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대기업들 '몸집 줄이기' 열풍…韓 기업들, 우리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1.11.16 15:47

GE·J&J·도시바 등 글로벌기업 분할 발표…'효율적 경영' 방점



韓은 '지배구조'로 여지 제한적…궁여지책 '물적 분할'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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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존슨앤드존슨 의료장비 부문 사옥. 연합


[에너지경제신문 여헌우 기자] 제너럴일렉트릭(GE), 존슨앤존슨(J&J) 도시바 등 글로벌 대기업들이 최근 연이어 기업 분할을 발표하면서 이를 바라보는 우리 대기업들의 속내가 복잡하다.

글로벌 업체들은 점점 깊어지는 미·중 갈등과 끝 모를 코로나19 팬데믹 등 경영 환경에 불확실성이 높다고 판단해 ‘몸집 줄이기’에 나선 것인데, 이를 따라하자니 경영 환경이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국내 대기업들이 기업을 쪼개기 위해서는 ‘경영권 확보’라는 방정식도 함께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신사업을 독립시키는 결단을 내린 SK, LG 등도 ‘물적분할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16일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35년 역사를 지닌 미국 거대 제약사 J&J는 지난 12일(현지시간) 그룹을 2개 사업부로 나눈다고 선언했다. 제약과 의료기기 사업부는 그대로 두고 소비자건강 부문을 독립시킨다는 게 J&J 측 구상이다. J&J의 라이벌인 화이자 역시 지난 2019년 건강제품 부문을 분사한 바 있다. 독일 제약 대기업 머크는 이보다 앞선 2018년 소비자건강 사업부를 미국 P&G에 매각했다.

일본의 종합전기업체 도시바 역시 같은 날 회사를 3개 법인으로 분할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약 300개 자회사를 둔 대기업이 분할하는 것은 일본 역사상 처음이다. 도시바는 발전 등을 다루는 ‘인프라서비스’와 하드디스크 드라이브(HDD) 등의 ‘디바이스’ 회사로 사업을 나눌 계획이다. 나머지 도시바 존속법인은 반도체 업체 키옥시아홀딩스와 자회사인 도시바테크를 관리하는 역할만 수행한다.

‘에디슨이 만든 기업’ GE도 129년만에 3개로 쪼개진다. GE는 2023년 초까지 헬스케어 부문을, 2024년 초까지 재생에너지와 전력, 디지털 사업을 포함한 에너지 부문을 각각 분리한다고 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 가운데 항공 부문이 GE 사명을 유지하며 헬스케어 부문 지분 19.9%를 유지할 계획이다. GE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미국 내 시가총액 1위를 달리던 기업이다.

주요 대기업들의 몸집 줄이기 작업은 글로벌 경영 환경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 트렌드가 확산하고 우주, 메타버스, 자율주행차 등 다양한 신사업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라 덩치가 큰 ‘거대 기업’의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미국과 중국이 갈등을 겪으며 공급망 이슈를 비롯해 다양한 경영 관련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신들은 기업이 문어발식 확장에 주력했던 시대가 지나고 작아도 능률적인 회사가 더욱 가치를 인정받는 시대가 됐다고 보도하고 있다. 분할 계획을 발표할 당시 알렉스 고키 J&J 최고경영자(CEO)는 "지금처럼 복잡한 사업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례 없는 집중과 혁신, 민첩성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국내 산업계는 이들의 행보에서 힌트를 얻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다만 합리적인 판단에 따라 움직이는 글로벌 회사들과 달리 국내 대기업들은 ‘지배구조’라는 숙제도 풀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짚었다. 창업주가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며 사세를 키우다 보니 계열사 하나를 쪼개더라도 총수 일가의 지분율을 계산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실제 성장 산업인 배터리 부문 분사를 결정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은 ‘물적분할 꼼수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물적분할은 한 회사의 사업부를 자회사로 내리며 쪼개는 방식이다. 별도 상장을 통해 자금을 유치할 수 있음에도 지배주주의 지분율이 크게 희석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핵심 사업이 떨어져나가는데 자신은 주식을 받지 못해 불만이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선진국 중 사실상 우리나라에만 있는 ‘자회사 동시 상장’을 금지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효율적인 경영만을 위한 기업 분할이 힘든 것은 사실"이라며 "최근 비슷한 트렌드로 기업 분할을 추진한 곳은 SK텔레콤이 거의 유일하다"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당장은 (삼성 등을 제외하면) 우리나라에 J&J 수준의 글로벌 스케일을 지닌 기업이 많지 않지만 총수 경영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기업을 분할하며 철저하게 이성·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yes@ek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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