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까지 전기차 10종 출시…국내 생산 계획은 ‘미정’
한국은 트레일블레이저·CUV에 집중…‘전기차 전환’ 소외
▲12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GM 미래 성장 미디어 간담회’에서 로베르토 렘펠 지엠테크니컬센터코리아 사장, 스티브 키퍼 GM 수석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왼쪽부터) 등이 향후 계획을 밝히고 있다. |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미국 제너럴모터스(GM)가 국내 전기차 시장 공략에 가속페달을 밟으면서도 생산 기반을 갖춘 한국지엠과는 계속해서 거리를 두고 있다. 2025년까지 전기차 10종을 출시한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국내에서는 단종을 앞둔 내연기관차만 만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엔지니어 역량을 확대하는 등 GM이 한국 사업장에 힘을 실어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부평·창원 공장의 ‘전기차 전환’ 없이는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을 찾은 스티븐 키퍼 GM 수석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GMIO) 대표는 지난 12일 ‘GM 미래 성장 미디어 간담회’를 열고 회사의 향후 계획을 공개했다. 2025년까지 10종의 전기차를 한국 시장에 수입·판매하겠다는 게 골자다. 국내 생산시설은 전기차를 만드는 대신 새롭게 출시될 내연기관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에 집중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12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GM 미래 성장 미디어 간담회’에서 스티브 키퍼 GM 수석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
키퍼 부사장은 "보급형 모델부터 고성능 차량, 트럭,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크로스오버, 럭셔리 모델 등 다양한 가격대의 전기차를 한국에 제공할 것"이라며 "신규 전기차종은 전량 수입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GM ‘2인자’가 한국을 찾은 만큼 이번에 국내에 전기차 등 미래차 생산 일정을 확정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조성됐었다.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 6월 미국 GM 본사를 방문해 한국공장에 전기차 등 미래 차 생산 배정을 요청하기도 했다.
키퍼 부사장은 이와 관련 "(한국에 전기차 물량을 배정하지 않는 것은) 트레일블레이저의 성공과 CUV 출시가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트레일블레이저와 CUV가 성공을 확보할 때 한국의 장래는 밝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CUV는 GM이 지난 2018년 한국지엠 군산공장을 폐쇄하는 대신 국내에 배정한 신차다. 창원공장은 2023년 차량 출시를 목표로 도장공장 준공 등 준비를 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GM 측 태도가 국내 생산 공장의 미래를 불확실하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해석한다. GM이 조 바이든 대통령 체제에 들어선 이후 ‘전기차 전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2025년까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 350억달러를 투자해 연 100만대의 전기차를 팔겠다는 목표를 세워둔 상태다. 2035년에는 100% 전기차만 생산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GM이 100% 전기차만 생산하기까지 시간이 많은 것은 분명하지만 군산공장 폐쇄 등 국내 생산시설에 그동안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온 만큼 불안감이 조성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성 노조의 ‘묻지마 파업’으로 한국 자동차 공장들은 고질적인 고비용 저효율 늪에 빠졌다"며 "노조리스크가 계속되는 사업장에 미래를 상징하는 전기차 물량을 배정하지 않는 본사의 심정도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GM은 다만 한국 시장의 중요성은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키퍼 부사장은 LG에너지솔루션과의 배터리 협력관계를 언급하며 한국이 GM 전기차 개발·생산 로드맵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LG에너지솔루션과 ‘얼티엄셀즈’라는 합작 법인을 만들었고, 모든 GM 전기차들은 얼티엄 모듈러 배터리 플랫폼에 의해 구동된다"며 "이는 GM의 미래 전기차에서 한국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언급했다.
GM 측은 또 한국의 테크니컬 센터가 그룹 내 두 번째로 큰 엔지니어링 센터이자 미국을 제외하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라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이 3000명 이상의 엔지니어, 디자이너, 기술자를 보유하고 있으며 디자인에서 최종 차량 검증, 생산 기술에 이르기까지 차량 개발이 가능한 시설을 갖췄다는 것이다.
한국지엠은 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200여명의 신규 엔지니어와 디자이너를 채용하고 새로운 기술 도입 및 협업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시설을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또 글로벌 EV 프로그램 전담 엔지니어 인력을 2023년까지 지금의 두 배 수준으로 늘린다는 구상을 내비쳤다.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은 이날 간담회에서 "한국지엠은 2018년 경영 정상화를 위한 계획을 발표한 이후 최대 외국인 투자기업으로서 직간접적으로 수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며 "다음 단계는 2023년 초로 예정된 글로벌 CUV 생산인데 이는 완전히 전동화된 미래 전환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지엠은 내년 중 쉐보레의 SUV 타호와 고급 픽업트럭 모델을 국내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