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대란 재깍재깍] 전력대란 경고음(中)...중국 전력난·미 텍사스 대정전 "남 일 같지 않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10.11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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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송전망. 연합뉴스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우리나라에도 전력대란이 일어나면 어떻게 될까?"

전력대란은 산업활동 마비로 경제에 충격을 주는 것은 물론 국민 생활을 멈추게 하는 끔찍한 결과를 낳는다. 당장 다가오는 겨울철 난방부터 걱정해야 한다.

중국과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 국의 끔찍한 전력대란이 남의 나라 일 만으로 치부하고 강 건너 불 구경하기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이어진다.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원료 수급 부족과 재생에너지 발전 한계 등으로 에너지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전력난에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과 인도 등에서는 석탄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전력대란이 일어나 반도체 등 주요 산업들이 생산에 차질이 생겼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은 유럽에서는 에너지 생산이 어려워지자 전기요금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11일 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송전망 설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산업생산 차질과 전기요금 인상, 식량위기, 경제문제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중국·인도 등 화석발전 전력난으로 경제 비상 

 


중국과 인도는 최근 화력발전용 석탄 부족 등에 따른 전력난이 발생했다. 호주산 석탄 수입 중단에 이어 석탄 광산 60곳이 운영을 중단하면서 생산도 차질을 빚었다. 중국 주요 항만의 석탄 재고는 지난달 말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한 5234만t으로 추정됐다.

석탄 부족으로 전력난에 시달리자 중국 당국은 지난달 중순부터 20개 성(省)급 행정구역의 산업용 전기를 제한해 송전하고 있다. 이 지역 중국 공장 대부분 전기가 없어 가동을 멈추거나 생산이 제한됐다. 아이폰13 재고 부족 현상에 이어 일부 반도체 공급망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치면서 애플과 테슬라, 마이크로소프트, HP 등 기업에까지 미칠 수 있다고 우려되는 상태다.

중국 전력난은 산업 생산 차질에 이어 일반 가정 전기 수급과 전기요금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지난달 랴오닝성 일부 지역에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하는 등 일반 전기 공급에도 문제가 생겼다. 중국 정부에서는 석탄발전 전기요금이 기준선에서 최대 20% 오를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결정하기도 했다.

인도 상황도 마찬가지다. 인도 석탄 화력발전소 가운데 53%의 석탄재고가 사흘 치도 안 된다고 알려졌다. 현지 석탄 화력 발전소 135곳 가운데 72곳의 석탄재고가 사흘 치도 남아있지 않다. 다른 50곳의 재고도 4∼10일 치만 남았다. 재고가 10일 이상 남아있는 곳은 13곳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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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미국 등 재생E 국가도 전력난 불가피 

 


전력난은 기존 화석연료 뿐 아니라 재생에너지 분야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에 앞장서고 있는 유럽 국가들과 미국은 최근 재생에너지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전력난이 발생했다.

풍력발전을 늘렸던 유럽은 바람이 불지 않아 전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유럽 국가들은 풍력발전에 의존하는데 바람이 충분하지 않아 차질이 생긴 것이다. EU와 영국은 각각 전체 발전량의 16%와 25%를 풍력이 차지한다. 풍력을 대체할 에너지원으로 천연가스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스 가격이 급등했고 이 여파로 전기 요금이 오르고 있다.

영국과 유럽연합(EU)은 난방 사용이 급증하는 겨울철을 앞두고 각종 에너지 요금이 급등했다.

프랑스는 이달 천연가스 가격을 12.6% 올렸다. 지난 1∼9월 이미 44%를 인상했는데 또 오른 것이다. 이탈리아도 4분기 전기 요금과 가스 요금을 3분기보다 29.8%, 14.4% 올린다고 발표했다. 영국의 전기 요금은 1년 만에 7배로 뛰었다.

이번 겨울 미국에서는 이례적인 폭설 때문에 대규모 정전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2월 폭설을 동반한 겨울 폭풍이 열흘 사이 3차례나 연이어 발생했다. 북극의 찬바람이 미국의 70%에 이르는 지역을 덮치면서 1억7000만명의 주민이 한파에 시달렸고 1000만명이 정전(停電)으로 불편을 겪었다.

특히 미국에서도 전력공급이 고립돼 있는 ‘전력섬’ 텍사스에서는 450만가구에 전기·수도·가스 공급이 중단돼 40여명이 사망하고 190억달러에 달하는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 대규모 정전으로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도요타, 현대차 등 대형 완성차 업체들의 현지 공장이 운행을 중단했다. 삼성전자 미국 오스틴 반도체 공장도 새벽부터 전력 공급이 중단돼 공장 가동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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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한파. 연합뉴스

 

 

전력난, 산업·식량위기·전기요금·경제문제 등 발생 

 




전 세계 사례에서 알 수 있듯 전력난은 산업 생산 차질과 전기요금 인상 등을 불러 일으킨다. 전력수급은 모든 산업분야가 직면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식량 위기와 경제문제까지도 영향을 끼친다.

앞서 언급한 중국과 인도의 전력난은 팬데믹 이후 회복세를 보이는 세계 경제에도 타격이 클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경제 성장에서 중국은 28%, 인도는 15% 비중을 차지했다. 중국과 인도가 세계 경제 성장에 40%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두 나라의 전력난은 전 세계 경제 회복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손양훈 전력산업연구회장(인천대 경제학과 교수)은 "전력난이라는 현상은 원인과 얼마나 이어지는지가 중요하다"며 "전 세계가 근본적으로 에너지 설비에 투자를 하지 않았던 게 이제서야 드러나는 것이다. 펜데믹이 찾아왔다가 끝날 때가 되면서 에너지 수요가 늘어났는데 공급이 수요를 따라오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손 회장은 "공급에 대한 어려움이 상당기간 이어질 것 같다"며 "전력난이 지속되면 전기요금은 당연히 오를 것이고 산업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다. 또 농산물 농작이나 운반에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에너지 없이 돌아가는 산업은 없다"며 "그린에너지도 중요하지만 에너지 안보에 대해서도 전 세계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연제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정책팀장은 "다른 나라에서는 송전망 설비에 따른 전력난이 잘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발전소 설립 계획과 송전망 구축 계획이 따로 진행된다는 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연제 박사는 "다른 나라의 경우 석탄이 부족하거나 텍사스처럼 전력망이 고립된 것일 뿐"이라며 "송전망 설비도 발전소 용량에 맞춰 구축을 해야 하는데 발전소부터 지은 뒤 송전망 설비를 확보하려고 하니 발전소를 지어놓고도 전력 전달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claudia@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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