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기회와 도전' 특별 인터뷰 | 덴 요르겐센 덴마크 기후에너지부 장관
▲댄 요르겐센 덴마크 기후에너지유틸리티부 장관. 덴마크 기후에너지유틸리티부 |
탄소중립 선두국가로 꼽히는 덴마크는 1970년대 글로벌 석유파동 이후 50년 넘도록 에너지 전환 정책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 20년 동안은 석유와 가스에서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산업 체질을 확 바꿨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 가까이 줄이고 60% 넘는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탄소감축을 하면서 경제성장도 이룬 것이다. 반세기에 걸쳐 에너지 전환을 진행하며 환경과 경제, 복지까지 안정화 시킨 데 이어 앞으로 북해와 발트해에 거대한 ‘인공 에너지섬’들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인공 에너지섬 2곳의 풍력발전 용량 전망치는 12GW(기가와트)로 유럽 가정 최대 1200만가구의 전기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수준이다. 탄소중립과 에너지전환에 속도를 높이는 한국으로선 덴마크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탄소감축과 경제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쉽지 않다. 주력 산업이 탄소 다(多)배출 구조인 우리나라 입장에선 덴마크가 벤치마킹 대상인 셈이다. 댄 야닉 요르겐센 덴마크 기후에너지유틸리티부 장관과 서면인터뷰를 통해 앞서가는 덴마크 탄소중립 현황과 노하우, 한국과 덴마크의 협력강화 방안 등을 알아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회> 산업계, ‘게임 체인저’ 변신 박차
<2회> 탄소중립 시대의 새 기회 배출권 거래
<3회> 생활 속 실천 탄소중립 거버넌스 확립
<4회> 발전부문의 에너지 전환
<5-1회> [르포] 풍력발전 메카 덴마크
<5-2회> [인터뷰] 덴 요르겐센 덴마크 기후에너지부 장관
<6회> [르포]산업혁신 모델 독일
[에너지경제신문 오세영 기자] "바다로 둘러싸인 한국과 덴마크는 해상풍력 발전이 지닌 잠재력을 키워 바다에서 녹색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국민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세계 기후변화 대응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덴 야닉 요르겐센 덴마크 기후에너지유틸리티부 장관은 26일 에너지경제신문과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과 덴마크의 해상풍력과 관련된 협력이 증대되기를 바란다"며 이 같이 말했다. 에너지경제신문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지원을 받아 마련한 기획 ‘탄소중립 기회와 도전’의 해외 탄소중립 추진 현장으로 덴마크를 찾아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로 경제부흥을 이끌어가는 모습들을 취재했다.
지난 2019년부터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 몸 담고 있는 요르겐센 장관은 "덴마크 기후변화대응행동의 핵심 원칙은 정부의 기후목표가 사회적 정의, 일자리 창출 그리고 강력한 복지제도와 공존하는 것에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성공적인 녹색 전환을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꼽으면서 한국에서도 민관협력이 활발히 일어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덴마크는 30년 전 세계 최초로 해상풍력발전소를 지었다. 한국은 지난해 해상풍력발전 세계 5대 강국 도약의 비전을 발표했다. 하지만 주민 반발 등에 부딪쳐 지지부진하다. 의욕 만큼 앞 길이 순탄해보이지 않는다. 덴마크가 앞으로 한국의 탄소중립 및 에너지전환 추진과 해상풍력발전 사업 확대의 지름길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다음은 요르겐센 장관과 일문일답.
- 전 세계 탄소중립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덴마크의 기후변화 대응이 주목을 받는다.
▲덴마크는 세계적 녹색전환 선두 자리에서 혁신적인 신기술로 다른 나라들에 영감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포부 높은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녹색전환과 경제성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덴마크는 녹색전환과 경제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 왔다. 탄소 배출량을 1990년보다 40% 감축하면서도 경제성장을 약 65% 이루며 복지제도를 유지해 올 수 있었다. 덴마크는 과거의 성과를 이어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의 70% 수준으로 감축하고 2050년에는 ‘제로’ 수준으로 달성한다는 기후 목표를 이루고자 한다.
- 덴마크 탄소중립 달성의 노하우가 있는가.
