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미·중 기술전쟁 후폭풍 대비해야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10.18 10:16

고준성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고준성

▲고준성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지난해 2분기에 애플과 삼성을 제치고 처음으로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1위에 올랐던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같은 해 4분기에는 전년동기보다 출하량이 41% 급감하면서 세계 6위로 추락했다. 도대체 이 짧은 기간에 같은 회사의 스마트폰 출하량이 이토록 급감한 이유가 무엇일까.

미국은 2017년 12월 공표한 ‘국가안보전략’보고서를 통해 중국을 파트너가 아닌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고, 중국에 의한 불공정한 기술추격을 국가안보와 자유세계의 가치(민주주의, 법의 지배 등)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하였다. 구체적으로 미국은, 2010년대 이후 중국이 물리적·사이버상 지재권(IP) 절도, IP 이전을 강제하는 외국인투자 정책 및 수출통제, 미국 연구기관 후원·과학기술 인재 채용을 통한 정보수집, 첨단기술 취득 목적의 미국기업 M&A(위장 외국인직접투자) 등 각종 불공정 관행을 통해 미국기업의 기술을 절취하거나 취득해 왔고, 국제규범에 반하는 산업보조금을 포함한 다양한 지원을 통해 자국의 첨단산업 육성을 추진해 왔다는 것이다.

이후 미국은 중국과의 기술 관련 무역 및 투자와 인력에 대한 기존 규제의 강화나 신규 규제의 도입을 통해 대중 기술통제를 본격화하였다. 대표적인 조치로서 2019년 5월 화웨이를 포함한 중국의 IT 기업 5곳과 개인 1명을 미 상무부의 수출관리규정(EAR)에 따른 거래 대상 통제리스트(Entity List)에 등재함으로써 이들 중국기업에게 미국의 민감기술 및 관련 제품의 수출을 통제하는 조치를 발표하였다. 이에 따라 화웨이는 자사 개발 5G폰에 구글의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할 수 없게 되었고, 퀄컴의 5G 반도체 칩의 구매를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면서 세계 스마튼 폰 시장에서의 위상이 급락하게 되었다.

또한 미 정부는 2019년 5월 정보통신기술·서비스 공급사슬 확보를 위한 행정명령을 통해 적대국의 ICT 기술·제품 및 서비스의 미국내 수입·이전·설치·사용을 금지 또는 제한하는 조치를 발표하였다. 이에 따라 화웨이가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5G 통신장비의 수입이 통제되고 심지어 미국내 기설치된 중국 통신장비의 제거와 교체를 위해 올 7월 이에 수반되는 비용에 대한 보상금 19억달러를 확정, 발표하였다. 이로써 핵심기술 및 관련 제품의 미중간 교역이 사실상 단절되기에 이르렀다.

한편, 미국은 2018년 8월 외국인투자위험심사현대화법(FIRMMA)을 제정하여 외국투자자가 미국 기업의 핵심기술을 취득하기 위한 대미 외국인투자에 대한 안보 심사를 강화하였다. 이는 2010년대 들어 중국이 주로는 인수(acquisition)를 통해 기술 획득을 목적으로 첨단기술 보유 미국 기업(스타트업 포함)에의 투자를 대폭 확대하여 온 것에 대한 대응조치라 할 수 있다. 그 결과 2016년 460억달러에 달하였던 중국의 대미 투자가 2018년 이후로는 50억달러 미만으로 급감하였다.

이와 같이 트럼프 행정부 이후 핵심기술을 대상으로 한 미국의 대 중국 교역 및 투자 통제의 강화는 바이든 행정부 들어 그 적용 대상이 확대되면서 첨단기술 생태계에서의 중국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 decoupling)이 제도화되기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미국의 최근 일련의 대중 기술통제 입법 조치의 근거는 무엇일까. 이는 중국에 의한 불법적인 기술추격이 미국이 추구하는 민주적 가치에 대한 도전 즉, 국가안보(national security)에 대한 위협이며 따라서 안보를 위한 예외 조치라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세계 경제 2대 강국인 미국과 중국간의 핵심기술 분야에서의 디커플링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이는 중국에 의한 불공정한 기술 절도 관행의 단절이 요구된다. 중국 정부도 이를 인식하여 자국의 지적재산권법제를 현대화하는 등 미국측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하는 입법조치를 취하였다. 그럼에도 중국이 그러한 법을 적절히 준수하고 이행하는 적법절차나 법의 지배를 존중하리라고 미국은 신뢰하지 않는다. 미국은 중국(체제)에 대한 깊은 불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환언하면 중국의 체제 변화(regime change)가 있기까지 미국이 입장을 바꿀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첨단기술 생태계에서의 미국에 의한 중국과의 강제 디커플링은 상당 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고, 이 점에서 우리 정부나 기업은 이를 뉴노멀로 인식하여 이의 장기화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미국은 자국 기업만 참여하는 대중 기술통제의 효과가 한계가 있음을 인식하여 우리를 포함한 우방국에게 대중 기술통제에의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그 일차적인 가시적인 성과로서 지난 9월 29일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양측이 공유하는 민주적 가치의 수호를 위해 민감 기술분야에서의 무역 및 투자의 공동 규제를 위하여 ‘무역 및 기술 이사회’를 출범하기로 하는 공동선언을 발표하였다. 따라서 우리 정부와 첨단 기술 기업 역시 이러한 미국 주도의 대중 기술통제에의 동참 요구에 직면하고 있고 따라서 이에 대한 현명한 대응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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