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전,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누적 영업손실 1조 1298억원, 발전5사는 영업이익 7737억원
- 발전5사, 연료비 급등으로 SMP올라 전력판매 수익 급증…한전 "연료비 연동제 현실화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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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은 연간, 2021년은 3분기 누적 실적 [자료=전자공시시스템] |
[에너지경제신문 전지성 기자] 정부와 한국전력의 전기료 인상 억제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전력 공기업의 3분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모회사 한전이 적자를 보인 반면 자회사는 모두 흑자를 나타냈다.
한전이 연료비 인상으로 발전단가가 높아지면서 자회사인 발전 공기업으로부터 전력을 비싸게 사오는 대신 전기 소비자엔 상대적으로 싸게 판매한데 따른 것이다. 정부와 한전은 올해부터 전기요금의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고 실제 연료비도 상승했지만 정치·정책적 고려로 지난 2분기와 3분기 전기요금 부과 때 연료비 상승 등 인상 요인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그 파장이 전력 공기업의 3분기 실적에서 그대로 현실화한 것이다. 한전 실적은 발전 자회사 실적을 반영한 연결 기준으로 낸다. 발전 자회사들이 흑자를 냈더라도 한전이 적자를 기록했다면 한전그룹 전체가 적자라는 뜻이다. 한전의 실적 악화는 결국 정부에 부담이다. 공기업의 경영실적 부진은 정부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한전은 8년 만에 4분기 전기요금을 인상했다. 그러나 올해부터 적용된 전기요금 연료비연동제에 따라 연간 최대 kWh당 5원의 상한 제약을 둔 탓에 한전이 4분기에도 눈에 띄는 실적 호전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국제유가 등 연료비 급등으로 한전이 발전자회사와 민간발전사로부터 전력을 사들이는 비용이 급증했지만 소매 전기요금은 변동이 없었다. 정승일 한전 사장이 연일 ‘연료비연동제 현실화’를 외치는 이유다.
16일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한국수력원자력 등 한전 산하 발전 6사의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1조8833억원을 기록했다. 발전 공기업 6사의 지난 한 해 총 영업이익 1조3029억원에 비하면 5804억원 많다. 한전의 3분기 누적 실적이 발전 자회사 실적 포함 연결 기준 1조1298억원 적자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한전의 3분기 누적 실적은 지난 한 해 무려 4조862억원 흑자에 비하면 5조원 이상 까먹은 것이다.
한전의 화력발전 5개 자회사(원자력발전사인 한수원 제외)인 한국남동·남부·동서·서부·중부발전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총 7737억원으로 확인됐다. 지난 한 해 129억원의 영업손실에서 60배 이상 늘어난 호실적이다.
올해 초 이들 발전 5사가 총 1조원 넘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 것과 상이한 결과다. 발전 5사가 당초 올해 수익 악화를 예상한 것은 석탄발전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전력도매가격(계통한계가격·SMP)이 낮은 수준에 머무를 것이란 관측에서였다.
하지만 국제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오르면서 SMP가 급등해 예상과 완전히 다른 상황이 펼쳐졌다. 한수원도 1조 1096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한 해 흑자 폭 1조3158억원에 비하면 다소 적은 규모이지만 4분기까지 포함 올 한 해 한수원의 흑자 규모는 지난해 흑자 폭을 웃돌 것으로 확실시 된다.
발전단가가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기 가동률이 늘어나면 한전이 발전사들로부터 전기를 사들이는 가격인 SMP가 오르게 된다. 우리나라 전력시장은 전력공급가격이 저렴한 발전소부터 비싼 발전소까지 급전순위를 메긴 뒤 전력수요에 따라 필요한 만큼만 발전소를 가동한다. 이 때 전력수요가 최대로 많아지는 시간에 전력생산에 투입되는 발전소 중 가장 비싼 발전소가 SMP를 결정하는 구조다. 가장 높은 발전비용의 발전기인 LNG발전기가 ‘시장가격결정발전기’가 되고 이 SMP가 그 시간대의 시장가격으로 결정된다.
한전의 최신 전력통계월보(8월)에 따르면 8월 기준 발전원별 구입단가는 원자력이 kWh당 41.06원, 유연탄이 99.74원, 무연탄이 109.78원, LNG가 142.23원을 기록했다. 연료비 변동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한수원, 석탄과 LNG 발전을 함께 하는 화력발전 5사는 저렴한 원전 또는 석탄발전을 하고도 비싼 LNG발전 기준으로 전력을 판매할 수 있다.
연료비가 올랐다고 하더라도 흑자를 볼 수 있었던 이유다. 원자력과 석탄화력 발전사들은 수익을 얻고 전기를 비싸게 구입하지만 비싼 값에 전기를 팔지 못하는 한전은 예상보다 큰 적자를 떠안게 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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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전력거래소] |
한전은 올해부터 연료비연동제를 도입하기로 했으나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요인 있음에도 ‘국민생활 안정’을 이유로 두 차례 인상을 유보한 바 있다. 전기요금을 최대로 인상한다 해도 연간 kWh당 5원에 불과한 만큼 한전은 내년에도 대규모 적자가 예상된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올해 한전의 적자와 발전자회사의 흑자는 전력수요가 지난해보다 늘어난 가운데 발전단가가 저렴한 원자력과 석탄화력발전이 줄고 단가가 비싸 급전순위가 후순위인 LNG(액화천연가스) 발전량이 늘어 전력도매가격인 SMP가 급등했지만 소매요금은 그대로 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지난해와 같은 불경기에는 한전이 흑자를 보고 경기 회복기에는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구조조정도 없고, 신재생에너지 지원금도 최대로 늘어나는 등 자연적 개선 요인은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전력수요 감소와 함께 값 비싼 LNG 의존도가 높아지고 상대적으로 저렴한 석탄과 원전의 가동을 줄이니 적자가 나는 것, 이는 앞으로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jjs@ek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