앞세우면서도 자체브랜드(PB) 상품을 확대하고 있다. 일렉트로마트는 TV, 냉장고 등 필수 가전은 물론 공기청정기나 정수기 등 다양한 분야에서 PB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타사 유사 상품 대비 약 40% 저렴한 가격이 경쟁력이다. 롯데하이마트는 ‘하이메이드’를 앞세웠다. 최근에는 제품군을 가성비와 디자인, 라이프스타일 등 콘셉트별로 세분화해 주요 타깃 고객에게 맞는 제품을 선보였다.

온라인 채널에서는 국내 업체가 출시한 저가 제품과 가성비를 내세운 중국 샤오미나 하이얼 등이 경쟁한다. 이들은 구매력이 낮은 1인 가구뿐만 아니라 ‘서브가전’을 찾는 수요를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제품을 직접 볼 수 없는 온라인의 단점을 보완한 ‘라이브커머스’도 새로운 채널로 떠올랐다. 라이브커머스는 ‘온라인 홈쇼핑’ 형태에 채팅을 통한 ‘소통’이 결합한 스트리밍 방송이다. 진행자가 제품 기능을 설명해주고 소비자는 궁금증을 바로 질문할 수 있어 구매 결정에 도움을 받게 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올해 들어 라이브커머스를 통한 제품 판매를 확대하는 추세다. 삼성전자는 신개념 조리기기 ‘비스포크 큐커’ 출시 행사를 라이브커머스에서 열었다. 방송은 50만명이 시청하며 ‘대박’이 났다. LG전자도 ‘프라이빗 스크린’이라는 특징을 내세운 ‘LG스탠바이미’ 예약판매를 자체 라이브커머스에서 진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가전소비 흐름이 ‘비싸도 원하면 산다’로 변화하면서 1인 및 2인 가구에서도 삼성 비스포크나 LG 오브제 컬렉션을 구매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며 "이에 따라 오프라인 매장도 부가가치가 높은 프리미엄 제품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jinsol@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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