▲덴마크 기후 목표 달성에 해상풍력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 최초의 해상풍력발전소는 1991년 덴마크에 설립됐다. 오스테드(Ørsted)와 베스타스(Vestas)와 같은 덴마크 기업들은 지난 수년 동안 해상풍력 기술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해왔다. 이제 덴마크는 해상풍력 발전의 새로운 장을 열고자 한다. 세계 최초의 인공 ‘에너지섬’들을 북해와 발트해에 만들 예정이다.
- 세계 최초 ‘에너지섬’의 계획과 구상에 알려달라.
▲대규모 풍력 발전단지로 이루어진 이 에너지섬들은 인근 국가들과도 연결돼 지금까지 보지 못한 큰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더 많이 재생 에너지를 생산해 지금보다 효율적으로 분배하고 저장할 계획이다. 에너지섬들은 덴마크 뿐 아니라 유럽 전체가 화석연료 발전을 단계적으로 중단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덴마크는 에너지섬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동시에 북해 석유 추출을 단계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덴마크가 본 해상풍력발전의 잠재력에 다른 나라들도 공감하고 해외에도 비슷한 개념의 에너지섬이 생길 것으로 확신한다.
▲덴마크 삼쇠섬의 해상풍력발전단지. 스테이트오브그린. |
- 탄소중립으로 가기 위해서는 산업 체질 변화, 주민 수용성, 사회 통합 등 과제가 많다.
▲덴마크 기후변화대응행동의 핵심 원칙은 정부의 기후목표가 사회적 정의, 일자리 창출 그리고 강력한 복지제도와 공존하는 것이다. 이러한 원칙이 포함되지 않을 경우 국민들이 기후행동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테고 덴마크도 성공적으로 녹색전환을 실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덴마크의 목표는 기존 에너지원인 석유와 가스 관련 근로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고 반영해 공정한 에너지 전환을 이루도록 보장하는 것이다. 따라서 북해 화석연료 추출의 단계적 중단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는 지역 사회를 중심으로 한 ‘공정한전환’과 ‘지속가능한 안정적 전환 원칙’이 주요 요소로 포함돼 있다.
1972년부터 시작한 북해석유와 가스추출은 세입과 일자리 창출로 덴마크 복지제도의 초석 역할을 맡아 왔다. 지난 2017년 기준 덴마크 화석연료 추출 산업에 직·간접적으로 고용된 근로자는 약 4500명이다. 앞으로 북해의 해상풍력 발전시설을 크게 늘리면 일자리도 어마어마하게 생겨난다. 해상풍력 발전 1GW당 1만5000개에 육박하는 정규직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효과를 확인한 바 있다.
- 재생에너지 공급을 확대하면 불가피하게 전력 수급의 불안을 가져올 수도 있다. 전력 수급 불안으로 국민 생활이나 산업활동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은가.
▲덴마크 정부 내 모든 정치활동과 목표의 우선 순위는 기후 목표다. 정부는 산업계, 국민들과 긴밀히 협력해 경제적 이익과 더불어 남겨지는 지역사회가 없도록 보장하는 공정한 녹색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19∼2020년 2년간의 덴마크 전체 전력 소비량 50% 이상이 풍력과 태양광으로 생산된 전력이다. 지난 10년 동안 전체 전력 소비량에서 풍력과 태양광으로 생산된 전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두 배로 증가했다. 오는 2030년이 되면 재생에너지로 전력 수요를 거의 다 충족할 수 있다고 예측한다.
- 전력 체질 개선에 가장 중요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재생에너지 발전 역량을 키우는 것도 있지만 그에 못지 않게 중요했던 점 또 한가지는 바로 전력시장구조가 녹색 에너지를 먼저 소비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덴마크는 유럽연합(EU)의 단일 전력시장에 포함돼 있다. EU 단일시장은 회원국 간 무역과 경제적으로 효율적인 자원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전력의 경우 단일 전력시장으로 발전단가가 가장 낮은 생산시설에서 전력이 생산되는 시스템이다. 대체로 재생에너지가 발전단가가 가장 낮기 때문에 먼저 전력을 생산하고 부족한 전력량에 대해서는 화력발전소가 수요를 채우고 있다. 이러한 전력시장구조와 시장참여모델은 시장 상황을 반영해 유연성과 안정성 확보 시그널을 회원국들과 재생에너지 생산설비들에게 보내도록 디자인돼 있고 안정적인 전력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
▲덴마크 롤랜드 섬의 풍력발전단지. 스테이트오브그린 |
-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 재생에너지 뿐 아니라 신에너지 기술 개발도 활발하다. 아직은 연구개발 단계에 그치고 있지만 앞으로의 상용화가 중요한데, 덴마크의 진행 상황은 어떠한가.
