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대란 재깍재깍] 전력대란 경고음(下)…"수요 몰리는 곳 샛길 대신 큰 길부터 뚫어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10.12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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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전망의 모습.


[에너지경제신문 이원희 기자] 동해안에 있는 원전과 석탄발전 등 대규모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는 송전망 구축에 차질이 생기면서,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특히 투자재원이 한정됐다면 투자 우선 순위를 정하되 대규모 전력 생산지와 최대 수요지를 연결하는 송전 고속도로 건설에 먼저 투자를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나왔다. 오는 2034년까지 전체 송전선로 신규확충 재원 29조 3000억원 중 42.0%인 12조 3000억원을 신재생에너지 계통강화에 투자키로 최근 확정한 정부의 제9차 장기 송변전설비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라는 것이다.

샛길을 내는 것보다 당장 고속도로를 만드는 것이 시급한 만큼 동해안 송전망 구축 등 송전고속도 건설에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아울러 발전소 및 송전선 입지 지역에 대한 합리적인 보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전기요금을 전력 생산지와 수요지에 다르게 적용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원전과 석탄, 신재생에너지든지 에너지 전원을 가리지 않고 발전소가 설치되는 곳에 따라 송전망을 확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발전소에서 전력을 생산하더라도 송전망이 없다면 도시에 전력을 공급할 수 없어서다. 특히 동해안에는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대규모 발전소들이 더 들어서게 된다. 생산한 전력을 어디로 보내지도 못하는 송전대란을 막기 위해 동해안과 수도권으로의 송전망 확충이 더욱 시급해지는 이유다.

송전망 확충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입지 주변 주민과의 갈등 해소나 전기요금 개편,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대비가 함께 따라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12일 전력업계 전문가들은 동해안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에 전송할 송전망 확충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재 이를 위해 정부는 HVDC(초고압직류송전·High Voltage Direct Current transmission system)를 설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동해안에 설치되는 발전소 규모에 비해 관련 대책 마련이 충분하지 못한 상황이다.

발전소는 전력 수요가 많은 대도시로부터 멀리 지어지는 경우가 많다. 대규모 화력과 원자력 발전시설은 설치하는 데 인근 지역 주민 반대에 부딪힌다. 연료 수급과 냉각수 확보 등을 위해 바다 근처에 입지해야 하는 조건도 있다. 대도시로부터 발전소를 멀리 떨어져서 짓는다면 도시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 송전망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미 동해안에 설치된 발전설비 용량이 송전망으로 보낼 수 있는 용량을 초과한 가운데, 앞으로 신한울 2호기와 삼척화력1·2호기, 강릉 안인 1·2호기가 더 건설됨에 따라 더 많은 송전망이 필요하게 됐다.

한국전력거래소와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당 탈원전대책특위)실에 따르면 약 0.5GW 정도의 송전망의 수용 가능 용량을 초과하는 전력이 공급되고 있다. 9차 전력수급계획에 따르면 올해부터 앞으로 4년간 이 지역에 약 설비용량 7GW 규모 신규 발전소가 들어올 계획이다. 하지만 새롭게 확충하는 동해안과 수도권을 연결하는 송전망의 용량은 4GW에 불과하다.

이처럼 발전소의 설비용량과 송전망에서 보낼 수 있는 용량의 차이가 생겨, 전력을 제대로 공급할 수 없게 되면 전력대란이 발생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중국과 인도, 유럽에서는 송전망에 따른 문제는 아니지만 원료 수급 부족과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 등으로 전력 부족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중국과 인도에서는 석탄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정전이 발생해 주요 산업이 위기를 겪고 있다. 영국에서는 풍력발전소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자 전기요금이 160% 이상 치솟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전력대란이 발생하면 전기요금이 상승하는 등 경제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전력대란까지 발생하지 않더라도 동해안에 건설한 대규모 발전소의 전력 생산을 중단하게 되면 국가 전체의 큰 낭비가 초래된다.

박종배 건국대 교수는 "동해안에 대규모 발전소가 들어서면서 송전망 확충이 시급하게 됐다"면서 송전망 설치에는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부담을 최소화할 여러 정책들을 제안했다.

박 교수는 전기요금제도를 개편해 전기 공급이 과잉인 지역에 수요를 유치할 필요성을 제시했다. 그는 "유통비용이 비싸면 요금이 올라가는 건 당연하다. 발전소 근처에서는 전기료를 저렴하게 공급하고 발전소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으면 비싸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발전소 근처에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도록 하는 등 전기 수요지와 공급지를 일치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대도시가 아닌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 근처에 전기를 많이 소비하는 시설이 들어서면 그만큼 송전망을 더 설치할 부담이 줄어들 수 있어서다.

또한, 그는 전기를 수소와 같이 다른 형태로 변환해 저장하는 기술 개발과 송전망을 건설하는 데 주민과의 갈등을 최소화할 방안을 모색할 필요성도 제시했다.

실제로 송전망 설치에는 상당한 비용이 들어간다. 신정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이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비수도권에서 수도권으로 전기를 공급하는 계통인프라 투자 비용은 지난 10년간 무려 약 2조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부는 동해안에 송전망 부족을 해결할 뚜렷한 방안을 제시하지 않은 상황이다. 한전이 지난달 확정·발표한 9차 장기 송·변전 설비계획에는 2034년까지 재생에너지 계통 강화에 12조3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한 것과 대조적이다.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송배전망 샛길의 확충의 필요성도 있다. 태양광과 풍력과 같은 신재생에너지는 화력과 원자력과 같은 대규모 에너지원에 비해 소규모로 지역 여러 곳에 분산돼 설치된다. 신재생에너지는 분산에너지로서 대규모 송전망이 아닌 비교적 소규모 배전망에 연결돼 전기소비자에게 전력을 전달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wonhee4544@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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