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에 ‘안간힘’… CEO는 좌불안석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10.27 16:11

안전관리 강화 전담 조직 신설… 인력 충원 및 예산 확대



"건설사 CEO 처벌 수위 높아, 기업경영에 부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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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지난 3월 근로자의 작업중지권을 전면적으로 보장하는 작업중지권리 선포식을 한 이후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사진=삼성물산.


[에너지경제신문 손희연 기자] 내년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을 앞두고 건설업계가 대응에 안간힘이다. 건설사들이 안전관리 강화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가운데 건설사 CEO(최고경영자)에 대한 처벌 수위가 높아, 부담으로 가중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이 모호한 점이 많아, 기업경영을 하는데 있어서 부담이 크고 혼란이 야기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27일 건설·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대형 건설사들이 국회 본회의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통과하자 안전관리 전담조직을 만들거나 인력을 충원, 예산까지 확대하며 대응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중견·소 건설사들도 안전 관리 강화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먼저 삼성물산은 업계 최초로 DfS(Design for Safty)팀을 출범시켰다. 삼성물산의 DfS는 ‘사전예방형 안전관리’ 전문가 그룹으로, 건축·토목·플랜트·전기·설비 등 각 분야 전문가 20명으로 구성된 팀이다. DfS는 시공 전 단계부터 건설현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위험요소를 제거하고, 기술적으로 이를 개선·대처할 방법을 고안하는 업무를 전담한다. 설계는 물론 시공, 운영까지 프로젝트 전 과정에서 ‘안전을 디자인 한다’는 목표다. 삼성물산은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안전강화비를 신규 편성해 운영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안전관리 우수 협력사에 포상 물량을 총 5000억원 규모로 확대하는 등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내년에도 지속적으로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협력사 신규 등록 및 갱신 시, 안전 분야 평가 점수를 기존 5%에서 20%로 4배 강화해 반영하며 안전 경영에 총력을 기울인다.

GS건설은 국내 최초로 ‘안전소장 제도’를 실시했다. 안전소장은 공사 과정을 총괄하는 현장소장과 별도로 현장에서 벌어질 수 있는 안전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소장이다. 이어 현장의 안전 취약지역과 위험작업 구간에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장비를 활용하는 식으로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안전 전담 조직을 확대 개편하고 인력도 충원했다. 안전보건센터의 담당 임원을 실장급(상무)에서 본부장급으로 격상했고, 기존 2개 부서(안전보건기획그룹·안전보건진단그룹)로 구성된 안전보건센터는 기획, 교육, 점검, 기술을 담당하는 4개 부서로 확대했다. 포스코건설은 법정 안전관리비와는 별도로 안전시설물 보강, 안전교육 자료 개발 등 예산을 추가로 확대 편성한다.

대우건설은 ‘안전혁신안’을 선포하고 CEO 직속 조직인 품질안전실을 강력한 컨트롤타워 기능을 가진 안전혁신본부로 격상한다. 조직 강화를 통해 시스템을 정비하고, 현장에서 잘 작동되는지 확인하는 등 지속적인 안전혁신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대우건설은 향후 5년간 안전예산 1400억원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DL이앤씨는 효과적인 사고예방을 위해 기존에 발생한 재해를 유형별로 빅데이터화해 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BIM(건설정보모델링)을 활용해 안전 관리 계획을 수립하고 모션 센서를 활용해 근로자 행동분석을 하는 등 기술 개발 중이다.

여기서 중견건설사들도 안전관리 방안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호반건설은 스타트업 3곳과 제휴를 맺고 ‘건설현장 안전관리시스템’ 구축을 위해 협업도 진행 중이다. 건설현장 근로자가 설정된 위험구역에 접근하거나 지정된 위치를 이탈하는 즉시 알림을 보내 사고 발생률을 낮추는 방식이다. 동부건설은 대표이사 직할 ‘안전보건경영실’을 신설하며 안전보건 경영을 강화해 눈길을 끌고 있다.

건설사들의 이같은 노력에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에 대한 볼멘 목소리가 나온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건설 현장 안전사고와 관련된 법은 최상위 수준이다"며 "다만 현실적으로 전국에 모든 건설 현장에서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으로 건설사들을 처벌만 하는 제도가 능사가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달 국무회의를 통해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중대재해법은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 발생 시 경영책임자와 원청에 대해 처벌을 부과하는 법안으로 내년 1월27일 본격 시행된다.

무엇보다 건설사 CEO들의 부담은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나면 처벌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처벌 수위는 사업주와 경영 책임자의 경우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 법인은 50억원 이하 벌금이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건설사 CEO 처벌 수위가 높은 편이다"며 "CEO 입장에선 사임을 고민해볼 수도 있고, 업계 전반적으로 ‘중대재해법 처벌 1호’ 건설사 CEO가 되지 않기 위해 노심초사하는 분위기이다"고 말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건설사들이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해왔는데, 건설현장 내에서 급작스럽게 사고가 일어나는 현실적인 고충도 알아야 한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이 처벌 기준 등 모호한 부분이 많아 혼란도 있을 것이다"고 우려했다.

한편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산업재해 사고 사망자는 모두 474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건설업 분야의 사망자가 240명(50.6%)으로 절반을 넘는다. 건설업 분야 산재 사고 사망자수는 2017년 506명에서 2018년 485명, 2019년 426명으로 감소세를 보이다가 지난해 456명으로 늘었다.

son90@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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