▲오랫동안 탄소중립과 관련된 민관협력을 추진해 왔다. 산업계를 아우르는 14개의 ‘기후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 파트너십으로 산업계는 400개 이상의 ‘녹색전환을 위한 권고사항’을 정부에 제시했다. 정부는 권고사항 상당수를 정치적 기후협약과 제안에 반영했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민관협력이 활발히 일어나기를 기원한다. 작년에는 정부가 약 40억달러 규모의 ‘덴마크녹색투자기금’을 설립했다. 이 기금으로 덴마크와 세계 스타트업·기업인들의 혁신적인 녹색 솔루션 개발 활동을 지원한다.
또 사기업과 대학연구기관들은 녹색기술개발을 지원하는 ‘에너지기술개발·실증프로그램(EUDP)’을 운영한다. 지원단체가 덴마크에 등록된 기업이나 대학일 경우, 실제 프로젝트 참가자들이 외국 국적자들 일지라도 내국인 참가자들과 같은 규정이 적용돼 프로젝트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EUDP는 △재생에너지기술 △에너지효율기술 △연료전지와 수소 같은 에너지변환기술 △에너지 저장기술을 포함한 에너지시스템의 통합 △효율성을 높인 유회수·가스회수·이산화탄소(CO2) 저장 등 다양한 에너지 기술분야를 지원하고 있다.
- 에너지 분야는 산업 뿐 아니라 복지 정책도 중요하다. 녹색 전환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소외되는 이가 없어야 한다.
▲성공적인 녹색전환을 위해 변화를 도입할 때에는 사회적 균형을 맞춰야 한다. 덴마크가 녹색전환을 이렇게까지 이룰 수 있는 이유에는 문제가 생겼을 때 서로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함께 해답을 찾고자 하는 정서가 한 몫 한 것 같다. 덴마크는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을 위해 재생에너지 기술에 투자해왔다. 그 결과 실제로 현재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효율성 등 관련 녹색솔루션 수출이 해마다 수 십 억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변화를 잘 보여주는 지역이 에스비에르(Esbjerg)시다. 수 백년 동안 어업이 주요 산업이었던 에스비에르는 시대가 변함에 따라 해양석유와 가스탐사 산업으로 지역경제를 이뤘다. 오늘날 에스비에르시의 주요산업은 해상풍력이다. 전직 어부들은 발전단지를 오가야 하는 해상풍력 기술자들을 선박에 태우는 일을 하며 생계를 꾸리고 있다.
- 한국과 덴마크는 ‘녹색성장동맹국’이다. 덴마크의 풍력 관련 기업들이 한국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다.
▲한국과 덴마크 정부는 지난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에너지분야에 협력을 시작했다. 이 협력관계는 기존에 맺어진 강력한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기반으로 구축됐다. 올해에는 두 나라의 관계가 ‘포괄적 녹색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서로 지식을 공유하고 재생에너지를 기존 전력시스템에 통합하며 녹색전환을 더욱 추진하기 위한 방안에 함께 노력하고 있다. 우리의 협력 방안에서도 특히 덴마크 기업들이 세계선두를 달리고 있는 해상풍력 분야의 노하우와 정보, 지식, 경험 등을 교환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앞으로 해상풍력과 관련한 협력이 증대되기를 기대한다. 우리 두 나라는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해상풍력 발전이 지닌 어마어마한 잠재력을 키워 바다에서 녹색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국민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고 세계 기후변화 대응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 덴 요르겐센 장관 프로필
△ 출생
- 1975년 6월 덴마크 오덴세시(Odense)
△ 학력
- 덴마크오르후스대학교(Aarhus University) 정치과학이학석사(MSc)
△주요경력
- 덴마크 기후에너지유틸리티부장관(2019∼)
-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람중심의청정에너지전환을위한글로벌위원회’ 위원장
- 덴마크 사회민주당부대표(2017∼2019)
- 덴마크 식품농수산부장관(2013∼2015)
- 유럽연합의회의원(2004∼2013)
claudia@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