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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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
꼭 일년 전인 지난해 11월 초 글로벌 리더들이 참여하는 아시아리더십컨퍼런스에서 ESG세션을 진행하며, 우리보다 10년 먼저 ESG를 시작한 선진국 전문가의 관점을 국내 기업에 전달했다. 예컨대, 코로나는 기업의 ESG성과를 더욱 도드라지게 만드는 ‘돋보기’라는 점, ESG투자의 규모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자산 가격이 재조정된다는 점, 주주 요구가 점차 구체화되고 미 대응시 부담이 커진다는 점 등이 유의미한 관점으로 기억에 남는다.
실제로 지난 1년 간 글로벌 ESG는 위 관점 대로 흘러갔다. 코로나는, 건강과 연계된 환경(E) 위험도를 높였고 고용 및 불평등의 사회(S) 민감도를 증가시켰으며 경영층에 대한 E와 S 관련 요구에 대응하는 지배구조(G)의 중요성을 부각시킴으로써, 그야말로 돋보기 역할을 했다.
또한 글로벌 운용사들은 물론 연기금 및 국부펀드들까지 가세해 전 세계 ESG 투자는 2020년 기준 41조달러로 8년간 3배 증가했고, ESG평가 및 지수포함여부도주가에 영향을 미치는가 하면 심지어 세계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경우 탄소배출량을 15% 이상 감축할 수 있는 기업에만 투자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한편 9조 달러를 운용하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경우 2021년 초 투자대상회사에 대해 보다 강력한ESG 주주행동을 예고했고, 급기야 지난 5월에는 미국 대표석유회사인 엑슨모빌 주주총회에서지분가치의 1/5000만 보유한 소액주주(행동주의 헤지펀드)가 기후변화 대응에 적합한사외이사 3명 선임을 주주제안을 통해 관철시키기도 했다.
물론 우리기업도 지난 1년 간 분주했다. 주요 대기업들이 ESG 경영을 앞다투어 선언하는 가운데, 지난달 기준 국내 10대 그룹 상장사(99개) 중 ESG위원회가 설치된 곳은 70%에 달했다. ESG위원회는 ESG경영을 모니터링하고 의사결정을 주도하는 곳으로 대부분 올해 신설됐다. 유의미한 출발이지만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이사회내 ESG전문가 추가, 위원회의 의사결정을 도울 실무전담조직 포함 관련 부서에 역할 및 책임 부여 등 우선 조직체계를 제대로 갖춰야 한다. 그래야 리스크 예방 및 관리, 이해관계자 소통 등 효과적인 ESG경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ESG평가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므로, 이를 활용해 회사의 지속가능성을 객관적으로 판단해 볼 기회로 삼고 내부 공감대 형성의 계기로 만들 필요도 있다. 한가지 유념할 것은, 감내할 수준을 넘어 무리한 혹은 겉치레 식 ESG경영으로 지속가능성을 저해하는 것은 이해관계자도 원하는 바가 아니므로, 실행이 어려운 부분은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전략도 병행해야 한다. 아울러 이사회의 내부통제체계 구축 및 운영 의무에 대한 판례가 있는 만큼 ESG위원 등 의사결정자의 책임 인식을 바탕으로, G가 책임지고 E,S를 관리하라는 이해관계자의 공통적 요구를 이해해야 한다.
상술한 글로벌 ESG동향이 우리 사정에 반드시 부합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소규모 개방 국가로 글로벌 ESG기준이 모호한 상태에서 우리 스스로의 방향성이 없다면 끌려갈 밖에 없다. 글로벌에서도 수익성과 지속가능성이란 딜레마 속에서 단기간 내에 범주가 넓은 ESG기준에 대한 완전한 합의는 사실상 어렵다. 이에 빠르게 변하는 글로벌 흐름을 주시하면서 우리 수준과 사정에 맞는 체제 구축이 절실하다. 블랙록은 마이크로소프트와 맥도널드의 최대 주주이기도 하지만,국내 3대 금융지주의 2대 주주이고 코스피 100대 상장사 중 3대 주주인 기업수(57개)도 반을 넘겼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